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행에 대한 로망은 공항에서부터

by 김볕

인천과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가 완성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쯤, 남편과 함께 인천공항을 구경한 적이 있다.

갯벌 위로 끝이 보이지 않은 다리를 달리는 기분이란.

"이렇게 긴 다리를 지으려다 꽤 많은 사람이 죽었지."

라는 무시무시한 남편의 말이 진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끝이 없어 보였던 다리의 끝을 통과하면 넓은 도로가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쭉 달리다 보니 은색 지붕이 반짝이는-그때는 진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었다-인천 제1터미널이 보였다. 우린 뭣에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갔다. 해외여행이 목적이 아닌 공항이 목적인 사람 둘.

공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흰 시계탑 지나 계속 걸었다. 큰 캐리어를 끌고 엄청 큰 여행 가방을 멘 여행객들과 뒤엉키니 마치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결혼하면 자주 가자."


그때 했던 남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고, 부부가 된 후 스무 번이 넘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과 주어진 역할에 잠식되기 직전 남편은 티켓을 끊는다. 물론 여행이 모두에게 새로움과 설렘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공무원과 회사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는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낯선 공간에서 타인으로 살아가는 해방의 순간을 늘 꿈꾼다.


이번엔 좀 더 먼 곳을 택했다. 티켓을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일정을 짰다. 그랬듯 조금씩 로망을 현실로 만드는 시간들이 쌓여 공항에 도착했다.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인천대교와 공항 자체가 주는 설렘도 감가상각이라는 것이 적용되는 것 같다.

여행 횟수가 잦아질수록 인천대교와 공항에 반응하는 내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무덤덤해지다 못해 피곤하고 힘든 출국 수속과 긴 비행을 피하고 싶어진다.


여행을 한 백 번 다니면 여행에 대한 감흥도 사라질까.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유명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을 봐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예상하게 된다.


삶은 여행이라고 했던가. 나에겐 여행도 삶이다. 가다 지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또 떠나고 싶으면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번다. 그 시작과 끝에 인천 공항과 인천 대교가 있다.


여행의 시작이자 여행의 끝이 되는 이곳. 우리 가족은 이제 포르투갈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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