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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봐도, 알고 봐도 재밌다! - '데스트랩' 리뷰

데스트랩 재밌어요, 큰 재미 느껴져요. 꼭 두 번 보셔야 해요...!

by 한성

(※ 빨간색 글씨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용적으로 큰 스포일러가 되는 부분은 전부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싫으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연극 <데스트랩> 리뷰 (출처 : 주식회사 랑 공식 트위터)

요약.

데스트랩 재밌어요. 반전, 반전, 반전 있어요. 꼭 두 번 보셔야 해요...!(feat. 헬가)


데스트랩, 2막짜리 스릴러.


사실 필자는 연극보다 뮤지컬을 더 선호한다. 연극은 일단 뮤지컬에 비해서 소화해야 하는 텍스트가 많고, 그래서 내용을 따라가느라 처음 보고 와 좋다! 혹은 와 재밌다!라고 느끼기가 (나한테는) 어렵다.

그러나 데스트랩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보자마자, 와, 이거 정말 재밌다.라고 단번에. 정말 단번에 생각한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반전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그것도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과 내용으로. 필자가 보러 갔던 날, 소위 말하는 '머글'이 많았는데. 정말로 반전이 나오는 순간순간마다 사람들이 '허어억' 혹은 '꺄아아아악' 이렇게 반응을 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즉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나오는 공연은 참 오랜만이었다.

근데 사실 데스트랩을 처음 봤던 작년의 필자도 그랬다. 놀라는 장면이 있다. 정도만 알고 갔고+평소에 다른 공연을 보면서 그다지 놀라는 편이 아니었던 나는... 너무 방심하고 말았다. 공연을 보다가 정말로, 위로 튀어올랐다.(다행히 소리를 지르진 않았다. 휴.) 그런데 계속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공연이 끝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공연이 반전을 위한 내용으로만 구성되어있지는 않다. 반전을 주기 전에, 이 공연의 원래 플롯인 척하는 내용도 꽤나 흥미진진하고 탄탄하다. 관객들은 그 플롯대로 공연을 바라보다가 반전이 딱! 등장하고 뒤통수를 빡! 하고 맞는다. 이 공연의 반전이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데스트랩>은 스포일러를 읽으면 아주 재미가 없어지니 주의! 주의!)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시드니의 눈빛, 클리포드의 반응, 헬가의 예언


연극 <데스트랩> 컨셉 사진 (출처 : 주식회사 랑 공식 트위터 계정)

모든 반전을 다 알고 난 뒤 <데스트랩>을 보면, 이 작품의 매력이 X1038579가 된다. 공연이 시작될 때, 시드니가 집을 둘러보면서 마이라의 약통을 잠시 들었다가 놓는다.(참고. 이게 그날 필자가 본 배우만의 디테일일 수도 있다.) 두 번째 본 관객들은 저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수 있다. 또,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마이라에게 보이지 않게 주고받는 클리포드와 시드니의 눈빛도 보인다.

제일 짜릿한 순간은 헬가가 등장할 때다. 텍스트가 워낙 많다 보니, 처음 봤을 때도 마지막에 헬가의 예언이 맞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부 하나하나 다 외워서 기억할 수는 없다. 근데 두 번째 볼 때는 헬가의 예언과 처음 봤던 것을 비교해서 생각할 수 있다. 헬가, 정말 모든 걸 다 예언한다. 마이라의 큰 고통까지도. 그리고 헬가가 마이라에게 "잘 자요."라고 하는 그 순간, N차 관객은 깨닫는다. 저 말의 이중적 의미를.

사실 이런 순간들을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반전이 가득한 만큼, 복선도 촤르르 깔려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소름 돋았을 때는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그때 정말 속으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극을 쓰는 사람은 천재가 아닐까. 하고.


그런데 <데스트랩>을, 특히 이번 2021 <데스트랩>을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ㅇㅁㅇ 이렇게 칭찬을 했는데 아직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아직 남았다. 사실 필자는 작년에 <데스트랩>을 봤을 때,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황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두 번 보라고 해놓고 자기는 안 볼 거라고 생각했다니. 과거의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안타깝게도 늘 그렇듯이, 여성 캐릭터의 활용/서사때문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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