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러시구나
"해당 면접에 아쉽게도 불합격을 알려드립니다.
희망하는 모든 일이 잘 되시길 바라며,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이런 류(?)의 답변들을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내 미래의 형광등 같은 게 꺼진 것 같았고, 내가 타고 있던 외줄이 툭 하고 끊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 면접에 나름 나의 대부분의 시간과 정성을 쏟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고작해야 이런 거라니. 너무하다 싶었다. 이성적이게 생각하는 것보다 감정적인 마음이 더 커서 아무리 괜찮다고 스스로 달래봐도 어지간해서 한 일주일 동안은 머릿속에 '실패'라는 말이 콕 박혀서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도, 목욕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 날 받았던 불합격 문자에 별 이유 없이 격노했다. 내가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거절'했다는 게 속상했다.
그 거절로부터 많은 것들을 연결지으며, 그 연결지은 것들에 대해 하찮게 여기기 시작하는 게 내가 받은 거절에 대한 태도의 두번째 단계였다.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하다가 내 경력이 문제였나. 내 스펙이 좋지 않았나. 응. 좋지 않았지. 증명될만한게 내 이력서에 없는데 뭘 보고 나를 뽑겠어. 여태까지 진짜 일만 했지, 뭘 제대로 일궈낸 게 없네. 시간이 이만큼 흐를동안 도대체 뭐한거야. 여기서도 불합격이라는데, 다른 지원한 곳도 불합격되면 그러면 나는 진짜 뭐 먹고 살지?라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한껏 혼자 암흑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부정의 끝을 달리며 당최 이 절망에서 무엇을 붙잡고 빠져나가야 할지 생각도 들지 않고, 의지도 생기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런 감정의 흐름들이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고, 뭐 저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으시겠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처럼 '거절'을 적당히 넘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나처럼, 또는 나보다 더 많이 상처 받고 좌절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 스스로가 어떠한 기회에 얼마만큼 몰입하고, 준비하고, 맞춰갔는지에 따라서 그 절망감이 비례할거라 생각한다. 너무나 이해된다. 마치 짝사랑 같다. 좋아하는 누군가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고, 막상 나 자신은 그것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아해보도록 애써보고, 상대는 어느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이성은 어떤 스타일인지 등등 어느 것이든 막론하고 상대에 대한 정보를 마구 수집하지 않나. 삶 속에서 맞이하는 어느 상황들은 참 많이 닮아있다.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준비한 것들이, 또는 그렇게 열심이었던 자신이 결과에 대해서 '거절'당했다면, 그냥 그랬나보다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다.
하루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면접을 상황으로한 콩트를 봤는데, 면접관이 면접에서 불합격이 되면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자 '그냥 그런가보다' 할거라고 했던 것을 봤다. 성공해야할 일이 실패하고 나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또 다시 시작하거나,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은 것처럼 보여서 허무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다행인건 '실패'라고 해서 우리네 삶이 게임마냥 흑백화면으로 바뀌거나 죽는게 아니지 않나. 그 쪽이 아니라고 하면 최선을 다했던 내 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절망하는 것보다는 아쉽지만 그 쪽 취향이 아니었나보네 어쩔 수 없지 하고 열심이였던 스스로에게 '나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충분했어'하고 얼른 다른 곳에 도전하는 것도 멋진 모습이다.
중요한건 앞서 말한 나의 태도처럼 오랫동안 부정(否定)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부정적이고 싶을 때마다 꺼내쓰는 일은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스스로가 굳이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것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뱅뱅 돌아서 가는 길을 굳이 꼭 걸어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뱅뱅 돌아가는 길도 필요한 것 같다고 한다면 그 또한 그런가보다 그럼 어쩔 수 없지싶다.
사회에서 주는 '거절'에 대해서 크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에 관한 '거절'은 또 다른 성숙을 키워주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회가 주는 '거절'은 한번 빠지면 유익도 없이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별로 좋은 점이 없어보인다. 필요하다면 그 거절에 대해서 그냥 '아, 그래? 그럼 그런가보다.'하고 가볍게 넘겨준다면 자기 자신을 해치는 일 없이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절망에서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한다면 앞으로 더 나아갈 힘도 없지 않겠나. 굳이 얻는 것 없는 감정에 오랫동안 몰입하지 말고 후다닥 빠져나와 미래의 당신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찾는게 더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이런 이야기를 해봤다.
"해당 면접에 아쉽게도 불합격을 알려드립니다. 희망하는 모든 일이 잘 되시길 바라며,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