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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와 수영

by 메이

남편과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남편은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곧 다시 걸면 된다며 전화를 엎어 두는 것을 보고 내가 물었다.


“여자야, 남자야?”
“아줌마야.”
“아니, 여자라고 하면 되지. 아줌마는 무슨 제3의 성이야?”
“오해할까 봐.”
나는 전혀 오해할 생각이 없었는데, 뜬금없는 "아줌마"라는 단어에 남편 옆의 아줌마는 예민해졌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두 곳이다. 한 수영장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으로, 샤워 공간에 칸막이가 있고 커튼까지 쳐서 가릴 수 있다. 샤워 후에는 커다란 비치타월을 몸에 둘러, 혹시라도 속살이 보일까 조심하며 수건 속으로 속옷을 입고 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또 다른 수영장은 훨씬 개방적이다. 샤워실엔 칸막이 없이 해바라기 수전 다섯 개가 나란히 있고, 칸막이 탈의실이 두 개 있긴 하지만 늘 비어 있다. 대신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는다. 이 두 곳은 연령층도 다르다. 대학 수영장에는 젊은 학생들이 많고, 다른 수영장은 동네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수영장이라 연령대가 높다.


처음 대학 수영장에 갔을 때, 평소 쓰던 작은 수건을 가져갔다가 샤워 후 앞은 가릴 수 있었지만, 뒤는 가리지 못해 민망한 순간을 겪었다. 이후 나는 슬그머니 더 큰 수건을 준비했다. 아마도 나는 이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었던 걸까. 사실 내가 가장 원한 건 그곳에 흐르는 20대의 밝고 건강한 기운, 그 젊음이었다.

대학 수영장에서는 비키니가 대세였다. 나는 가슴선을 부각하지 않는 단정한 일자 라인의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고, 어쩌면 내 수영복은 연령대가 더 높은 다른 수영장에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그래도 훌렁훌렁 옷을 벗어던지며 자연스럽게 갈아입기보다는 탈의실을 이용하고, 다른 사람의 맨몸을 보는 것도 여전히 낯선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 부끄러움이 많은 아줌마가 되겠지.



그렇다면, 두 수영장 중 내가 선호하는 곳은?
모름지기 운동은 가까운 것이 장땡.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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