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그대를 만나 (이선희)
ft. 그중에 그대를 만나 (이선희)
하..... 이렇게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깜깜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어디로 가지도 말라고 빨간 신호가 켜진 순간이 있었어요. 제 인생에서도요.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 남편의 외도는 재난을 맞이한 폐허의 현장처럼 그동안 정성을 다해 가꾼 제 삶과 가정이라는 정원을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죠.
" 너를 사랑하는 만큼 눈이 내리면 평생 봄이 오지 않을 거야"라는 고백으로 겨울에 결혼을 했던 우리는
그로부터 만 7년 후 딱 그즈음의 겨울에 그렇게 다시 남이 되었어요.
제 인생의 제1막은 그렇게 끝이 났고, 이혼과 함께 다시 솔로가 되어, 인생의 자유로를 달리게 되었어요.
자의 반, 타의 반
하지만 오늘 안개 낀 제2자유로처럼 제 인생의 제2자유로도 늘 아름답고 신나지만은 않았어요.
특히나 배우자와 가정이 주는 든든하고 따뜻한 안정감과 자신감을 이미 알아버린 저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교대해 줄 짝꿍이 없는 조수석의 허전함과 헛헛함도 느끼고,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홀로 고군분투하는 제가 대견한 날도 많지만 짠해지는 날도 많거든요.
오늘아침 출근길처럼 저렇게 안개라도 자욱한 날엔 시야가 흐려지는 만큼 마음도 흐려지고,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제2자유로를 타고 출근을 해야 하고, 제 인생도 내 앞에 주어진 길을 멈출 수는 없기에 안갯속이 막막해도, 눈길로 잠시 휘청거려도, 또 가끔 길을 잘못 들어 삥 둘러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이번엔 좋은 곳에 데려다주길 기대하며 제 인생의 자유로를 운전해 나가고 있어요.
그런데 며칠 전, 새벽에 소리도 없이 함박눈이 펑펑 내렸던 날이 있었어요,
문득 그날 일찍 눈이 떠졌고, 처음엔 베란다로 눈을 보다가, 아무도 밞지 않은 눈을 보고 싶어서
그날 새벽 따라 눈이 너무 따사롭게 내려앉은 것 같아, 새벽녘 제설작업이 되기 전 집 근처 드라이브를 조심조심 감행했어요.
어때요? 나올만하죠??
집에서 겨우 5분 나왔는데,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일본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낭만이 연출되었어요.
신호등 앞이 이렇게 낭만적일 일인가!
"오겡끼데스까" 한번 해줘야 할 것 같잖아요?
세상에!
게다가 어쩌다 마주친 길 이름이 "미래로"
뭔가 지치고 고단했던 내게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새벽.
"제2자유로"에서 매일 치열하게 고군분투했던 저는 "미래로"를 선물 받아 꿈같은 위로를 받고 왔어요.
"미래로" 가는 길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고,
지금 이 새벽, 내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발자국을 내듯 설레는 마음으로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이 미끄러울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갑니다.
내 인생의 "미래로"도 마찬가지겠지요.
오늘 새벽의 눈조차 예상하지 못했듯,
내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두려움으로 외면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삶을 마주하다 보면,
저 맞은편에서 힘내서 열심히 걸어오고 있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딱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이,
혹은 반대로 나와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이
그 어떤 이일지는 모르지만,
반갑게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날 오지 않을까
"그중에 그대를 만나" - 이선희의 노래처럼요
그렇게 꼬리를 물고 기대를 품으니,
괜히 시 구절도 하나 떠오릅니다.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라니요,
눈부신 고립이라니요,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고요
저 지구 맞은편 어디선가 자신의 발자국마저 그 뒤의 누군갈 위해 단정하고 정갈하게 걷는
그런 고운이가 "미래로"에서 오고 있을지 모르니, 오늘의 "제2자유로"는 좀 더 한걸음 한걸음 기운이 나고, 미소가 번지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제2자유로를 넘어 미래로로! ^^
오늘 여러분의 출근길은 어떠셨어요? ^^
https://youtu.be/i3l3GqVnjtU?si=j3v6iU3JK72jr6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