빨리 가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아이의 등원 버스가 오질 않는다. 일 분, 또 일 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다. 약속된 시간에서 오 분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가 떠나고 어플로 부른 택시를 기다리는 사이 또 시간이 흐른다. 이러다간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야 도착할 텐데 초조함에 심장이 두근두근.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딱 이 분을 남기고 문화회관에 도착했다. 호흡을 진정시키며 올라탄 엘리베이터에는 민망하게도 선생님이 타고 계신다. ‘안녕하세요’하고 애써 밝게 인사하지만 내 눈은 사실 선생님의 눈이 아닌 턱 언저리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주에 안 왔죠?”
라는 물음에 어색한 듯 ‘네.’하고 대답하며 실은 삼 주를 빠지고 왔다고 묻지도 않는 말을 내뱉는다. 잦은 결석 후에는 매번 배변 실수를 한 강아지 마냥 선생님 눈치를 본다.
연습실에 들어가자 한 언니가 놀리듯 ‘큰일 났다, 진도 엄청 많이 나갔다.’ 그러는데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다. 아직 수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날씨 탓인지 긴장 탓인지 이미 덥고 땀이 난다. 삼 주면 춤을 까먹는 일보다는 몸의 균형이 흔들리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아니, 수업에 매번 출석하는 일이 어째서 이렇게도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기본무를 추는 동안 처음에는 몸이 휘청휘청거렸고, 그다음에는 동작을 틀렸다. 그래도 씹고 있던 껌을 박자에 맞춰 씹으니 잡생각이 날아가고 조금씩 춤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동작은 맞아도 세 번의 수업에 빠지는 삼 주의 시간 동안 몸은 많이도 뒤틀려버렸는지 어깨의 모양도 조금 다르고 전체적인 자세도 별로 예쁘지 않다. 치맛자락을 든 손목이 조금씩 아파오자 평소에 핸드폰을 들고 있다고 해서 손목의 힘이 길러지는 건 아닌가 보다는 생각도 한다.
입춤을 춘 지도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렇지만 처음에 느꼈던 난감함은 이제 많이 줄어 들었고 춤을 추는 재미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비록 삼 주 만에 추는 춤이지만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흥이 난다. 처음부터 시작하여 진도가 나간 부분까지 쭉 이어서 추는데 아무리 매번 처음부터 반복을 해서 춘다고 해도 꼭 결석한 부분은 버벅거린다. 그저 여러 번 반복해서 따라 춘다고 해서 춤을 출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선생님은 새롭게 진도가 나갈 때마다 몇 번이고 그 부분을 반복해서 추게 하는데 그 과정이 꽤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렇게 추고 나면 몸에 제대로 익어버려서 결석을 하더라도 쉽게 잊는 일은 없다.
이번에 새로 배우는 부분은 빙그르 도는 동작이 세 번이나 연속으로 이어진다. 지금껏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이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동작의 어려움이 아니라 어지러워서 몸이 견뎌내지를 못한다. 기본무에도 도는 동작이 있지만 속도가 이렇게 빠르진 않다. 물론 기본무도 처음에는 돌 때마다 어지러워서 이 동작 때문에 수업 전 날에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한 방향으로 세 번을 도는 동작을 될 때까지 반복하다 보니 젊은 나도 속이 좋지가 않아 휘청거리게 된다.
턴 동작의 굴레에서 벗어난 쉬는 시간에는 저마다 넋이 나가있다. 속이 좋지 않아서 커피를 못 마시겠다, 아니다 커피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겠다, 바람을 쐬야겠다, 앉아야겠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는 중이다. 동기 님이 선생님께 어지러워서 못 추겠다고 푸념을 하니 선생님은 웃으며 ‘이겨내야죠.’라고 해서 괜히 무대 위에서 연속 턴 동작을 하던 선생님이 아니구나, 하고 감탄하며 동시에 절망감을 느낀다. 아무리 어지러워도 계속해서 돌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니 한동안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야겠다고 다짐한다(나는 속이 비면 더 어지러움을 느끼는 편이다).
두 번째 시간은 집중을 하며 춰서 그런지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첫 시간은 진도 나가는 부분을 주로 반복했다면 두 번째 시간에는 처음부터 배운 곳까지 반복해서 추며 연습을 한다. 한 부분만 반복할 때보다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출 때가 아무래도 더 재미있다. 지난번에 수업에 참여했을 때는 발목이 아팠는데 쉬는 동안 괜찮아진 건지 이번 수업에는 내내 멀쩡하다. 땡땡이를 치면 안 좋은 일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은 점도 있다. 다음 주면 이번 분기 수업도 끝이 나는데, 같이 춤을 추는 분들 중 다음 분기 등록을 깜빡한 분들도 있어 그런 분들은 걱정을 잔뜩 하고 있다. 아무쪼록 다들 등록에 성공해서 다음 달에도 계속해서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