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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마주치며

물리치료사의 몸 이야기(시각과 발달)

 한 아이가 울고 있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었는지, 세상 떠나가라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느라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안아도 주고 노래도 불러보지만 이미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울음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 실랑이를 하던 중 옆을 지나가던 나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 깊고 맑은 눈동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정적에 빠져들 찰나, 차츰 눈가에 흐르던 눈물이 멈추기 시작했다. 오고 가는 눈빛 속에 짧지만 우리는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신생아는 온전하지 못한 시력으로 세상에 나온다. 차츰 눈을 뜨고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명암 구별 정도만 미약하게 할 뿐이다. 아이들의 시력이 발달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략 1년이면 주변을 구분하는 명확도를, 2년이면 넓은 시야를 가지며 성장에 따라 시력의 범위를 확장해간다. 시야가 넓어지는 만큼 눈이 열리며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눈은 6개의 작은 근육이 움직여 준다. 겨우 6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근육들과 연결된 신경의 밀집도는 전체 근육 중 제일 높다. 신경의 밀집도가 높다는 것은 정교한 움직임 가능하다는 것. 덕분에 눈은 몸의 그 어떤 곳보다 정밀하고 빠른 반응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눈의 움직임 덕분에 시각은 여러 감각 중에서도 특징적으로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초석이 된다. 실제 시각 영역은 뇌에서도 커다란 영역을 차지해 시시각각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한다. 그렇기에 시각의 발달은 신체의 발달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눈의 방향은 머리의 위치를 결정한다. 눈을 중앙에 놓으며 몸의 축을 정상범위에 위치시키고 귀의 내부에 있는 전정기관이 작동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머리를 지탱해주는 목에 충분한 힘이 필요하게 되며 이에 해당하는 신경의 길과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보내면 자연스럽게 턱이 당겨지게 된다. 이로 인해 입은 닫히고 코로 숨을 쉬게 된다. 그리고 목의 움직임에 따라 경추의 위치가 변하며 척추의 만곡이 발생한다. 일자였던 아이의 척추가 성인과 같은 굴곡진 모습을 하며 일어설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뇌를 다친 아이와 어른들은 안타깝게도 이만큼이나 중요한 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눈동자가 가운데에 놓이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만 향하거나 초점을 잡지 못해 계속해서 흩어지게 된다. 따라서 목을 가누기 힘들어지고 호흡이나 삼킴 이상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오롯이 눈으로 인한 증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원인을 따라가보면 나타나는 근원적 이유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더욱이 우리는 신체를 치료하면서도 다양한 원리에 맞춰 시각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간단한 듯 보이면서도 간단하지 않은 우리 몸의 유기적 연결은 치료할수록, 그리고 공부하면 할수록 신기함을 더해간다.      


 시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과 교감을 하고 싶다면 12inch(약 30cm) 이내에서 눈을 마주 하라 한다. 먼 듯 보이지만 직접 해보면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아이지만 그 거리 안에 들어서서 정서를 나누는 순간 관계는 깊어지고 밀도는 농후해진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마음의 거리를 한 뼘 줄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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