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놈만 팬다.
친구가 '직업 특성'상 라면 먹을 일이 많아서
괴롭다고 했다.
참고로
친구의 직업은
"하.. 오늘은 또 무슨 글을 써야 할까..."
"아..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까..."
"흠.. 내 콘텐츠를 어떻게 알릴까..."
"헐.. 와이프가 갑자기 날 왜, 부를까..."
그리고,
"내 콘텐츠를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
'타깃'이 가장 중요하다.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의 효자상품은 따로 있다.
진라면이 아니라 바로 '스낵면'이다. 1992년 6월 30일에 출시된 라면이다. 2012년 출시 20주년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곧 30주년이다. 국수 가락처럼 가느다란 면과 맵지 않은 스프로 인기가 있다. 면이 가늘어서 조리시간도 2분으로 다른 라면에 비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스낵면은 2006년 5월 13일에 '스펀지(KBS 프로그램)'에서 국내 미각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실험에서 1위로 선정됐다. 그 실험의 주제가 <밥을 말아 먹으면 가장 맛있는 라면 찾기>였다.
당연히 오뚜기는 아예 방송 직후부터 '밥을 말아 먹었을 때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광고했다. 포장지에도 '밥 말아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는 문구를 써넣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밥을 말아 먹었을 때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는 건, 일단 '밥이 있다'라는 가정이다. 문제는 라면을 먹는 이유에 있다.
라면은 밥이 없어서 먹는다. 혹은 밥은 있지만 반찬이 없어서, 귀찮아서 라면을 먹는다. 그런데 스낵면은 무조건 밥이 있어야 맛있어지는 마법 같은 라면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돈을 벌려고 취업하려는데, 취업하려면 돈을 내라는 양아치와 비슷하다. 취준생들의 절박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양아치가 취업컨설팅 분야에서 '독보적'이라면 어떨까. 양아치를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당신의 콘텐츠, 글쓰기도 그래야 한다.
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 밥을 하게 만든다.
지금부터 아쉬운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마케팅, 브랜딩의 끝판왕이다.
'글'도 스낵면처럼 써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당신의 콘텐츠를 어떻게 브랜딩하고, 고객이 불편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경우 '린브랜딩'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말하는 린브랜딩(Lean Branding)이란 '꼭 필요한 최소 요소만을 선정해 정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미션과 4가지 최소 요소로 이뤄진다.
4가지 요소는 'Promise, Story, Value, Communication identity'다.
내 팔 것(콘텐츠)을 누구한테 팔 것인가를 정리하면 된다. 한 마디로.
더 쉽게 말하자면
나는 어떤 타깃의 어떤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남다르게 해결해 줄 OO다.
스낵면은 (싼값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밥 말아먹을 때 가장 맛있는 라면이다.
당신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나는 글도 잘 쓰고, 글씨도 잘 쓰고, 말도 잘하고, 제안서와 PPT도 기가 막히게 잘 만들며 심지어 (아직) 하나밖에 없는 와이프한테도 잘한다. 하지만 '글 쓰는 데'에만 오롯이 집중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하루에 쓸 수 있는 뇌의 용량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가장 못마땅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튼, 한 놈만 패야 한다.
관심 있거나 자신이 있거나 반드시 해야 할 것이나 말이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타깃은 알아서 유입이 되게 되고 지속적인 콘텐츠가 선순환되는 구조다.
어차피 사나이 못 울릴 바에야 배고픈 사람들까지 울리진 말아야지 않겠는가. 라면 먹고 꼭 밥을 말아먹겠다는 놈들만 잡아서 공략하는 게 더 빠르고 효율적이다. 그놈만을 달래줄 글을 쓰면 된다.
타깃이 알아서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든다.
"밥 말아먹을 건데 스낵면 없어요?"
한 놈만 패면 그 비슷한 놈들은 알아서 기게 되어있다.
스낵면이 가장 맛있다고 하면서 좀 사달라고 애원하면 사겠는가? 아니다. 밥 말아먹겠다며 돈은 없지만 식욕은 많은 청춘만 꾸준하게 공략하면 된다. 그러면 그 이미지가 곧 브랜드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라면 먹으려고 밥을 하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값이 싸더라도 상관없다. 한 봉지 당 700원에 불과한 라면이 100억 원을 훌쩍 웃도는 매출을 내고 있다. 스낵면 말이다. 심지어 광고도 이젠 안 한다.
당신의 콘텐츠 본질이 항상 변함없다면 인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타깃은 내가 케어해줄 수 있는 가장 만만한 대상을 고르고, 끝까지 배신하지만 않으면 된다. 여기에서 타깃의 잠재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얼마나 잘 케어(문제→해결)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소수의 분야라도 한 분야를 내가 먼저 장악해버리는 것이 포인트다.
작더라도 단 하나의 분야를 선점하고 장악했을 때, 비로소 독보적이게 된다.
그 3단계 과정을 스낵면을 통해 알아보자.
라면을 파는 회사는 많다.
라면의 종류는 더 많다. 그중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 무조건 싸게만 팔 것인가?
· 다시마를 3개 넣을 것인가?
· 혀가 등기이전할 정도로 맵게 할 것인가?
아무 특색 없이 가격만 싸면, 결국 피똥 싼다.
배고픈 청춘들은 가성비를 따지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추가적으로 가치를 더해야 한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라면에 김치를 먹거나,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는다. 김치까지 줄 순 없어도, 밥 말아먹을 때 스트레스까지 줄 순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덜 자극적으로 속을 달래주는 죽 같은 맛이 죽여준다. 그리고 순하고 자극적이지 않아야 하나 먹을 거 두 개 먹지.
잊지 말 것!
돈 없고 배고플 때 잘해줘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 그래야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알고 배신하지 않는다.
당신이 찾아야 할 타깃도 그래야 한다.
'밥 말아먹을 때 가장 맛있다'
는 것만 각인시킨다면 이후엔 홍보가 필요 없다. 누가 따라 하지도 못하다. 따라 하면 오히려 더 고맙다. 왜냐하면 인간은 항상 그랬듯 오리지널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뭐든 1빠가 중요한 법이다.
생각해보자. 달에 두 번째로 발 디딘 사람은 누군가?
어설픈 뜨내기 100명보다, 확실한 매니아 1명이 낫다.
그 확실한 1명이 250명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전설적인 세일즈맨(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가 말한 250의 법칙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고객 1명과 연관된 사람은 평균 250명이 있다는 것이다. 1명을 감동시키면 그 뒤에 250명의 소개가 나온다. 반대로 1명을 실망시킨다면,
그냥 말아먹는 거지 뭐.
잊지 말 것!
당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단 1명을 감동시키위해 진심으로 올인한다. 그들이 알아서 영업해 준다.
밥이 아니라 사업 말아먹기 싫다면 말이다.
영원한 건 없다.
그러나 오래가는 건 있다. 건전지 말고도.
나만의 팬(매니아)을 가지고 있다면, 그 숫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정 분야에서만 팬을 만들고, 팬 1명, 1명을 감동시키기 위해 올인한다. 더 이상의 광고, 홍보 등은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결국 그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누군가 당신 분야에 관심을 갖는 순간, 무조건 당신에게 돈 싸 들고 찾아올 수밖에 없다. 울며 밥 말아먹어야 한다.
잊지 말 것!
매니아만 있으면 30년 간다. 별 노력 없이도 말이다. 스낵면을 보라.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무려 4년 동안 말이죠.
그런데 용어도 어렵고, 자꾸 똑같은 말과 사례들만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0살짜리 애가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게끔 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이해가 안 간다면,
추측건대 9세 이하 혹은 미취학아동일 듯.
여하튼
글은 쉽고 재밌어야 합니다.
게다가 짧으면 더 좋고요.
그렇다고 처 웃기기만 한건 아닙니다.
반드시 가치 있는 한 가지는 줘야 합니다.
저는 그런 글을 씁니다.
재밌는 글, 재미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위한 글을 씁니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글을 가장 재밌게 쓰는,
이용만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