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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사 Y Mar 22. 2023

우리 아이 공부하게 만드는 설득(1)

부모의 입은 아이의 뇌

 한국 땅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가 설 자리는 위태롭다. 필자의 부모님이 그랬고 여러분들이 그렇듯, 공부 못하는 사람은 어딜 가서나 무시 받기가 일쑤다. 이런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말로 그런 사회가 되기 전까지 우리 아이가 어디서 무시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공부'를 시켜야 한다.

 

 하지만 유독 우리 아이는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말해도 도통 알아듣지를 못하고 매번 게임을 하거나 휴대폰을 쥐고 살기만 한다. 어쩔 땐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가도, 영 성에 찰 만큼 공부에 매진하는 것 같지가 않다.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공부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히 크다. 아이가 만약 공부를 하기 싫어한다면, 여러분들이 젊은 시절 공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더 노골적으로 말해보자면,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미안해 해야 맞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태어난 이상, 유전자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여러분께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수능 정도의 시험에서 공부 유전자는 그리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평균 정도의 지능만 있으면, 아주 잘하기는 어렵더라도 1등급은 대부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균적인 지능의 아이가 수능에서 1등급을 따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 불안한 부모들은, 아마 이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크다. 충분히 영리한 아이를 둔 경우, 부모들이 대개 학업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들은 언제고 우리 아이가 공부에 뜻을 두면 그때부터 엄청난 속도로 성과를 낼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엄청난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 오랜 경력에 비추어 필자가 정해주자면, 평균정도의 지능을 가진 아이는 적어도 2년 반 이상 '꾸준히' 그리고 '아주 열심히' 해야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이 시간은 전 과목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서두가 길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가 공부 좀 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1. '공부' 이야기를 할 때는 화를 내지 않는다.


  중고등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화가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학업에 있어서만큼은 절대로 언성을 높이지 않기를 정말 간곡히 부탁한다.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아이는 없다. 아이는 '그 자신이 지금의 상태로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점수를 항상 받아 오고 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아이가 여러분의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아이와 이야기할 때에는 '내 아이'가 아니라 '남의 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이의 성과는 아이의 성과고 아이의 몫이다. 여러분이 화를 낼 이유가 전혀 없다.


 필자가 만났던 가장 최악의 부모가 있다. 그 부모는 아이가 나쁜 성적을 받으면 자신의 체면이 상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너무도 불쌍해서 견디기 어려웠다. 그 아이는 이미 충분히 좋은 성적을 받고 있었으며, 자신이 받은 '나쁜 성적'에 이미 충분히 괴로워 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에게 그 부모는 그런 말을 해버렸다. 


 아이는 여러분의 장신구가 아니다. 여러분의 소원을 대신 이뤄주는 '신'도 아니다. 여러분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은 여러분의 아이가 여러분 없이도 세상을 잘 살기를 바라서일 뿐이다. 여러분의 기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잘못된 행동이다.


 그러니 우선 학업에 관련해서는, 절대 아이에게 언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남의 아이'의 일이고, 정말 남의 아이라면 '다음에 잘하면 돼.',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 등의 위로를 건네는 것이 당연하다. 화를 낼 일이 아니다.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은, "때론 강하게 이야기 해야 아이가 절박해지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만약 그 '강하게'가 화를 내며 나온다면 단언하건대 정답은, "그렇지 않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소한 지식이 한 가지 필요하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이성'일까 '감성'일까? 물론 인간의 행동엔 이성과 감성 양쪽이 다 관여하기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현대 뇌과학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보다는 감성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인간의 행동에 조금 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아이와 학업에 관련하여 여러분이 화를 내는 것의 목적이 단순히 여러분의 감정을 토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학업'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주는 것은 학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입장에서야 아이들이 더 이상 혼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효과가 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화'라는 것은 어떤 행동을 '금지'할 때에는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어떤 행동을 '권장'할 때에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2. 아이가 공부하지 않는 이유부터 찾아라. 죄책감의 이용!

 

 이제 화를 내지 않을 준비가 되었다면,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재미없는 공부보다는 게임이 재밌을 수도, 핸드폰이 더 재밌을 수도, 운동이 더 좋을 수도,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일단은 아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관심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대화를 통해 아이의 관심사를 알게 되었다면, 그 관심사에 적극적 지원을 약속해 주어야 한다. 먼저 아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소중하게 다뤄주어야 한다. 예컨대, "우리 A는 엄마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B를 좋아하는구나. 엄마가 더 도와줄 건 없어?"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먼저 아이에게 호의를 보였을 때, 아이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언가 하나를 들어줄 준비가 된다. 일명 염치라고 부르는 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은, 자신이 받은 호의를 '인지'할 때부터 작용한다. 그러니 우선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호의를 베푸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이러한 호의에 대한 '인지'가 계속되면, 아이는 부모에게 일종의 채무감을 갖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여러분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했을 때 아이가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가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겐 행동을 변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이 변할 때까지, 당신은 호의를 베풀고 똑같은 것을 요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학업에 대한 요청은 단 한 번으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호의로 포장한 후, 학업을 요청한다. 아이는 수락하지만, 행동하지는 못한다. 다시 호의로 포장한 후, 학업을 요청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죄책감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이 죄책감이 충분히 쌓인 후에야, 아이는 비로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정말로 무척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를 공부시키기 위해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려고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재미난 것은, 여러분이 아이에게 공부의 필요성을 말하지 않더라도 아이들도 이미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들을 상담했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는 본 적이 없다. 다만 공부가 적성에 맞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여러분이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아무리 두루뭉술할지라도, 아이들은 이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던 이 공부라는 것을 시작할 '마음'이 들지 않았을 뿐이다. 


 죄책감을 이용하는 것은 아이가 부족했던 '마음'을 채워준다. 그것이 아이의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학업에 대한 열정이 됐건, 독기가 됐건, 죄책감이 됐건 일단 채워진 마음은 인간을 행동으로 이끈다. 


 필자는 이 과정의 중요성을 '동기의 단순화'에서 찾는다. 인간은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부정적 종류의 것들에 대해서는 참 이것저것 다양한 면을 발견해 내기도 한다. 여러분의 아이도 그렇다. 공부가 하기 싫은 이유가 아이들에겐 다양하다.


 반면 공부를 해나가는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필자가 왜 공부하는지 물으면 단순히, '돈 많이 벌고 싶어서요.'가 가장 흔한 대답이다. 그런 이유치고는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는 학생도 그것이 대답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미 '행동'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하고 있으니까' 그냥 하는 것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거창한 이유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거창한 생각은 오히려 사람을 멈추게 만든다. 역설처럼 들리겠지만, 행동하려면, 행동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죄책감'은 좋은 동력이다. 사회적으로 매우 건강하고 합리적인 이유로 아이에게 '이성적 근거'와 '감정적 이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베푸는 호의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게 만든다. 아이는 신뢰를 잃고 싶어 하지 않아 하고 행동에 옮긴다.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걸 반대로 한다. 우선 공부를 하면 이후에 무언가를 들어준다는 식인 것이다. 그런 식의 방법은 아이가 작심삼일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길이다. 또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을 두 배로 올려주는 일이다. 아이가 행동하길 바란다면, 우선 아이에게 이것저것 해주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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