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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처럼 내린다

묘해, 너와 (어쿠스틱콜라보)

by 레몬트리

사랑은 비처럼 내린다.

ft. 묘해, 너와 (어쿠스틱콜라보)


첫 연재글이라 조금 상큼한 곡으로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글로 가장 털어내고 싶던 마음이 떠올라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묘해, 너와

이 곡은 [연애의 발견]이라는 드라마의 ost로 너무 유명한 곡이고, 저 역시 이 드라마도, 이 곡도 너무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노래는 프롤로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같은 노래라 할지라도 듣는 각자의 사연에 의해, 다른 시선으로 듣게 되고 해석이 되잖아요?

저에게 이 노래는 뼈. 져. 리. 게 아픈 노래이자, 사. 무. 치. 게 공감되는 노래였어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10년 전에 그러니까 2015년에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어요. 상대는 한때 남편과 저와 같은 직장의 후배였고. 그녀는 제 아이의 돌잔치에도 왔었고, 언니 언니하며 저에게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선물을 챙겨 사 오는 말 그대로 아는 여자! 사랑과 전쟁에나 나올법한 사건이 제 인생에 일어난 거죠.


근데 이 곡이 이혼과 어울리지 않게 무슨 관계냐고요?

외도사실을 알게 되고 이혼을 하네마네 하던 그 폭풍 같던 시기에 그녀의 카카오톡 배경음악과 프로필 문구가 이 노래로 가득 채워져 있었어요. 하필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곡인데!!

마치 둘의 사랑이 불륜이 아닌, 우주 최고의 운명적 사랑인 것처럼! 가장 애잔하고 아름다운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이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깔아 두고 내 남편과 갔던 바닷가 사진, 내 남편과 함께 있을 때 찍은 걸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려두었죠..

당시엔 멀티프로필 기능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저 보란 듯이, 또는 (당시) 제 남편을 향해 이 애절한 노래로 마음을 표현했던 거죠.


묘해너와.jpg 사랑은,,, 행복한 채로 두려워지는 것!


소위 상간녀라 불릴 그녀가 (전) 남편과 저에게 보란 듯이 남겨놓은 프로필의 사진과 절절한 노래,,

당시엔 보기만 해도 "네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이냐, 그건 불륜이야... 이것도 사랑이라고 이 사랑이 흔들릴까 봐, 내 것이 되지 못할까 봐 두렵고 불안했니?"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로부터 1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고 나니, "너도 참 힘들었겠다." 싶은,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간혹 말도 안 되는 진심 어린 '측은지심'이 생겨났어요.


그녀도 처음부터 그런 사랑을 꿈꾸진 않았을 테니까요. 어느새 깊어진 자신의 마음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돌아서지 못하며 어려운 사랑을 이어가며 '이 남자가 나를 순간의 감정으로 만나는 건 아닐까' 돌아서면 불안하고, 하지만 이 남자의 미소 한 번에, 따뜻한 말 한마디에 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마음이 충만해지고... 그래서 더 놓기 힘든, 내게 이 사람 하나만 허락해 달라는 나름의 간절함과 애틋함이 있었겠죠.


불륜을 미화하는 것은 결코 아니에요. 제가 위선을 떨며 착한 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10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굳이 따지자면 운명이 나빴다!!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사람이 내 마음에 불쑥 들어오는 게, 결코 내 마음대로 내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된 제가 비로소 10년 전의 그녀를 조금은 측은히 바라볼 수 있게 된 거겠죠.


이미지 43.jpg 사랑은 비처럼 내린다 (니체)


니체가 한 말 중에 "사랑은 비처럼 내린다"는 말이 있어요.

"사랑은 비처럼 내린다. 그 상대가 누구든 사랑할 가치가 없는 자일 지라도, 불공정한 인간일지라도, 사랑을 주어도 절대 감사 따윈 하지 않을 사람일지라도, 비는 선인의 위에도 악인의 위에도 차별하지 않고 내린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상대를 선택하지 않고 온몸을 적시고 만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어쩌면 전 남편과 그녀를 이미 수년 전에 용서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리는 비에 이미 온몸이 흠뻑 젖었는데, 속수무책이지 않았을까.

그도, 그녀도 당시에 가해자일 수밖에 없기에 피해자인 저나 선량한 목격자들의 시선에선 죄짓고 행복해 보이는 파렴치한 사람들로 보였겠지만.... 어쩌면 사람들의 손가락질, 비난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그 가시밭길을 가면서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두 발 뻗지 못하고 나름은 양심과 싸우며 힘든 밤을 지새우고, 가정을 지키지 못한 책임감으로 못난 자신을 질책하는 눈물이 쏟아지는 날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딱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저는 나이가 들었고....

30대의 저는 그들은 원망하기도 했지만, 40대의 저는 그들을 조금 측은하게 바라보게 되었어요.


10대의 사랑도, 40대의 사랑도, 노년의 사랑도,

쏟아져 내려 온몸을 적시는 사랑 앞에서

사람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실상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축복받는 사랑을 할 수 있음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소중한 것임을 알아야겠고요.

혹은 그러지 못해도 우리의 속수무책, 하염없이 하얗게 지새우는 밤들도

자책하고 누굴 원망하고, 억지로 구겨버리거나 찢어버릴 감정이 아님을.

그저 내게 사랑이 오는 것은 하늘이 내게 비를 내렸고, 내가 빗물에 젖은 것임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이는 내리는 빗물이 모여 사랑의 바다를 이뤄내는 기적의 충만한 경험을 하기도 할 테고

어떤 이는 내리는 비에 잠시 젖었지만 또 떠오르는 햇살아래 언제 그랬냐는 듯 마르기도 할 테고

어떤 이는 내리는 비에 젖어 장마철 이불처럼 오랫동안 마르지 않고 물에 젖은 솜이불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아픈 시간을 거치기도 하겠지만,


사랑은 그래서 묘한 것, 알 수 없는 것, 예측할 수 없는 것

묘해, 너와


그런 아픈 기억이 있는 곡인데도 여전히 이 곡을 들으면

그들로 얼룩진 옛 기억이 떠오르는 게 아닌,

나의 사랑의 이야기가 마음이 떠오르는 걸 보면

이 곡이야 말로 명곡이네요

묘해, 너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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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곡과 관련한 여러분의 사연과 의견 댓글도 환영합니다 ^^


※ 곡 동영상 링크 (아래로)


https://youtu.be/epIFgEWWPTQ?si=3eOMDX-hHvRppq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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