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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All of Me (존 레전드)

by 레몬트리


[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



어젯밤에 아기새가 화이트데이 전날을 핑계 삼아 야밤에 딸기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어미새는 다른 건 몰라도 아기새가 먹고 싶다는 건 밤 11시에 월남쌈이라도, 밤 9시 넘어 케이크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를 해줘야죠?


케이크 사러 둘이 손잡고 나갔다 오는데 달이 오늘따라 너무 밝고 예쁜 거예요.

"달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좋아하는 시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가 생각나서 또 사진 찍고, 아이한테 이 시에 대한 이야기도 종알 종알 전해주고, 집에 와서 조촐하게 둘만의 화이트데이 파티를 했네요? ^^


달이 예쁜가요, 내가 예쁜가요?



<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새색시 꺾어 들고 창가를 지나네

방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짓궂은 신랑 장난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꽃이 더 예쁘단 말에 토라진 새색시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는

꽃이 저보다 예쁘거든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

-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좋아하는 시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는 사실 현대시가 아니라 오래된 옛 시문이에요.

작자 이규보는 고려시대 재상이자 문신으로 이 시는 그의 아들이 간행한 [동국이상국집]에서 "절화행(切花行) - 꽃을 꺾어"라는 제목으로 포함된 시문이에요.


"꽃이 예뻐요, 내가 예뻐요?"

이렇게 물어보고, 새색시는 당연히 "꽃보다 당신이 더 예쁘지!"를 기대했을 텐데, 장난기 가득한 신랑은 "꽃이 더 예쁘다" 약을 올리니, 서운하고 속상한 새색시는 야속한 마음에 꽃가지를 밟아버릴곤, "흥!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라며, 사랑스럽게도 토라집니다.


시는 이렇게 끝났지만, 아마도 신랑은 그날 밤, 한없이 사랑스러운 새색시를 으스러지게 안아주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사랑은 그렇게 간지럽고, 몽글몽글하고,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하고, 작은 것 하나에 서운하지요. ㅎㅎㅎ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를 몰라서 묻는 게 아닐 테고, 꽃이 예뻐요, 내가 예뻐요? 나를 더 어여삐 하는 걸 못 느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닐 테니까요.

"나 사랑해?" "얼마큼?" 끊임없이 아이처럼 묻고 확인하고, 유치해지는 것이, 사랑이니까요.


아, 고려시대면 1000년 전인데, 양반가 재상이 이렇게 설레는 시를 썼다니!!!

원문의 마지막 구절은 "금소화동숙(今宵花同宿)" 오늘 밤 꽃과 함께 잠자다는 뜻이에요.

너무 설레고, 너무 예쁜 세기의 커플 아닌가요?


아기새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니 녹아내립니다 ^^

한창 로맨스에 관심 많은 사춘기 소녀니까요.


언제나 함께


하지만, 사랑은 한 사람을 향해 '직진'이자, 그 한 사람만을 위한 '순정'이죠!

저는 "오빠"라는 단어를 아끼는 것만큼 "초콜릿"도 아낍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으니 오늘처럼 특별한 날이 되면 직원들이 형식적으로라도 초콜릿을 나눠주고, 주고받기도 하지만, 저는 몇 년째 그런 날은 커피나 쿠키 같은 다른 간식을 선물하긴 해도, 초콜릿이나 사탕을 뿌리진 않는 편이에요.


이런 날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 편이긴 해도 내게 오빠의 의미가 남다르듯, 초콜릿의 의미도 남다를 테니까요. (네,,, 지난달에 아무한테도 못줬습니다 ㅋㅋ)


그 언젠가, 제가 "오빠 달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 "나는 오빠를 좋아해!"+ "어서 너뿐이야!라고 말해줘" 하는 고백이겠죠? ^^


더불어 내 남자도 나처럼 초콜릿은, 아니 마음은

딱 한 사람에게 주고, 딱한 사람에게 받는 게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특별히 달달할 오늘의 추천 곡은 존 레전드의 <All of Me >입니다.

(가사 해석본만 첨부할게요 ^^)


난 너의 어긋나는 태도라도 없으면 어찌해야 될까

날 점점 빠지게 만들고는, 넌 날 밀어내고 있어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어, 정말로 너 꼭 잡을 수가 없어

그 아름다운 머릿속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난 너의 신비한 마력 속에 있어.

아주 어지러워, 이게 뭔지 모르겠어, 하지만 난 괜찮아질 거야


내 머리는 물속에 잠겼어. 하지만 숨은 제대로 쉬고 있어.

넌 미쳤지, 그리고 난 제정신이 아니고,

왜냐하면 내 전부는 너의 전부를 사랑하니까.


너의 부드러운 부분과 모난 부분 모두를 사랑해.

너의 완벽한 결점까지도 모두

너의 모든 걸 내게 줘, 나도 내 모든 걸 너에게 줄 거야

넌 나의 끝이자 시작이니까, 내가 질 때조차도 난 이기고 있으니까

왜냐하면 난 내 모든 걸 너에게 주고, 넌 니 모든 걸 내게 주니까


얼마나 더 많이 너에게 말해야 할까

네가 울고 있을 때조차도 넌 아름다운데

세상이 널 힘들게 하고 있어 난 함께 이 모든 감정을 느껴

넌 나의 몰락이기도 하고, 나의 뮤즈이기도 해

내 최악의 즐거움이기도 하고, 나의 리듬 앤 블루스이기도 해

난 노래하는 걸 멈출 수 없어, 너를 향한 노래가 내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거든


테이블 위에 카드가 있어, 우린 둘 다 하트를 보여주고 있지

모험을 해보는 거야, 그게 어려울지라도.




가사가 너무 좋죠??


넌 나의 끝이자, 시작,

넌 나의 눈물이자, 행복

넌 나의 외로움이자, 충만함

넌 나의 뮤즈, 내 시, 내 노래

넌 나의 뮤즈, 내 시, 내 노래

넌 나의 세상, 넌 나의 모든 것


오늘, 특별한 분과 함께 하실 모든 분들께 사랑이 넘치는 하루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


※원곡을 들으시려면,

https://youtu.be/450p7goxZqg?si=YEsQr10BeIT7ib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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