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영화 감상.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소개서의 ‘취미와 특기’란을 채우기 위해 이 두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나 역시 특별한 취미 없이 살아온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만의 취미를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취미가 뭐예요?’라는 이름의 브런치북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독서는 늘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였다. 넉넉하지 않았던 형편이었지만 부모님은 우리 삼남매가 책을 살 때는 아낌없이 지원해주셨고, 그래서 우리집에는 언니 책과 남동생의 책- 쉬운 수준부터 어려운 수준까지, 만화책과 소설책 할 것없이 책이 넘치게 많았다. 인형놀이를 할 때에도 책에서 나온 주인공 이름(포세이돈)을 따서 부르곤 했던 했고 언니따라 읽는 만화책, 남동생 따라 읽는 만화책이 달랐다. 중, 고등학교 때는 교지를 만드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친한친구가 있던 동아리여서 들어가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책을 좋아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수업시간에도 교과서 안에 책을 넣어서 읽곤 하는 친구들이 늘 있었는데 그정도로 책을 좋아해야, 책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책을 좋아한다. 휴대폰 사진첩에는 ‘읽고 싶은 책’ 사진이 가득하다. 읽고 싶은 책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손에 넣고 싶다. 읽는 것은 나중 문제, 일단은 내가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이 급해서 상호대차로 신청한 책이 도서관에 도착하는, 기껏해야 2, 3일 걸리는 그 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비치되어 있는 다른 동네 도서관까지 달려가기도 했다. 새로운 곳에 운전해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지만, 책을 위해서라면 낯선 동네로의 작은 모험도 기꺼이 감수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나는 늘 책을 먼저 챙긴다. 유튜브 브이로그나 인터넷 글보다도 나는 여전히 론니플래닛을 빌려 보고, 편집자가 추천한 식당을 노트에 정성스럽게 옮겨 적는다. 여행지에 가서도 그 도시의 서점을 들러보는 것은 당연히 해야할 일! 그래서 우리집 책장엔 다른 도시에서 산 책들이 꽂혀있다. 나만 알아보는, 서점 컬렉션이다.
늘 혼자 책을 읽는 것이 편했던 나 이지만 새로운 장소인 이 곳 벤쿠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북클럽에 가입하는 것! 신청하고 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멤버들의 변화 없이 이어져온 북클럽에 나이대도 인종도 맞지 않은 내가 엉뚱하게 들어간 셈이었다. 그러나 북클럽에 가기도 전에 나에게 책을 빌려주겠다며 먼 동네에 사는 나에게 북클럽 책을 가지고 다가와주셨다. 벤쿠버에서 처음으로 낯선 이에게 받은 따뜻한 환영의 순간이었다
요즘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읽었지만 나만 안읽은 책-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으로 읽고 있다. 해리포터를 책이나 영화로도 보지 않은 사람이 바로 나! 마흔을 넘긴 지금에서야 해리포터를 읽기 시작했다. 7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벌써 6권 중반부에 접어들었는데 아침저녁으로 함께 책을 읽자고 조르는 나의 동반자, 바로 나의 아들 덕분이다. (오디오북을 켜고 동시에 책을 읽는데 아이는 듣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책 진도가 안나가면 오디오북과 함께 읽는 것이 최고!)
1권에서 11살이던 해리는 지금 읽고 있는 6권에서는 17살이다. 조앤 롤링은 독자들이 해리포터 시리즈와 함께 성장하기를 바랐고, 그래서 3권 이후부터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어두운 분위기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우리는 해리의 몇 년치의 성장기를 몇 달만에 휘몰아치듯 읽고 있는데...요즘에 읽는 부분에서는 론이 헤르미온느가 질투나게 하려고 다른 여자인 라벤더와 공개적으로 키스 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아들, 너 이것 읽어도 괜찮나 싶어 슬쩍 보니 코나 파고 있는 코딱지 친구이다.
6편까지 함께 한 동반자, 나의 아들. 이제와서 네 나이에는 내용이 야하니 그만들으라고 하기에는 멀리 온 것 같다. 그냥 알아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아니, 사실 이해못한채 흘려버렸길.
라이킷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실수로
이전 글을 브런치북에 포함시키지 못해 삭제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