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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다 결국, 물드는..

그라데이션 (10cm)

by 레몬트리

번지다 결국, 물드는..

ft. 그라데이션 (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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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헝겊에 물감으로 염색하는 활동을 누구나 해 본 기억이 있을 것 같아요.

헝겊에 실을 자유롭게 묶어서 여러 가지 물감에 이쪽저쪽 귀퉁이를 담그면, 헝겊이 여러 가지 색깔의 물감을 흡수하며 번지다 결국 물들이죠.

묶었던 헝겊을 쫘악- 펼치면 여러 색깔이 알록달록 예쁘기도 하지만, 물감의 농도가 점점 진한 부분에서 연한 부분까지 서서히 물든 게 너무 예쁘고 환상적이라, 별다른 미술솜씨가 필요 없는 활동인데도 한참을 들여다보고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그뿐인가요. 좀 커서 사랑을 알 나이가 된 후엔 아끼던 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에 어느 날 흘린 눈물로 편지지에 펜이 번져 잉크색이 퍼져나가 글씨가 희미해져 알아볼 수 없게 된 경험도 한 번쯤은 있지요.


그라데이션 : 원래 뜻은 색상이나 농도, 명도가 단계별로 서서히 변하는 걸 의미하는 뜻인데, 요즘 사랑을 맛있게 잘 부르는 10cm가 딱! 그러데이션이란 곡으로 사랑에 빠진 마음을 잘 표현했죠.

내 마음에 너라는 존재가 쏟아진 잉크처럼 내 마음에 쏟아졌고,

서서히 너로 가득 채워 번져가는 벅찬 마음이라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지만

세상에 나온 노래가 이 마음을 적당히 표현해내질 못해 이 노래를 만들어 너에게 고백한다는 달콤한도 초과의 노래가 아닐 수 없어요.

세상의 사랑 시, 사랑 노래 너무 많지만, 딱 맞게 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서 제 브런치 북의 제목도 이 곡에서 가져왔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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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뜰 때 그렇듯 지는 노을도

전원을 켜고 끄듯 모드전환이 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여러 가지 색을 내며

어느 순간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되죠.

아침 출퇴근길에 이런 하늘을 보고 있으면,

사랑이 충만하면 충만한대로, 실연에 마음이 아플 땐 아픈 대로

저 하늘은 내 마음을 펼쳐 널어둔 듯이 미세하게 나의 감정을 대신해 주는 것 같아요.


번지다, 스며들다, 젖어들다….

또 반대로 흐려지다, 빛바래다…….

그래서 그러데이션의 감정변화는

비단 사랑을 시작할 때만 느끼는 게 아니라

사랑이 끝날 때도 해당되는 것 같아요

온통 물들었던 상대의 흔적과 추억과 색감이 빠지는 데는

이전에 아름다웠던 만큼, 알록달록했던 만큼

오히려 더 오래, 천천히, 어렵게, 서서히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요.



그래서

사랑이든, 우정이든, 그 무엇의 이름으로든

사람과의 인연은

시작과 끝의 “점”을 단정할 수 없는

시작과 끝이 어딘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선으로, 면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우리의 인생도화지는

각자에게 주어진 단 한 장씩 뿐이라

'마구 찢어버리거나 새 도화지로 다시'가 안되니까요.


노래가사 중에선

너는 번질수록 진해져 가고, 나의 밤은 좀 더 길고 외롭지만 “ 부분이 특히 인상적인데

이건 사랑을 시작하는 이에게도 이별 중인 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 같아요

셀렘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아픈 마음으로 뜬 눈을 지새기도,

그런 밤은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설레면 설레는 대로 님을 향한 마음으로 절대적인 고독과 외로움의 시간을 건너게 되죠.

우리 모두 경험해봤잖아요? 뜬 눈으로 지내는 밤!



그 사람 앞에서 수줍게 볼이 붉어지는 것

그 사람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그 사람을 생각하면 심장이 따스해지는 것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오는 것


그 사람과 함께일 때 두 손에 온기가 가슴까지 전달되던 순간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한 여름에도 서늘함을 느꼈던 그 순간


우리는 사랑 그 앞에

도통 당해 낼 재주 없이

마음도, 몸도, 심지어 시간도, 추억도 그라데이션이예요.


젖어들고, 번지고, 결국 그에게 물드는,

씻어내고, 털어내고, 결국 그의 색이 남아있는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물들이고, 서로에게 물들이면서,

그렇게 처음에 밋밋했던 하얀 도화지 같던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울고 웃으며 아름다운 색을 물들여 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이 뭔지 좀 알 것 같은, 인생도 뭔지 이제는 조금 알 것같은

감정도, 기억도 풍성해진 어른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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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좋은 곡으로

웃음이, 설렘이 번지는 하루 보내세요!

혹시 슬픈 마음이더라도 조금 옅어지는 위로가 되길!


10cm의 그라데이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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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을 들으시려면

https://youtu.be/kQuxJbP6s8Y?si=e7fm24T66G9gRRQ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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