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득템의 기쁨, Thrift Store

by 메이

학교 앞 떡볶이집이나 귀여운 것만 모아 파는 소품가게처럼, 벤쿠버에도 내가 주기적으로 들르게 되는 가게가 있다. “별거 없네” 하며 빈손으로 돌아올 때가 훨씬 많지만, 그래도 이번엔 득템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슬쩍 들어가보게 되는 곳. 바로 중고매장, Thrift Store다.


언제 처음 가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 책부터 접시, 스키 고글, 스포츠 장비 가방, 스케이트, 신발, 모자, 스키 장비까지. 언뜻 떠오르는 것만 이 정도이니, 아마 더 많은 것들을 샀을 것이다. 부지런히 들른 만큼 쏠쏠하게 필요한 물건들을 건져 올렸고, 물론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사서 나온 적도 많았지만, 그조차도 나름의 재미였다.


내 첫 골프 클럽 세트도 Thrift Store에서 만났다. 달리기를 하던 중 우연히 매장 앞에 놓인 골프 클럽 세트를 발견했고,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 사도 괜찮을지 물었다. (골프에 대해 전혀 몰라서 어떤 클럽이 필요한지, 여성용이 맞는지 알지도 못했다) 몇 개 빠진 클럽이 있긴 했지만, 좋은 구성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결국 달리기는 거기서 멈추고 골프 가방을 사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Thrift Store는 보는 즉시 사야한다! 한바퀴 더 돌고 나면 괜찮아 보이는 것은 이미 가게를 떠난 이후가 될테니.... 골프클럽세트, 아마존 가격 550달러- Thrift Store가격 75달러.

골프 우산도 중고매장에서 구입했는데, 라운딩 중 우산을 펼치자 함께 돌던 현지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 골프장에 가봤어요? 라스베이거스 근처에 있는 정말 좋은 곳이에요.” 검색해보니 실제로 한국 돈으로 50만 원쯤 하는 고급 골프장이었다. 골프 실력은 초보지만, 우산 하나 덕분에 괜히 멋진 골프장에서 라운딩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골프우산, 아마존 가격 30달러-Thrift Store가격 5달러. 단, 우산에 작은 구멍이 있음.

어느 날 바나나 리퍼블릭 매장 앞을 지나가다가, 핑크색 원피스와 하늘색 정장이 나란히 걸려 있는 걸 보았고 그 옷을 입고 남편과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와이 여행을 앞두고, 나는 사진 촬영용 원피스를 찾아 다시 Thrift Store에 들렀다.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새 Zara 원피스가 수많은 옷 사이에 걸려 있었고,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정가 100달러짜리 원피스- 15달러

Thrift Store의 모든 물건은 사람들의 기부로 모인 것들이고, 판매 수익은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상태가 깨끗하고 품질 좋은 물건들도 많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인 간 거래를 해도 적지 않은 값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기꺼이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매장엔 항상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부문화, 그리고 중고 물건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분위기. 그 모든 것이 부럽게 느껴진다.


뜻밖의 득템이 기다리고 있는 곳, 가격 때문에 포기할 일이 없는 곳. 그래서 당분간 그만 가야지 다짐하고도, 어느새 또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곳. Thrift Store는, 내게 그런 공간이다.


나의 보물창고
나와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골프백
비닐도 뜯지 않은 골프채가 중고매장에 나와있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4화함께 걸을까?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