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언어를 몰라도 괜찮다-1

외국인 앞에만 서면 왜 난 작아지는가

by 김볕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아마도 비싼 비행기 티켓을 포함한 여행경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 혹은 여유롭게 긴 시간을 내기 힘든 여러 상황이겠지. 하지만 이런 이유야 이미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에게 주로 해당된다. 실제 한 번도 해외를 나가지 못한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미지의 영역에 쉽사리 발을 들이기란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여행 정보가 넘쳐나고, 기능이 뛰어난 번역앱들이 생겨나도 여행을 떠나겠다는 결정은 당사자의 마음에 달렸다.

유일하게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뿐. 해외로 나가면 무조건 다른 언어를 접해야 하는 처지이다.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만으로는 전혀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북한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갈 수 없는 그곳) 비행기에 내리는 순간부터 토종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낯선 언어와 맞닥뜨리게 된다.


포르투갈은 영어권 국가가 아니다. 그들도 고유의 언어인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포르투갈어는 약 3억 명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전 세계 언어의 5~9위 안에 드는 대형 언어라고 한다. (나무위키 참고함)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생소한 언어이지 실제로 다양한 국가에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많은 인원이 브라질이라는 사실! 그래서 브라질식 포어와 포르투갈식 포어로 나누기도 한다는데.. 나에겐 둘 다 생소하다.


첫 글에 잠깐 언급했지만, 나의 첫 일본 여행에서 '게리'라는 단어 하나로 소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가방에 넣어간 바로 이 전자 사전 덕분이었다.

제2외국어가 독일어였던-그렇다고 해도 '구텐탁' 정도의 인사말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일본어의 o도 모르고 간 도쿄 어느 호텔에서, 위급한 상황에선 완벽하지 않은 영어도 일본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구겨진 인상으로 배를 부여잡은 나의 몸짓이 오히려 더 그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었다.

다행히 세월이 꽤 흐른 뒤 방문한 일본 여행에서는 파파고라는 당시 획기적인 번역앱의 등장으로, 뭐든지 사진으로 찍어 무슨 복권 긁듯 긁어대며 메뉴판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랐고 상점에서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었다. 해외여행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술도 더 발전했다. 이젠 글로벌한 시대에 맞춰 AI기능이 탑재된 번역 기능을 앞세워 스마트폰 광고를 한다. 하지만 왜 여전히 난 외국인과의 소통을 주저하게 되는 것일까.


여러 여행을 다니면서 깨달은 건, 유명 관광지의 경우 그 나라 언어를 모르더라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인 영어. 세계로 쭉쭉 뻗어나가려면 영어를 해야 하는구나. 여행지에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 능력은 어찌 보면 생과 사가 달린, 내 돈과 시간이 걸린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동기만큼 배움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없기에.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영어울렁증에서 벗어나고자 대한민국에서 영어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야나두'를 시작으로, '빨간 모자선생님'의 유튜브 영상과 '민병철 전화영어'를 통해 한 2-3년 열심히 공부했다.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은 난 남편에게 "여보! 이제 영어권으로 갈 때야!"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으니까. 그 덕에 아이와 둘이 떠난(아이의 친구와 엄마 포함) 상해 여행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하고-비웃지 마시라-와 호텔 전화로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물어볼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지. 흑흑.


그런데, 포르투갈어라니. 7개월이라는 준비 기간 동안 포르투갈어를 공부해 볼까라는 욕심이 생겼다. 내가 선택한 식당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메뉴를 주문하면 어떨까, 처음 만난 포르투갈인과 간단한 인사 정도는 나눠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영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로 여행을 하는 경험을 나한테 주고 싶었달까. 영어 말고 다른 언어, 브라질에서도 쓸 수 있고 스페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포르투갈어이기에 더 매력적이기도 했다.(언젠간 갈테니까) 그리고 심지어 언어 천재 타일러도 요즘 포르투갈어에 푹 빠졌다고 하지 않나!

유튜브를 검색했더니 생각보다 포르투갈어를 알려주는 채널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중 제일 마음에 드는 영상을 하나를 골라 틀었고(바로 위의 채널), 부끄럽게도 '봉디아'와 '뚜뚜 뱅'이라는 두 개의 표현밖에 외우지 못했다. 심지어 '잘 지냈니?'라는 뜻의 뚜뚜 뱅은 여행지에서 단 한 번도 쓸 기회가 없었으니 말 다 한 셈. 바빴다. 그래 바빴다고 치자. 결국 포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수준은커녕, 그동안 공부한 영어도 다 까먹은 상태로 포르투갈 여행에 뛰어들었다. 나의 꿈은 결국 이뤄질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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