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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 May 24. 2023

아니, 진짜 전쟁이라고?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에 온 지 겨우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던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공격하며 전면전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나는 뉴스를 보며 아내에게 말했다.


“아니, 이거 진짜야? 21세기에 전쟁이라고?”


러시아에서 10년을 살았던 아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면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하곤 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과거 크림반도 때와는 다르게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 내가 아는 분도 러시아 전문가로 청와대에 이번 사안과 관련되어 의견을 냈는데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어”


사실 아내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오랫동안 살았던 교민들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도 거의 같은 말을 했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러시아는 충격적인 선택을 결정했다. 전쟁!!


물론 러시아는 전쟁이 아니라 “특별 군사 작전”이라 불렀지만 누가 봐도 이건 분쟁 지역이 아니라 한 나라를 공격한 전쟁이자 전면전이었다. 러시아가 시작한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고 전쟁의 여파는 세계 곳곳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경제, 군사, 석유, 가스, 반도체, 곡물 등. 무엇하나 요동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당연히 전쟁의 여파는 이제 막 1년 차 모스크바 살이에 들어간 나에게도 불어닥쳤다.


 ‘이 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이러다 모스크바도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

  내일이라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나는 러시아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러시아를 잘 아는 사람도 아니다. 당연히 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복잡한 역학관계, 역사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넘어 나는 ‘전쟁 중’에 있는 국가에 살면서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을 여전히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는 ‘전쟁 중’이라는 특별한 시간 속에서 내가 경험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비록 직접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떨어지진 않지만 전쟁은 나를 포함해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총탄과 포탄을 던졌다.


그런데 어쩌면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비록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아닐지라도 삶은 지금도 우리에게 수많은 총탄을 날리고 포탄을 집어던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 이야기가 곧 인생이라는 전쟁의 한 복판에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생존 에세이>라 부르고자 한다. 지금도 전쟁 같은 삶의 한 복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존을 위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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