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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트리 Nov 22. 2024

만약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뜻밖의 경우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만약 : 혹시 있을지도 모를 뜻밖의 경우





#1. 

"만약에 혹시 말이야,,, 전쟁이 나거나 지진이 나서, 

우리가 헤어지게 되거나,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말이야...

매년 3월 1일에 여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로 기다리는 거야!!" 


혹시 이런 약속을 해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혼을 하고, 아기새를 혼자 키우게 되면서 아주 가끔씩 아이와 이런 대화를 하곤 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발달된 시대여도 

그땐 아이가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일 시기였고, 

정말 전쟁이나 지진? 또는 좀 더 과장해서 영화처럼 지구 대재앙의 상황으로 통신 같은 게 다 불가능한 

극단적인 상황이 왔는데, 

나는 회사에 있고, 아이는 학교에 있어서 헤어지게 된다면? 

돌아올 집도 없어지고, 어딘가 불가피하게 떨어지게 된다면? 

그래서 어느 날 아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두런두런 저런 약속을 미리 해두었다. ㅋㅋ

우린 만약에 만약에 저런 상황이 되면, 연락할 방법이 없어 각자 헤어져서 어딘가에서 살고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매년 3월 1일에는 서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기다리기로, 

혹시 사정이 생겨 그 해에 못 나올 수도 있으니 최소 5년은 나오기로! 

(하지만 엄마는 평생 네가 오든 안 오든 매년 그날 거기서 기다리겠다고) 

황당하기도,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든든해지기도 했던 그날의 대화. 


내가 아기새와 대화하면서 느꼈던 그때의 만약은 그 마음의 뿌리는 "불안"이었겠지.

소중한 아이를 잃을까, 헤어지게 될까, 이별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그래서 미래의 피할 수 없는 그 어떤 "만약"을 대비하고 싶었던 것 일터, 




#2.

만약에, 내가 교통사고로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도 나랑 결혼할 거야? 

만약에, 내가 지금 몸무게가 100kg이라도 나를 사랑해? 

만약에, 지금 보고 있는 내 얼굴이 알고 보니 성형으로 뜯어고친 인조인간면 어떻게 할 거야? ㅋ

연인들끼리 자주 하는 만약에 질문 시리즈...


이 "만약"은 "어차피" 답정너로 "확인"을 받고 싶다는 강조의 만약이다. 

현재(당장) 이런 상황이라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할 거지? 와, 그리고 나는 응!이라도 말할 너를 사랑해의 

동시다중의 의미.

그래서 현재의 사랑을 재차, 더, 굳게,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었을 터. 




#3.

만약에, 그때 그 말은 하지 말았더라면...., 또는 다른 말을 했더라면...

만약에, 그때 용서했더라면...., 또는 그때 한 번만 참았더라면.... 

만약에, 다른 선택했더라면.... 


이 "만약"은 가지 않은 길 또는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의 만약이다. 

과거에 다시 한번 다른 기회가 온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까 하는 

그래서 사실은 돌이킬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후회와 미련이 남는 것이었을 터.  



그런데 다른 만약도 있더라. 




#4.

"만약에 내가 간다면 내가 다가간다면
넌 어떻게 생각할까 용기 낼 수 없고
만약에 네가 간다면 네가 떠나간다면
널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자꾸 겁이 나는 걸
내가 바보 같아서 바라볼 수 밖에만 없는 건 아마도
외면할지도 모를 네 마음과 또 그래서 더 멀어질 사이가 될까 봐
정말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 하지 못하는 건 아
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에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 인가 봐"      - 태연, 만약에 - 


노랫말이지만, 말은 이별과 아픔이 두렵다고 하지만 

이 "만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가고 싶다는 실낱같은 희망과 기대의 만약이다. 

주저되지만 다가가고 싶고, 너를 원하고,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현재의 어떤 용기 낼 수 없는 상황을 그 어떤 "만약"의 표현으로 용기내고 싶은 마음

나 혼자는 두려우니, 네가 손잡아주면 안 될까?라는 간절한 마음  




미래의 피할 수 없는 그 어떤 "만약"을 대비하고 싶었던 마음도,

현재의 변함없는 마음을 "만약"의 극단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도,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만약"으로 아쉬워하는 미련의 마음도,

언젠가로 기약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만약"으로 용기내고 싶었던 기대의 마음도, 


결국 사람이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는 

작고, 불안하고, 곱고, 안쓰러운, 소중한 "사랑"이라 불리는 마음 아니었을까.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누구나 불안정하기에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불필요하게 현재를 의심하고,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지금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불안해한다.




그럼 어떻게 살면 좋을까?

며칠 전 읽은 책에서 답을 찾았다. 


"그냥 사는데, 그냥 사는 게 아닌 삶을 살라"

무슨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보다, 그냥 선물하는 게 더 감동적인 것처럼 

그냥 네가 좋아서, 그냥 당신을 사랑해서

그냥 오는 길에 네 생각이 나서, 그냥 보고 싶어서, 그냥 주고 싶어서, 

이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하듯 

그냥 내 마음이 움직여서 오늘 하루도 값있게 사는 것

그냥! 

마음의 행복은 그런 무목적의 합목적에서 온다.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처럼!


그렇다 하니,  순간순간 감정에, 삶에  "충실히, 성실히, 정직하게" 살 수밖에! 


 

이렇게 짧으면서 뭉클한 시, 나도 써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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