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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천국

물치료사의 마음 이야기(병원과 죽음)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죽음’이다. 비교적 안정된 상태의 환자를 받는 재활의학과에서 근무하는 입장이라 타 부서에 비하면 죽음이 가깝지는 않은 편이다. 그렇더라도 장소의 특성상 죽음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병원. 완벽히 멀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살아가는 누구라도 죽음을 가까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와 타인. 타인일지라도 나와 친분을 함께하는 이들의 죽음을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죽음이라는 관념 그 자체를 삶의 조건으로 놓고 사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죽음이 익숙해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철학, 과학, 사회학 그리고 종교학까지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논의해왔다. 어떤 이는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하고 다른 이는 사후 세계를 논하기도 한다. 혹은 이와 다르게 단순히 생물의 발생과 사멸의 물리적 현상으로 보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논의 속에서도 해답 정도는 얻을 수 있으나 정답은 발견할 수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아무도 죽음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험할 수 없기에 익숙해질 수 없다.

 결국 ‘죽음’의 의미라는 것은 가상의 관념으로 치부되거나 다른 이의 죽음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이다. 그마저도 과거와 다르게 가족이 아닌 병원과 같은 곳에서 타인에게 둘러싸인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마저도 점차 멀어지는 현실이다.     


 내가 처음으로 죽음을 마주한 것은 일을 시작하고 약 8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병실에서 치료하는 처방을 받고 새로운 환자를 치료하러 병실로 갔다. 미리 확인한 환자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지라 간단한 몸풀기 정도의 치료를 예상하고 침대 커튼을 열었다. 무엇인가 이상했다. 산소포화도는 떨어지고 피부는 차가웠다. 얼른 병동으로 달려가 위와 같은 사실을 말하니, DNR(Don not resuscitate : 소생술 포기) 환자였다. 간호사 선생님과의 논의 후 치료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되돌렸다. 그렇게 치료실로 내려왔다.

 오후가 되었다. 여느 때처럼 환자를 치료하고 있던 중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막내였던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들고 소속과 이름을 말했다. 그쪽에서도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오전에 병동으로 치료 오신 선생님 맞으시죠? 다름이 아니라 환자분께서 돌아가셨는데 보호자께서 마지막 모습이 어땠는지 듣기를 희망하셔서 면담을 신청하시네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보호자의 면담 신청도 놀라웠지만 나를 경직시킨 건 앞선 소식이었다. 나의 짧은 병원 생활에서 환자가 죽는다는 전제조건은 언제나 논외였다. 그런 환자를 받을 만큼의 경력도 아니었고 그간 보아온 환자들의 모습은 죽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치료 스케줄로 인해 병동에서 보호자와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날은 충격에 뜬 눈으로 날을 지새웠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죽음과의 접점이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기분이다. 경험할 때마다 마음이 뒤틀리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누군가의 존재가 천국으로 향한다는 사실이 익숙해질 수 없는 만큼 이 감정은 계속해서 가져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내가 대응할 수 없는 감정은 늘 나를 힘들게 한다.


 어제까지 치료하던 환자가 오늘은 오지 못한다. 병동에서 오는 전화를 받아 보니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지며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한다. 차츰 호전을 보이던 환자라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느낌이 좋지 못하다.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느낌을 따라가는 편이라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린다. 며칠 동안 다시 재활병원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며 컨디션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느낌은 빗나가지 않았다. 결국 퇴원 기록이 떴다. 익숙하지 못한 천국이 또 한 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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