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에필로그 - 괜찮아, 수고했어

한숨 (이하이)

by 레몬트리 Mar 21. 2025


혼자 쓰던 일기장에 떠오르는 생각을 끄적인 지 15년,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조금 더 글로 정리해서 자주 가던 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쓴 지 1년, 그리고  이곳 브런치에서 좀 더 많은 분들께 용기 있게 제 마음과 생각을 꺼내서 글로 쓴 지 6개월이 되었어요.


끄적 끄적 쓰던 글을 처음으로 연재의 이름으로 쓰기 시작한 "그냥 이 노래가 어떨까 싶어"는 제게 각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나는 나로 태어났지만, 나는 타인으로 만들어지고 완성되는 것이다."

제가 이 글을 연재하면서 깨달은 거예요.

저는 저로 태어나기만 했을 뿐, 나의 지금을 만들어준 건 과거에 스치는 인연이었건, 질긴 인연이었건, 사무치는 인연이었건, 그 모든 인연이 만들어준 경험과 추억, 생각과 마음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나 역시 그렇게 매일 변하고, 매일 다듬어지며 살게 될 것이란 것입니다.


이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쭉 읽어보니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보여, '글이란 완성과 마침표가 없구나' 라는 것을 느끼며, 한편으로 글은 제가 썼지만 제 글에 등장해 준 소중한 인연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남깁니다. 비록 지나간 사랑이어도 원망과 아픔보다는 좋았던 기억으로 제가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아마 그들이 만들어준 사랑에 대한 좋은 경험과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들로 인해 경험한 그 모든 것들이 저를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덕분이겠지요.


주 2회 연재가 글을 미리 다 써두었던 게 아니라 2~3편을 제외하고는 연재를 하면서 써 내려간 글들이기에 완성도는 떨어졌겠지만 아마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가장 솔직한 '날 것'에 가까운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전업작가가 아닌 저는 가끔은 화, 목 날짜에 맞춰 조금 급히 쓰며 조바심이 난 적도 있었고, 또 어느 날 감정이 휘몰아치면 한두 편을 미리 써두며 왠지 든든한 기분도 경험했어요.


브런치 왕초보가 쓴 쑥스러운 제 첫 연재작을 그래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께 제일 감사하고, 또 이후엔 남겨주시는 구독자분들의 주옥같은 댓글을 보며, 위로가 되고 싶다던 욕심이 겸손해지게 오히려 제가 위로받고 많은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다른 유명한 작가님들처럼 구독자가 대단히 많지 않지만, 꾸준히 하트로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시는 분, 행간의 의미, 쉼표의 의미까지 공감하며 정독해 주시고, 댓글로 마음을 나눠주신 분까지 제겐 정말 특별하고 감사한 경험이었어요.


첫 연재작 "그냥 이 노래가 어떨까 싶어"는 오늘 에필로그로 마무리를 짓지만,

여전히 시와 노랫말을 너무나 사랑하는 저는 오늘이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문단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더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전에 쓰고 싶은 글이 있어 잠시 "쉼표"를 찍고, 하지만 또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미리 글도 써두고 다음 연재로  "그냥 이 노래가 어떨까 싶어"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오늘 마지막 소개해드릴 노래는 이하이의 <한숨>이에요.

제가 처음으로 먼저 좋아했던 분이 좋아하는 곡이라고 알려줘서 접하게 된 노래였어요.

그분이 본인의 힘들었던 마음을 담아 그 곡을 들었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힘든 상황을  떠올리며 그 곡을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처음엔 이 노래가 너무 먹먹해서 많이, 자주 듣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최근엔 제가 먹먹하고 힘들 때 저에게 해주는 말처럼 이 노래를 듣곤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 무슨 이유로든 꺽꺽 숨 넘어가게 울면, "숨 크게 쉬어봐, 천천히"하며 안아주고 토닥이며 진정시킬 때의 마음으로, 이 노래는 왜 힘드냐, 왜 아프냐 물어보지 않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하지 않고 - 그저 숨을 크게 쉬고, "괜찮다. 수고했다" 라고 말해주거든요.


어떤 경우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또는 아무도 나를 알아볼 일없는 온라인에서의 글이라도,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이유를 묻지 않고 토닥여주는 노래를 이 연재의 마지막 곡으로 소개해드리며,

이 노래를 알게 해 주셨던 분도, 이 노래를 소개하는 저도, 또 저의 글을 읽어주실 독자분들께서도  어느 날 지치고 힘들 때, 말하지 못할 먹먹함을 느끼실 때 작은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그냥 이 노래가 어떨까 싶어"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연재는 끝나지만 새로운 글로 꾸준히 찾아뵙겠습니다.)


 


한숨 (이하이)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원곡을 들으시려면

https://youtu.be/nDwtIM7u_P4?si=TDb-TwKATYr_aNpW

















이전 20화 비록 올 때 맘, 갈 때 맘 달랐지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