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한 번

치료와 삶

실수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않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다른 나라와 협상 중인 외교관, 범인 검거를 위해 잠복 중인 경찰관, 올림픽 금메달을 앞둔 운동선수. 실수를 줄이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을 발한다. 수만 번의 연습을 통해 실수를 막아보지만 찰나의 방심이 실수를 만든다. 실수라는 건 그런 것이다. 허락되지 않아도 튀어나와 종이 한 장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우리만큼 매번 실수가 허락되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 수술처럼 목숨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 순간 사람의 몸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것은 상상 이상의 책임감을 요한다. 마비 환자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리에서 옮기며 낙상이 생길까, 굳어진 관절을 운동시키면서 골절은 생기지 않을까, 경사 침대로 세우다가 혈압이 떨어져 정신을 잃지는 않을까. 셀 수 없는 고민을 하며 치료에 임한다. 순간의 실수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치료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매 순간이 연습이 되고 매 순간이 실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일주일 중 가장 피로도가 높은 금요일. 가장 설레지만 가장 긴장해야 하는 날이다.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직업인 만큼 목요일, 금요일은 피로도가 매우 높은 편. 그만큼 실수가 생기기 쉽다. 하필 그 날은 채워야 할 타임 수가 부족한 금요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다른 선생님의 환자를 한 타임 받아 치료 수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힘들었던 그 날, 무의식 중에 환자 보다도 통계 중 한 사람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런데 보통 환자 분을 받을 때와는 조금 달랐다. 담당 선생님께서 유난히 주의를 주며 치료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때라도 평소와는 다는 것을 나는 알아차려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의 난 너무 바빴다. 새로 배정받은 업무도 적응해야 했고 머리 흩날릴 정도로 뛰어다니며 일을 했다. 깊은 피로감에 젖어 있던 나에게 이러한 충고는 깊이 새겨지지 않았다. 기본 정보만 겨우 확인한 채 치료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뜩이나 예민한 성격에 연하 치료로 입술에 온통 레몬즙을 묻힌 환자는 한껏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씩씩 거리는 목관에선 거친 숨결이 올라오고 표정은 화로 가득했다.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기는 잠깐의 순간 조차 싫다며 발버둥 쳤다. 침대에 누운 채 마비된 상하지의 스트레칭을 진행했다. 이어서 앉고 서기를 시도해 본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팔다리를 어찌할 수 없어 치료 내내 붙잡아 놓는다. 힘으로 제압당한 것이 분하셨는지 점점 손과 발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이내 나의 손에는 조금 더 강한 힘이 들어간다.


“이렇게 저를 때려서 되겠어요?”


내 말을 들을 생각 없는 그분께 짜증 섞인 말을 건네 보지만 허공에 던지는 메아리이다. 반 강제적인 치료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이어질 뿐이다. 그러던 중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 고개를 흔들며 저항했었고 그것을 놓쳐버린 나는 목에 꽂혀 있는 목관이 빠지고 있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이상함을 느껴 위를 볼 땐 이미 늦은 뒤. 목관의 끝 부분이 조금 눈으로 보였다. 왜 당황하면 몸과 마음이 굳어 버리는지. 모든 게 멈춰버린 채 선임 선생님을 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다행히 선임 선생님의 도움으로 회진 나온 레지던트 선생님을 불렀고 관을 끼워 넣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관만 집어넣으면 별 것 아닌 사고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 더욱이 내 마음을 찔렀던 것은 짜증을 내며 할당량을 위한 치료를 하고 있던 나 자신이었다. 혹시라도 그분이 잘못되었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이 싫었다.

치료사를 성장시키는 건 치료의 경험이다. 비록 원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런 실수조차 치료사에겐 경험이 된다. 두려움이라는 경험은 환자를 향한 겸허한 마음과 맞닿아 있다. 이런 기억이 쌓여 모든 순간 내가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겸손함은 언제나 실수를 줄여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 치료가 두려운 만큼 우리의 손길은 무게를 가진다.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실수 한 번. 내가 치료하는 모든 때 두려움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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