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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광 Jun 06. 2024

달리자 오칠아, 봄을 향해서

스타가 된 떠돌이 개 이야기 2

-지난 화에서 이어집니다


오칠이는 차를 좇아 달리기를 잘했다. 시급하게 구조를 결심했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진의 집 앞에 머물고 나서부터 오칠이는 출근하는 진의 차를 좇아 내달렸다. 도로까지 따라오는 게 너무 위험해서 진은 몇 번이나 차를 세워가며 오칠이를 달래야 했다. 다시 멀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오칠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탄 차를 향해 숨을 헐떡이며 달렸다.


그날도 오칠이는 달렸다. 원보호자님들의 차를 좇아서.




오칠이의 칩을 확인한 뒤 진은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곧바로 만나 뵐 수 있었다. 진과 오칠이, 그리고 함께 구조와 보호를 상의하던 주민 두 분이 함께 약속장소에서 원보호자를 기다렸다. 흙먼지가 묻은 트럭에서 내린 건 초로의 부부였다.


이눔시키 어디 갔었어! 어이, 이거나 먹어라.


아버님의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간식부터 내미는 손에는 은근한 애정이 묻어났다. 오칠이는 아버님을 약간 무서워하면서도 두 분에게 알은체를 했다. 어머님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두 분은 오칠이를 시보호소에서 만나 입양하셨고 밭에 묶어 두고 기르셨다고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가 도망쳤고 그 근방 외에는 더 찾아보지 않으셨다고. 오칠이가 혼자서 길 위를 떠돈 게 거의 일 년이 되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진은 정중하게 아이에 대한 포기를 요청했다. 두 분이 다시 오칠이를 데려간다면 전과 같이 밭에 두셔야 하는데, 거기는 사람이 상주하는 곳이 아니었다. 다시 도망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진은 그보다는 우리가 보호하면서 더 안정적인 입양처를 구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그게 아이에게 더 좋지 않겠냐고. 특히 어머님이 아쉬운 내색을 보이셨지만 두 분 모두 그 자리에서 동의해 주셨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두 분이 겨우 차에 오르고, 트럭이 뒤를 보이며 멀어져 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오칠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발진에 아무도 미처 오칠이를 붙잡지 못했다. 제일 앞에는 트럭이, 이어서 오칠이가, 그 뒤를 진과 일행이 잇는 위태로운 달리기가 시작됐다. 세 사람은 숨이 턱에 차도록 뛰었지만 달리는 자동차와 전력으로 그걸 뒤좇는 오칠이를 쉽게 따라잡을 수 없었다. 있는 대로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지만 원보호자님 두 분은 보지 못하신 듯했다. 그렇게 몇백 미터를 달렸을까. 신호에 걸린 차가 멈춘 사이에 오칠이가 가까이 온 걸 발견하고 두 분이 내리셨다. 어머님의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었고, 헐떡이며 도착한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이 오칠이를 꼭 붙잡고 트럭이 다시 출발하고, 뿌리치고 달려 나간 오칠이를 보고 트럭이 다시 멈춰 서고.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 트럭이 모퉁이를 한번 돌고 나서야 오칠이의 발이 멈추었다. 진은 오칠이가 다시 달리기 전에 간식을 흔들며 반대편으로 달렸다. 오칠이가 따라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세 사람과 오칠이는 다시 집을 향해 달렸다. 트럭이 달리는 반대 방향으로. 눈물이 양방향으로 날리는, 숨 가쁜 이별이었다.



오칠이는 명랑하게 지내고 있다. 낮에는 주로 진의 집에서 고양이들과 어울려 쉬고, 아침저녁으로 나나 진과 함께 산책을 한다. 산책 시간을 나눠 맡아주는 분들도 계시고, 혼자서 길거리를 누비던 오칠이를 알아보고 인사해 주는 이웃분들도 많다. 어느새 동네의 유명인사가 되어 사랑을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길 생활 중 불규칙한 식사로 불어있던 체중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모질도 부드러워졌다. 특유의 해사한 얼굴도 제 빛을 찾았다.


그러다 바쁘고 불규칙한 일정에 결국 진의 몸상태가 너무 나빠져 한동안 오칠이가 호텔에서 지내게 된 사연이 있었다. 유치원과 붙어있는 곳이라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도 어울리고 훈련사분들과 교감도 많이 하며 지낼 수 있었다. 맑아진 날씨와 함께 돌아온 오칠이는 이제 낯선 사람과도 거리를 좁히고 마주치는 강아지들과 더 편안하게 인사도 나누는 사회성이 생겼다. 오칠이 없이는 함께 걸을 시간도 잘 못 내던 진과 나도 아침 햇살을 다시 쬘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봄과 함께 돌아온 오칠이. 우리에게 선물해 준 이 봄을 오칠이도 돌려받을 수 있게 따듯한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달리자 오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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