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By your man (Carla Bruni)
Stand By your man (Carla Bruni)은 몇 년 전 정해인과 손예진이 나왔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ost 곡이에요.
특히나 두 사람이 을지로나 종로의 뒷골목 어딘가로 보이는 좁고 낡은 골목을 걸으며, 비 내리는 날 우산 하나에 쏙 들어가 함께 걷던 장면은 ' 아, 사랑이란 이런 거지!"를 단 한 장면에 담아냈다고 생각한 명장면이었어요.
누구나 꽃길을 꿈꾸지만 우리가 걷는 길은 사실은 꽃길보단 종로, 을지로 골목처럼 좁고, 어둡고, 축축한 길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누구나 쨍한 맑은 날을 기대하지만 꼭 우산이 없는 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바람을 마주하게 되고요.
우리의 인생은 사실은 이런 게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죠.
하지만 우리가 항상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을 꿈꾸는 건, 그러한 좁디좁은 골목길이라도, 갑자기 쏟아지는 여름날 소나기라도, 우리에게 비록 우산이 하나밖에 없다 하여도, 곁에 있는 소중한 이 - 이 한 사람의 존재로 우리의 인생은 영화가 되고, 노래가 되고, 시가 됩니다.
우산이 조금 작아도, 옷이 조금 젖어도, 서로의 걸음에 바짓단에 물이 튀어도, 더 꼭 붙어있고 의지하게 되는 이것이 사랑이 주는 힘이고, 기적이고, 인생의 명장면 아니겠어요? ^^
드라마의 제목은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 예요.
하, 작가와 PD님은 정말 로맨스 장인들이 맞는 것 같아요. 밥은 그냥 밥이 아니잖아요.
고은 시인은 "순간의 꽃"이라는 시집에서 사랑을 밥에 이렇게 비유했어요
어머니는 사랑하는 남편을 자식을 기다리며 아랫목에 밥이 식지 말라고 이불까지 싸서 가족들이 돌아오길 기다렸고, 군대 간 남자친구의 면회를 가는 여대생은 평생 해보지도 않은 요리를 서툰 솜씨로 만들어 도시락을 싸들고 면회를 가고, 사랑하는 모든 연인들이 생일엔 미역국이라도 손수 끓여 먹이고 싶은 마음, 뭐 이런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그저 퇴근 후나 주말저녁, 사랑하는 이와 마주 앉아 하루의 일상과 한주의 시름을 털어놓고 비워놓는 대신, 따뜻한 한 끼로 배를 채우고, 소중한 이의 응원과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는 시간,
그야말로 흔하디 흔하지만 동시에 최고의 것, 밥은 곧 사랑이 맞지요? ^^
그러니 밥 잘 사주는 누나는 내게 사랑을, 마음을 채워주는 둘도 없이 소중하고 애틋한 이가 분명합니다.
오늘 소개할 Stand by your man의 제목을 살짝 바꿔 보았는데요
가사의 내용은 요약하자면,
그 사람이 내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걸 알아주지 못하고, 아무리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하고, 속상하게 하더라도 그에 곁에 있어주세요. 그가 매달릴 수 있는 두 팔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따스함을 주세요. 춥고 외로운 밤에도 그의 곁에서 그를 사랑한다는 걸 온 세상에 보여주세요. 당신의 모든 사랑을 그 사람에게 주세요, 그의 곁에 있어주세요.라는 내용이에요.
사랑이란 이런 거겠죠.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내가 그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가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지요. 밤송이가 익으면 뾰족한 가시껍질도 저절로 벌어지듯, 나의 시간과 마음, 희생에 값을 따지지 않고 주고 또 주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요. 옛날 어떤 노랫말에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란 말이 그야말로 정답이죠.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오늘의 고단함이 그를 생각하면 그래도 위로가 되고, 딱히 그가 뭘 해준 것도 아닌데 그의 존재만으로도 나는 희망적이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과 배짱을 가지게 되어요. 마치 어릴 때 유치원 발표회 때 무대에 올라가면 저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그 사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나는 세상 무서울 게 없고, 또 넘어져도 일어날 용기를 얻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노래는 드라마에서 사랑을 표현한 모티브로 사용된 우산, 그리고 밥으로 지은 제목과 어우러져 "사랑"이란 감정을 너무 잘 표현했지요?
저 역시 사랑하는 이와 먹는 밥은 특별해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고은 시인은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했지만 저는 사랑하는 이와는 "나란히" 앉아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좁은 골목에서 우산을 "나란히" 함께 쓰며 비를 피하는 것처럼,
아주 낮은 목소리로도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bar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밥을 먹으며 다른 이와는 나누지 않는 속 깊은 마음을 꺼내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이고, 카페 통 창 앞 긴 소파에 함께 "나란히" 기대앉아 지는 노을을, 빛나는 야경을 바라보며 유리창에 비친 서로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이 축복이예요.
그렇게 우리 앞에 놓인 인생도 각자에게 놓인 삶, 주어진 길이 조금 다를지라도 한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걷다 보면 따로 또 같이 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곁에서 항상,"나란히"
그러니 혹시
주변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예쁜 친구, 예쁜 동생이 있다면?
그녀를 놓치지 마세요! 흔하디 흔한 것 같지만 최고의 것 - 바로 사랑을 주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 원곡을 들으시려면,
https://youtu.be/AfVlYVVxF80?si=V_ClSE1s8EU-n3L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