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의 칭찬(1)
부모의 입은 아이의 뇌
앞서 말했듯 칭찬은 아이가 성과를 냈을 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칭찬을 꼭 그럴 때만 하라는 법은 없다. 사실 칭찬이 가장 효과가 좋을 때는, 바로 아이가 좌절하거나 우울해 하고 있을 때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과를 냈을 때 하는 칭찬보다 그렇지 못할 때 칭찬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는 평범하고, 평범한 아이들의 평범한 노력은 언제나 좌절을 불러 오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 저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막상 하려고 하면 공부가 잘 안 돼요."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인 학생은 하루에 10시간이고 앉아 있을 수 없다. 설령 그 시간 내내 앉아 있었다고 해도 그 시간을 온전히 활용하는 것은 극소수의 아이들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평범한 아이는 당연히 열심히 할 수 없다. 열심히 하는 순간 평범한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가 믿어준다면 아이는 평범한 아이에서 열심히 하는 아이로, 열심히 하는 아이에서 잘하는 아이로 변화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대한민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곳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은 사실 아이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부모의 책임이다. 부모는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함'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를 말이다.
그러니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좌절하고 낙심해 있을 때를 노려 격려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조금씩 단계를 높여 공부에 열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모들은 기쁨을 표현할 줄만 알지 아이에게 진실한 '격려'를 보낼 줄을 모른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부모'들의 '부모'로부터 격려 받아 본 적이 없기 떄문이다.
단언하건대, 부모는 받아 본 적 없는 격려를 아이에게 보내야만 한다. 그게 어른스러운 일이고, 엄마-아빠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을 하는 게, 아이에게 격려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일관적으로 분석적"인 것이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이 아이는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거의 하지 않다가 뒤늦게 고1에 올라가는 겨울방학부터 미친듯이 공부를 시작했다. 학원에서는 지난 일요일에 중간고사를 앞두고 1주차 시험 대비 원내 평가를 보았다. 아이는 자신이 열심히 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아이는 필자에게 오늘은 학원이 아니라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시간 반 정도 지나서 내게 카톡이 하나 왔다.
"팀장님 오늘따라 스카에서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역사는 쫌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안 나오고 과학도 너무 처참해서 멘탈이 약간 터진 것 같아요.."
이건 학생이 필자에게 보낸 카톡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이다. 필자는 수업을 마치자마자 아이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아이의 풀 죽은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이 상황에서 이 아이가 여러분의 자녀라면, 여러분은 뭐라고 아이를 위로해줄 것인지 잠시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제 필자가 그 아이에게 한 말을 들려드리려 한다. 다음의 내용은 전화 내용을 녹취하여 옮겨 쓴 것이다.
"A야, 생각보다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와서, 마음이 좀 불편해? 내가 너라면 썩 유쾌한 기분이 들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선생님은 너한테 불만이 있어. 너는 지금 네 점수 각각이 처참하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기껏해야 두 달 제대로 공부한 네가 이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그렇게 정의로운 일이 아니야. 너보다 더 오랫동안, 너보다 더 열심히 해 온 애들도 있는데 그런 애들은 모른 척하고 지금 네 점수에 우울해 하는 건 내가 보기엔 도둑놈 심보야.
그래도 네가 우울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그건 내가 보기엔 논리적이지 않아. 너는 지금 네 점수 각각을 뜯어 보면서, 이건 왜 못했고 저건 왜 망했고, 그래서 너는 어떤 놈이고를 다 뜯어 보면서 정작 네가 잘한 일에는 그냥 뭉뚱그려서 열심히 했다고만 표현하잖아. 자기를 분석하고 비판하려면, 못한 것과 잘한 걸 공평하게 분석해서 반성하고 칭찬해야지, 넌 왜 네가 못한 것만 부각해서 네가 한 공부들을 다 허무하게 만드는 거야?
나한테 네가 한 노력을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선생님은 네가 공부한 걸 다 봤으니까, 내가 말해줄까? 네가 B랑 몇 시간이고 과학 문제를 풀었던 거, 혼자 빈 강의실에 가서 말하면서 역사 공부를 했던 거, 안 풀리는 수학문제를 7시간 반이나 붙들고 있던 거, 그런 건 다 어디 가고 고작해야 성적 하나 때문에 우울해 하는 거야.
적어도 내 앞에선 똑바로 말해. 점수가 안 좋아서 멘탈이 터진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를 물어.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성실한 노력으로 정당한 점수를 받는 일이고, 성실하게 노력했지만 정당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우울하다면, 나한테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
네가 공부하는 걸 몇 백 시간이 넘게 지켜 본 내 앞에서 우울해 할 생각하지 말고, 네가 못한 점과 잘한 점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말하고 더 나은 방향을 물어.
난 이렇게 생각해, A야. 일관적으로, 분석적이어야 해.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에도 분석적이어야 해. 난 너한테 항상 논리적인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넌 지금 내 앞에서 하나도 논리적이지 않았어. 내 밑에서 배우는 동안에 넌 논리적이어야 해.
그리고 내가 솔직히 말하자면, 너보다 좋은 점수인 놈들 중에 너보다 열심히 안 한 놈은 없어. 네 성적은 당연한 거야. 반대로 말하면, 적어도 걔네보다 열심히 한 다음에 우울해 해. 만약 네가 걔네보다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온다면, 그때 다시 날 찾아 와. 그럼 내가 며칠이고 몇 주고 옆에서 끼고 공부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다 가르쳐 줄 테니까."
또 다른 학생이 있었다.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적이 현저히 낮았다. 하루는 그 친구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필자는 그 학생을 상담실로 데려 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아무리 해도 수학이 안 돼요. 정말 아무리 해도...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자, 누가 봐도 열심히 했고 독기를 가지고 성실히 한 아이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여러분은 뭐라고 위로해줄 것인가. 잠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필자의 답을 읽어 보길 바란다.
"A야, 아무리 해도 안 돼? 네가 남들보다 머리가 나쁜 것 같아?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냉정하게 말하면,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거든 우리 A가. 그런데 말야, 너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실패하는지 아니? 생각해 봐. 왜 대부분은 실패하거나 평범한 삶을 살고 누군가는 성공한 삶을 살까?
우리 달리기 할 때, 선생님이 마지막에 하는 말 기억해? 왜, 거의 도착지점에 다 와 갔을 때 너희가 달리기를 멈추고 천천히 걸을 때 있잖아. 그때 선생님이 뭐라고 그랬어.
멈추지 말라고. 너희가 지금 가장 힘든 건 당연하다고. 왜냐면 도착점 코앞까지 왔다는 건, 네가 가장 먼 거리를 달렸다는 뜻이니까. 가장 먼 거리를 뛰었으니까 가장 힘든 거라고 말했잖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힘들 때, 결국 걸어버려. 결승선이 코앞인데, 결국 걸어버린단 말야.
지금 너보다 잘하는 애들? 많지. 재능이 너보다 뛰어날 거야. 하지만 이건 기껏해야 100점 만점인 시험이야. 걔네가 너보다 아무리 잘해봐야 120, 200점 받을 수 없단 말야. 그런데 웃긴 건 뭔지 알아? 걔네도 96점까지 올리면 100점까진 걸어가. 제일 힘드니까.
그럼 너는 걔네가 걸을 때 뛰어가면 돼.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실패하는 것처럼, 너도 따라 걸으면 안 돼. 그럼 이미 앞서 있는 걔네가 먼저 도착한단 말야. 걔네가 걸을 때, 네가 뛰어야 돼.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네가 더 오랜 시간 공부하면 돼.
달리다 보면, 너보다 먼저 뛰어가는 애들이 부러울 수 있고 스스로가 형편없이 느껴질 수 있어. 하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시험이라는 게, 모두가 10시간만 공부하고 시험보기로 약속이라도 돼 있니? 걔네가 5시간 10시간 할 때, 네가 10시간 15시간 하면 돼.
내가 보기에 넌 지금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왔으니까, 막 앞만 보고 달릴 땐 안 보이던 애들이 보이는 거야. 예전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보이지도 않던 애들이 드디어 보이는 거야. 나쁜 면만 보지 말란 거야. 드디어 걔네가 보여서,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느끼니까, 그래서 힘든 거야. 그리고, 지금이 네가 가장 멀리 왔을 때니까, 그래서 힘든 거야.
네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 넌 지금 도착점까지 거의 다 온 거야. 나 믿어. 내가 보기에, 넌 지금 거의 다 왔어. 그러니까 더 해봐. 네 입으로 열심히 해도 안 된다고 말하고 싶으면, 적어도 시험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해보고 말해.
그리고 약속할게. 시험이 끝났을 때도 네가 우울하다면, 넌 학원비 안 내도 돼. 그건 내 책임이야. 하지만 난 돈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될 거고, 넌 원비를 낼 거야. 난 거짓말을 하지 않고, 넌 멈추지 않는 거야. 약속해. 넌 분명 나를 믿길 잘했다고 생각할 거야."
"선생님, 저 그간 계속 놀았는데 지금부터 공부하는 건 너무 늦은 거 아닐까요?"
이번엔 수능을 10개월 앞둔 고3 학생의 질문이었다. 이 학생은 고1,2 때까지는 내신 5,6등급을 받는 학생이었다. 여러분은 이 아이에게 어떻게 격려해줄 수 있겠는가?
"A야, 늦었다는 표현은 네가 쓸 표현이 아니야. '늦다'라는 말은 언제나 '~에 늦다.'로 쓰이거든. 하지만 넌 지금 목표가 없어. 목표가 없는 애는 늦었다는 표현을 쓰면 안 돼. 우선 목표부터 정해. 네가 몇 등급을 받고 싶은지, 왜 받고 싶은지, 네 목적지를 정해.
그리고 나서 생각해. 정말 늦었을까? 그런데 말야, A야. 엄마는 널 9개월 걸려서 낳았어. 그리고 지금 네 수능은 10개월 남았고. 무슨 뜻이냐면, 넌 지금 사람이 태어나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야. 9개월이면 사람도 태어나는 시간인데, 이미 태어난 네가 10개월이면 뭘 못 바꾸겠어. 넌 바꿀 수 있어.
하지만 정말로 네 목표가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 고민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건 당연하니까. 하지만 A야, 너 도깨비 알지? 왜, 우리나라 막 무서운 요괴 있잖아. 예전에 그 도깨비가 나온다는 산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산에 올라갔다가 허깨비를 보고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냇물에 빠져 죽고 그랬거든.
그런데 어떤 남자애가 그 산으로 향했어. 어머니가 아프신데 도깨비산 너머에서 어머니를 구할 약을 팔고 있었거든. 남자애는 용기를 내서 그 산을 넘었어. 처음엔 무서웠는데, 막상 넘어보니 별 일 없었다더라고. 그 후로 사람들도 그 산을 편하게 지나다녔대.
재밌지 않아? 허깨비 때문에 죽은 사람은 있는데, 정작 도깨비 때문에 죽은 사람은 없는 거야. 도깨비를 마주하려 한 사람은 죽지 않은 거지. 두려움이란 게 그래. 두려워서 피하기만하는 사람은 허깨비를 본 것처럼 무서워하다가 꼭 사고를 당해. 하지만 두려움을 마주하고 도깨비를 보려 한 사람은 아무도 죽지 않아.
용기를 내야 해. 용기를 내면 모든 불안이 사라지고 네가 뭘 해야 할지만 남아. 잘 생각해. 생각해 보고, 그리고 다시 연락해. 그리고 그땐 나한테 '해도 되냐'고 묻지 말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 그럼 난 널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를 다 해줄 테니까."
이 예시들은 일부일 뿐이고, 또 이 격려가 아이들에게 정말로 힘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 아이들이 필자에게 따로 언급할 만큼 필자가 한 격려는 그 아이에게 힘이 되는 말이었다. 상황에 따라 아이를 격려할 수 있는 말은 정말 많지만, 우선은 이 예시들을 통해 격려하는 말하기의 기본적인 형식을 여러분들께 좀 알려주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