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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테리 Jun 05. 2023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

‘매불쇼’

‘웃기시네’ 

‘180초’  

‘청담동 0.5초 정우성’...  


요즘 제게 웃음을 주는   ‘웃음유발단’ 공개합니다.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사랑에 후횐 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 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故 신 해철 님의 노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中 


고인의 노래를 좋아했다. 

어렵고 험한 길을 만나도 

굴하지 않고 연인을 사랑하겠노라. 

다짐하는 이의 표정은 

얼마나 단단하고 견고한 모습 일지 

생각만 해도 숭고해졌다. 


마음이 내면의 에너지 출발점이라면, 

표정은 외형의 에너지 출발점이다. 

입을 열어 표현하기 전까지는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표정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마련이다. 

기쁨, 슬픔, 분노, 당황, 황당, 환희, 

배고픔, 짜증, 연민, 애증, 반가움, 

혐오, 낯섦, 설렘...

많고도 많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미묘한 표정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여기서 TMI 하나, 

사람의 신체에는 약 600개의 근육이 있는데 

그중  얼굴의 근육은 43개, 

웃을 때 필요한 근육의 개수는 약 17개로 

찡그릴  때보다 더 많은 근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17개의 근육은  

최전방에 서서 부지런히 관계를 돌파해 나가는 

스트라이커 손흥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애초에 우리가 웃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그가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반면, 나는 언젠가부터 감정을 잃어버려 

눈물도, 웃음도 더는 생성되지 않는 

마른오징어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우수에 가득 차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슬픈  눈을 가졌다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관리비가 연체되어 단수 조치가 내려진 수도꼭지처럼 

한 방울의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요즘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듣고 있는 

삶을 위한 교육 세미나에서도 

거울을 보며  웃으며 10배, 100배 

신나는 존재 창조하기 과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거울을 보며 미친놈처럼 

뜬금없고 아무 이유도 없이 웃기를 시전해 본 결과…. 


더 신나기는커녕 그냥 미친놈 같았다. 

그런데, 내 안에 파열된 줄만 알았던 

근육세포가 멀쩡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교회 형이랑  대화를 나누다가 

그 형이 요즘 즐겨본다는 유튜브 채널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그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근육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목부터가 ‘웃기시네’라는 채널이었고 

‘전 여친 시리즈’라는 콘텐츠는 

나를 늦은 밤까지 정주행 하게 했다. 

꼭꼭 숨어있던 악당 일당을 일망타진하듯 

나는 단번에 17인조 웃음 일당을 신체의 최상단에 노출시켰다.  


신기한 것은, 

그 후에 줌으로 조원들과 만나는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에 대해 인정해 주는 대화를 하다가 

누군가가 말하길 내가 ‘웃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며칠간 유튜브를 보며 낄낄거린 것뿐인데 

그것으로 대대적인 인상의 개편이 이루어졌다고…?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이 

화면으로 보는 내 인상이 정말로 

우거지상이 아닌 스마일상에 가깝게 보였다. 


세미나를 통 해서 내가 얻은 분별은 

내가 어떤 존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존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도출된다. 


나는 웃었고, 계속해서 웃다 보니 

뇌에서 ‘아, 이 녀석이 웃는 존재를  선택했구나’ 

그럼 그 존재에 맞는 표정을 외형에 노출시켜야겠다. 

라고  계산했는지도 모른다.  


‘힘들 때 우는 사람은 삼류다, 참는 사람은 이류다. 

웃는 사람이 일류 다’라는 명언처럼 

‘아!!!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합당한 표정이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는 별개로 신나는 표정을 

내가 만들어 갈 수 도 있는 거구나….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다 보니 행복해지는  거란 말도 

완벽한 개소리는 아니었다는 것을 성찰하게 되었다. 


그래서, 웃는다. 내일도 웃을 것이다. 


"주식아 아무리 꼬라박아 봐라, 

 정치판아, 니들이 아무리 개판 쳐봐라!!, 

 삶이여, 아무리 나를 외면해보 거라!! "


나는 진짜로 웃을 것이다. 마침내 웃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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