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삶의 소감 03화

역시 스트레스에는 000!

고양이가 최고지!

by 제이디

나는 가끔 일을 하다가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그렇게 되기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거 마냥 우리집 고양이 사진을 찾아본다.

우리집 고양이에 대해서 설명을 조금 하자면 다른 고양이보다 코가 들어간 일명 '가필드'고양이라고 불린다. 내가 보기엔 내 새끼가 더 이뻐보이는지 닮지 않은 것 같지만 코가 들어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사실 사진들도 무진장 많이 찍었지만 열에 아홉이 자고 있는 사진이다. 하나같이 다 눈을 감고 어딘가에 눕거나, 기대고 있는 사진들 뿐이지만 참 귀엽다. 고양이는 왜이렇게 귀엽게 태어났나.

아, 그렇다고 다른 동물들이 귀엽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강아지도, 돌고래도, 기린도, 사자도, 알락꼬리여우원숭이도, 이 외에 말하지 못한 다른 동물들도 다 귀엽다. 다만 같은 집에서 동거하다보니 우리집 고양이들이 마음이 더 갈 뿐이다. 만약 내가 두바이 석유재벌처럼 돈이 셀 수 없이 많아진다면, 그래서 다른 동물들도 키울 수 있다면 다 키우고 싶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응가 치워주랴 닦아주랴 하루가 너무 짧지 않을까?) 아무튼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귀엽다.

몇달 전에는 우리집 고양이 암컷고양이와 수컷고양이가 사고(?)를 쳐서 다섯마리 고양이들이 더 생겼다. 처음 태어날 때만 해도 너무 작고 소중해서 쥐면 깨질까 바람불면 날아갈까 함부로 만지지도 못했다. 그랬던 애들이 요즘에는 제법 커지더니 이빨이 간지러운가 보더라. 종이도 물고, 충전기 선도 물고, 자고 있는 내 발도 어쩌다 한번씩 앙! 물어준다. 악! 싶지만 그래도 귀여운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집 암컷고양이와 수컷고양이는 더이상 암컷과 수컷이 아니게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일에 찌들어 기름진 두피와 땀 냄새 폴폴 나는 몸둥아리를 이끌고 터벅터벅 집에 들어오면 우리집 고양이들은 "왔냥"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눈이 동그랗게 뜨고 쳐다봐준다. 그리고 다시 본인들의 할 일(?)을 하러간다. 그게 다다. 근데도 하루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는 언제 사라졌나 싶다.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드디어 집에 왔구나,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구나하는 안정감이 생긴다. 사실 고양이들이 하는 거라고는 먹고 자고 싸고 놀고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건강히 살아줘서 참 고맙다.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또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되어주기도 한다.

내가 또 하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자연풍경이다. 빠르게 달리는 도로를 넘어 시선을 멀리 두면 그것만으로도 꽤나 웅장해진다. 큰 산도 보이고, 날이 좋은 하늘은 푸르고, 날이 흐린 하늘은 근엄해보인달까. 풍경을 보다보면 어떻게 하늘은 그리도 푸르스름하고, 구름은 뽀얀지, 나무는 어떻게 사계절마다 시시각각 색을 바꿔내는지, 조물주는 자연에 배치해놓은 색깔들을 기가 막히게 뽑아냈다는 걸 볼 때마가 실감한다. 그렇게 거대한 자연 속에 내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하는 일, 내가 받는 스트레스, 내가 쏟은 감정들이 참 콩알만하게 느껴진다. 별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했나 싶고, 무슨 맘을 그렇게 거나하게 먹었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 그 순간만큼의 마인드는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다시 또 직장으로 돌아가서, 맡은 업무를 해내랴, 여기저기서 요청하는 내용 받으랴 또 다시 마음은 종지그릇만해져 뭔가를 담기엔 너무나 벅차다. 담는 게 뭔가. 난 지금 일 하기도 바쁜데. 한없이 옹졸해진 마음은 다음 나만의 힐링캠프 때까지는 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얼른 집이나 가고 싶다. 가서 고양이들하고 뒹굴뒹굴 하고 싶은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몰두하면 한없이 격노하되, 그닥 얻는 것 없는 게 스트레스 아닌가 싶다. 나 같은 사람이라면 받았던 스트레스에 집중하고 싶지 않은데, 머리는 이미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를 알아서 고생시키는 타입이다. 그래서 말의 속뜻을 생각하지 않고 워딩(wording)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받은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끌고 가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그래서 나에게는 고양이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만한 무엇인가 필요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어느 누구도 도피처 없이 받은 스트레스를 그대로 꿀꺽해서 잘 소화해내는 사람은 없었다.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축복받은 멘탈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 그 중에서도 혹시나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서 터지기 일보 직전인 사람이 있다면 얼른 어디든 좋으니 멀리 다녀왔으면 좋겠다. 예전의 나였다면 멀리 어딘가 다녀오는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겠지만, 경험해본 바로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곳에서 느꼈던 해방감을 그 누군가도 느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게 '도망'이라고 생각해서 나 스스로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졌었지만, 도망이 아니라 잠시 '후퇴'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 맞서면 되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고 영영 회피하는 거라면 그것이야말로 '도망'치는 것이 아닐까?

설령 지금이 너무 괴로워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라고 생각된다면, 그래서 더 나은 길로 선택했다면 꼭 그 선택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어딜 가나 장르를 넘나드는 스트레스는 분명 존재하지만 다른 선택을 함으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견딜만 한 거였으면 좋겠다.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얻게되는 장점이 있고, 감내해야할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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