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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원 Jul 12. 2022

자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이에게

니체의 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길 원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을 향해 던지고, 성실하고 확고하게 대답하라.

지금까지 자신이 진실로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자신의 영혼이 더 높은 차원을 향하도록 이끌어준 것은 무엇이었는가?
무엇이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기쁨을 안겨주었는가?
지금까지 자신은 어떠한 것에 몰입하였는가?

이들 질문에 대답하였을 때 자신의 본질이 뚜렷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


- 책 <니체의 말> 중



매일 같이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질문들이 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그 일이 진짜 하고 싶은 게 맞나? 나는 그걸 정말 좋아하는 걸까? 나는 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거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


나에게 스스로 묻는 본질적인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성실하고 확고하게 답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단 경험해봐야 대답할 수 있다는 일리 있는 방식에 매료돼 무턱대고 이것저것 도전해보았지만 아직까지는 내 안에 떠오른 질문에 완벽하게 답하지 못하고 넘기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sns 댓글에서 '호도하다'라는 단어와 꽤 오랜만에 마주했는데,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보고는 아주 지금의 내 상황을 잘 표현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도하다' 
: (비유적으로)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버리다. 

나는 스스로 던진 수많은 질문들을 무시한 채 자신의 상황을 호도하고 있는 책임감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은 한번 니체의 첫 번째 질문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답해보려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진실로 사랑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뭐든 자연스러운 것을 진실로 사랑한다. 그것이 내 생각이든, 말이든, 상황이든, 사람이든. 꾸밈이 없는 모든 걸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 타인의 공감을 얻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을 좋아한다.


나는 어린 시절 골목대장이 따로 없었다. 동네 곳곳을 누비며 놀러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친구들과 해 질 녘까지도 신나게 놀다가 집에 땀범벅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것을 지키며 누가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웃는 내 모습은 참 사랑스러웠다. 


어른이 되면서는 어릴 때 없던 부담감이나 불안감이 엄습하는 일이 잦아졌고,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자연스러움을 잃어가는 일이 많았다. 사회나 사람들로 받는 기대나 압박감을 충족하기 위해 점점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러졌고,  나도 나를 모를 지경이 될 때까지 나를 꽁꽁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아직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부모님 눈치를 보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부모님의 평가에 민감해서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거나 쉽사리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가려는 길,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찾고, 결과로 보여드리면 되니까 앞으로는 무언가를 할 때 그냥 날 믿고 해 봐야겠다. 무턱대고. 



언젠가 인스타그램에서 그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남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땐, 과감히 실망시키고 내 갈 길 가자.'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몸에 힘주지 말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자.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억지로 하지 말자.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애쓰느라 느끼는 불편함 감정은 결국 남에게 피해로 돌아가기도 한다. 남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다가 도리어 실망만 주게 되기도 한다. 애초에 실망시키고 나의 길을 갔다면 내 마음이라도 후련했을 텐데 말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대신, 창조할 수 있는 것으로 에너지를 전환하세요.

- 로이 T. 베넷


그냥, 답은 나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살건, 무엇을 내게 바라건 그것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리를 다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의 만족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나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고, 스스로를 웃게 하고, 자연스럽게 성숙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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