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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사람이 담긴다.

물리치료사의 몸 이야기(손의 과학)

 가끔 환자나 보호자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손과 발 중에서 하나를 못 쓰게 한다면 뭐가 더 불편할까요?”

누구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질문이라 생각한다.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처럼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답은 존재한다. 잠깐만 고민해 보자. 생각보다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답을 알겠는가?   

   

정답은 바로 ‘손’이다.      

 흔히 손대는 일마다 성공하여 물질적 성취를 얻는 사람을 일컬어 ‘미다스의 손’을 가졌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말로 프리기아 왕국의 미다스 왕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미다스 왕은 우연 찮게 술에 취한 실레노스를 발견한다. 그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양아버지로, 미다스 왕은 이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그를 모셔 극진히 대접한다. 이를 계기로 디오니 소스를 만나게 되고 보답을 받게 되는데, 바로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약속. 이를 기회로 여긴 미다스 왕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이야기한다. 참으로 매력적인 소원처럼 보이는 이 간청은 이루어졌고 미다스 왕이 만지는 모든 물건은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주치는 것마다 황금으로 만들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미다스 왕. 얼마나 황홀했을까. 세상 모두를 가진 듯 기쁨에 가득 차게 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이 이야기는 점차 비극으로 향한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자 식사도, 용변도 기본적인 일상불가능해지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딸마저 황금으로 만들어 버린채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된다. 이제는 변해버린 딸을 보며 충격에 빠진 미다스 왕은 자신의 손을 저주한다. 한참을 절규하다 결국 디오니소스에게 자신의 능력을 없애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디오니소스의 말에 따라 파크톨루스 강에서 손을 씻자 자신의 능력을 잃으며 이야기는 끝을 낸다. ‘미다스의 손’이라는 말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람을 향해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기원된 속 내용은 인간의 욕심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약간 관점을 바꿔보면 인간의 탐욕 말고도 한 가지 중요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바로 손의 중요성이다. 미다스 왕은 능력을 얻게 되며 손의 자유를 잃는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식사 등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딸의 변화로 인해 이야기는 반전되지만 실제 능력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는 시점은 자신의 생활이 불가능해질 때부터 시작된다. 마비 환자를 평가할 때 일상생활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있다. 평가 항목으로는 옷 입기, 식사하기, 용변 보기 등 정말 살아가며 필수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는 기본적으로 상지 기능과 연결된다. 즉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해가는 요건의 근본에는 손의 사용이라는 중요한 능력이 포함된다는 뜻이다.


 ‘손’이라는 신체 기관을 가진 동물은 대부분 유인원에 속한 동물이다.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등이 속하며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를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유인원의 손은 실제적인 사용에 있어서는 거의 앞발에 가깝고 인간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손을 주제로 과학자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여러 연구를 거친 결과, 인간과 유인원 간 손의 가장 큰 차이는 엄지손가락에 있었다.

 유인원은 엄지손가락 대비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 길이가 길다. 그래서 인간에 비해 쥐는 힘이 강하다. 반면에 인간은 엄지손가락 대비 나머지 손가락의 길이가 짧다. 그래서 쥐는 힘은 약하나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손가락과의 만남이 쉬워진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움직여주는 근육도 유인원에 비해 직경이 커, 움직임의 자유도를 높여준다. 즉 힘은 유인원이, 동작의 다양성은 인간이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또한 손은 신체의 다른 부분과 다르게 대뇌로부터 직접적인 명령을 받는다. 그래서 손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뇌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유인원과 비교하면 인간의 대뇌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만큼 발달해 있으며 특히 손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를 보인다. 과거 뇌가 발달함에 따라 손의 모양이 변했다는 이론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손의 사용에 따라 뇌가 발달해갔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여러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손과 뇌의 발달은 떼 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러 오신다. 병변에 따라 서로 다른 증상을 이야기한다. 누구는 다리를, 누구는 팔이 불편하다 호소한다. 아픔에 경중을 따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기능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다리가 불편한 분들은 독립적인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휠체어 등 이동 수단이 발달했고 앞으로도 기술은 더 좋아질 것이기에 기대되는 바가 많다. 하지만 손이 불편하면 이동은 가능하나 생활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보호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우리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정량화하여 평가하고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이 손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 손은 정말 중요하다.


 손을 보면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손의 발달만큼이나 탐욕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간혹 손길이 욕심을 향해 뻗을 때도 있다. 하지만 손에는 사람이, 삶이 담겨있다. 그래서 우리의 손길은 따뜻하다. 아직도 나는 머리로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 머리보다 마음으로 담을 때 내 손도, 손길로 전하는 치료도, 욕심보다는 따뜻함이 담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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