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만난 노부부가 가르쳐 준 사랑이란.
선물받은 그림책의 한페이지인데, 이 그림을 봤을 때 10년쯤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혼을 하게 된 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처음이자 유일하게 (아직도 혼영은 이 영화가 유일) 혼자 보고와서 - 함께 나이들어간다는 것, 서로의 유일한 존재로 둘이지만 하나의 삶을 완성한다는 것에 삼십대였지만 부럽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었지.
그리고 바로 이어 이혼 사건이 일어나면서 참 사랑 부질없고, 영원의 약속도 한낱 불면 날아가는 먼지처럼 가벼운 것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러다가 흔들리는 마음, 무너지는 멘탈을 잡고 싶어서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봉사모임, 단체를쫒아다니며 2~3년 주말마다 열심히 봉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가지 봉사를 했었지만 그 중 요양원 봉사를 갔을 때 봤던 한 노부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다니던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혼자 이동이 어렵고, 대부분 침대에 누워계신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었다. 게다가 정신도 온전치 않으신 분이 많고 연세가 다들 많으셔서 씹는게 거의 불가능하니 식사는 죽, 반찬도 죄다 갈아서 죽처럼 건더기가 없이 나오는데 나는 식사를 떠먹여드리고, 치아가 없지만 이를 닦아드리고 주변정리까지 마무리해드리는 일을 했다.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이쯤이 되면 어르신들이 갑자기 위급한 상황이 되어 응급조치를 하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면 고맙단 반응이 반이고, 또 일부는 (어르신 당신도 힘들고, 주변에 가족도 힘든데, 편히 보내드리지) 왜 그랬냐는 듯한 의외의 반응도 있다는 말에 충격도 받았었다.
그런데 그런 중에 어느 방에 남자 어르신과 여자 어르신이 두분만 같은 방을 쓰셔서 흔치 않은 경우라 유심히 보게되었다. 들어보니 두분은 부부이고, 할머니께선 치매가 왔고 상태가 많이 안좋으신데 남편되시는 힐아버지가 남의 손에 맡기면 찬밥 신세가 된다고 매일 왔다갔다 하시다가 결국엔 아에 입소를 하셔서 두분은 다른 요양보호사의 손을 빌리지않고 한 방을 사용하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케어를 전담하고 계시다 했다.
병상 한쪽에 불편한 자세로 걸터앉아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내에게 밥 한술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는 모습, 양치를 도우며 실랑이하는 모습, 여기 저기 흘린 음식물을 닦고 얼굴 매무새를 챙기시는 할아버지의 주름지고 투박한 손등등과 굽었지만 위대해 보였던 등, 그 뒷모습이 사진처럼 내 기억 속에 박제되어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초점없이, 반응없는 내 사랑하는 아내의 마지막을 지키는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그런 사랑을 받는 할머니는 이 애틋한 마음 따뜻한 온기를 비록 머리로 기억해내진 못할지라도 가슴은 충분히, 흠뻑 느끼시고 가셨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10년 전의 그 노부부는 이제 자식들의 가슴 속에만 남아계실테지만, 생면부지 내 가슴에도 그 어떤 장면보다 인상깊고, 감동스럽고, 존경스런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 뒤로도 다정한 노부부의 뒷모습을 보게 되면 늘 마음 속에 각인된 그 장면이 다시금 떠오르곤 했다.
젊음을 애써 붙들기보단 이제 나이들아감에 의연하게 순리를 따라야 할 때, 아름답게 늙어간다는것은 어떤 것인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기 시작해야 하는 사십대.
누군가는 늦었다고 누군가는 늦지않았다고 하지만
우리 각자의 인생에 단 한 사람
이런 인연이 곁에 있다면
그동안 굽이굽이 돌아간 내 인생의 에움길이
억울하지 않고 충분히 감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언제 끊어질지 모를 가느다란 빨래줄에 이어진 그네에 걸터앉은 노부부의 모습이 언제 이 세상과 이별해도, 생을 마감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아슬아슬하고 위태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의 표정과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은 아무 설명 글도 없고, 소리도 없지만, 그야말로 말.없.이. 말해준다.
10년 전 그 노부부의 모습의 마지막 모습처럼.
나와 여러분의
마지막 페이지도 그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