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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나서 씩씩한 캔디도 괜찮아!

접촉사고의 현장에서 

by 레몬트리 Jan 16. 2025

[ 울고나서 씩씩한 캔디도 괜찮아!! ] 

ft. 접촉사고의 현장에서 



운전면허 25년, 무사고를 자랑하던 내게 오늘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사고구나, 

차선변경을 급히 하던 트럭이 측면에서 속도조절을 제대로 못해서 내 차 사이드미러를 "쿵"하고 산산조각 내며 오른쪽 측면을 박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를 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머릿속이 멍~해지는 느낌. 


사고도 당해봤어야 '침착하게'가 가능하지, 처음 사고가 나보니, 정말 머릿속이 텅 비고, 허둥지둥 손이 덜덜덜 떨려서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찾는 것조차 버벅대고 있는 내 모습에 더 당황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고, 블랙박스는 손상 없나 재생해 보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도로 위에서 부서진 파편을 바라보며 보험회사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영문을 모르는 보험회사 직원분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나를 보고

늦어서 죄송하다고, 많이 놀라셨냐고,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내 얼굴을 보고 더 당황해했다.


떨리고 무서운 마음에 간절히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무에게도 전화를 걸 수 없었다.

이럴 때 남편, 내편의 빈자리가 느껴지는거겠지?   

부모님은 나보다 더 놀라실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에 전화할 수 없었고, 

친구에겐 야근으로 고단할 하루를 내려놓고 있을, 소중한 식탁 앞의 식사시간을 염려와 걱정으로 채우게 하고 싶지 않아 전화를 할 수 없었고, 

전화 한 통이면 달려와 줄 이도 순간 떠오르긴 했지만, 그에겐 돌려 줄 수 있는 마음이 없기에, 마음을 이용하거나 마음을 빚지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도로 위에서 찬 바람과 부서진 파편을 마주하며 보험처리와 대차신청을 하고, 

이후에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회사모임에 무슨 정신인지 모르게, 아무 일 없었던 듯 사고는 내색하지도 않고 참석을 해서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소화는 안되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마음이 고단하고 힘들었다. 


이것이 '완벽한 혼자이구나, 외로움이구나'

놀라서라기보다는, 뭔지 모를 지난 10년의 설움이 복받치듯이 눈물이 났다. 

오늘 일은 사고잖아, 내가 아무리 조심했어도 일어날 일을 일어나는 그런 사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맞닥뜨리는 운명 앞에 운명 따윈 이겨내 보리라 호기롭게 살아온 세월이 부질없어 보이는 나의 나약함이 조금 안쓰러웠달까. 



10년 전에 한 이혼을 주변에 설명할 때도 가끔 난 "사고"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정말 사고였다고 생각했으니. 

내가 아무리 조심운전을 하고, 서행을 해도 누군가는 교통사고를 내고, 당하는 것처럼.

내가 아무리 성실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어도, 나의 이혼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던 이유가 있지 않았나. 

그래서 나 자신을 자책하지도 말고, 상대방을 책망하지도 말자. 

주변 지인들에게도 그러니 내게 응원은 주되, 동정이나 연민은 주지 말아 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나는 믿었고 체험했으니까, 

내게 감당할 시험당함만 허락하시고, 시험당할 때도 피할 길, 현명하게 감당할 길을 내어 주셨고,

그로 인해 내가 성장하고 일어섰기에, 

또 하늘이 미모도, 재력도, 아닌 제일 큰 필살기로 내게 탑재해주신 건 "단단한 마음"이라는 걸 스스로 자부하기에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하고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미모나 재력을 주셨으면 더 감사했으려나^^;)


막상 어제의 진. 짜. 사고를 경험하고 보니, 

저 차가 내 뒤를 박았다면? 저 속도를 온몸으로 부딪혔다면? 

아! 순간 너무 아찔하고. 집에 와서 씻고 누우니 '근육통'이 아닌 '마음통'이 와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짐이 되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래도 자기 전에 "괜찮아?" 한마디가 간절히 듣고 싶어서 

딱 한 사람에게 사실은 차사고가 났다고 카톡을 보냈다. 

늦은 시간이라 몇 시간이 지났지만, 화들짝 놀라서 "괜찮냐"라고 연락이 왔는데,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지만, "괜찮다"라고 했다. 

그저 "괜찮아?"라는 말이 듣고 싶은 밤이었으니까. 그 한마디면 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 이혼을 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도 꽤 당당하고 행복하고, 야무지게  제법 단단하게 그럴듯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 자부했는데, 고작 이런 사고 하나에도 조각조각 길에 흩어진 사이드미러와 그 파편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산산이 흩어지는 모양이라니!! 


울지 않는 캔디만 캔디냐. 어제 울고, 오늘 안우는 캔디하면 되지!! 



하지만, 어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만 있으란 법은 없지 않나. 

어제 눈물 한 바가지 쏟아내고. 오늘 안 우는 캔디 하면 되지. 

나는 그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넘어지고, 아프면 아프다고 한번 울고, 또 기운내서 일어나면 되는 것 아닐까. 


역시나 어제 후련히 쏟아낼 것을 쏟아낸 캔디는

대차받은 디젤 SUV 차량을 난생처음 운전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하게 출근길을 나섰다. 

평소하이브리드 차를 타서 소리 없이 다니던 출근길에 디젤차가 내는 달달달 경운기 소리가 풉!! 웃음이 났고,

좌석이 조금 높아져서 시야가 좀 달리보이는 출근길을 보며 다음엔 차를 SUV로 바꿔서 혼자 차박을 다녀볼까 호기로운 상상도 해보고, 

아, 근데 주유하러 주유소 들렀는데 주유버튼을 못 찾아서 (디젤차는 원래 주유버튼이 바닥에 있어요? ㅋㅋ) 주유소 직원의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개그도 빼먹지 않고  

외로워서 슬퍼서 펑펑 우는 캔디도 씩씩하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결말을 위해 

여전히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은 보통의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공업사 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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