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조(대리행위의 하자) ①의사표시의 효력이 의사의 흠결, 사기, 강박 또는 어느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경우에 그 사실의 유무는 대리인을 표준하여 결정한다.
②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한 경우에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좇아 그 행위를 한 때에는 본인은 자기가 안 사정 또는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의 부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하자'라는 어려운 표현이 나옵니다. 민법에서는 처음 나오는 표현입니다. 하자(瑕疵)란, 흠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것을 말합니다. 어찌 보면 좀 순화해서 쓸 수 있는 표현인데,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를 법학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1항을 봅시다. 제1항은 의사표시의 효력에 뭔가 문제가 있을 때 그 사실의 유무는 대리인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우리는 앞서 의사표시에 문제가 있는 경우들을 공부했습니다.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경우로서 비진의표시(제107조), 통정 허위표시(제108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제109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서울에 사는 철수는 제주도에 있는 땅을 사기 위하여 대리인인 영희를 내려보냅니다.
그런데 철수의 옆집에 사는 민수는 철수가 좋은 땅을 사는 것이 괜히 싫습니다. 사기나 강박의 수단을 이용하여 이 토지를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사게끔 만드려고 합니다. 그러면 민수는 철수를 대상으로 사기나 강박을 하여야 할까요, 아니면 영희를 대상으로 사기나 강박을 하여야 할까요?
당연히 대리인인 영희를 대상으로 사기나 강박을 하려 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철수는 사실 대리인을 보낸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편히 발 뻗고 자고 있고, 실제 땅을 사는 업무는 모두 영희가 전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민수가 철수를 겁박한다고 하여도, 그 사이에 영희가 제주도에서 땅을 사버리면 그 매매계약은 유효합니다.
이처럼 제116조제1항은 본인이 아니라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여 '사기나 강박을 당하였는지', '비진의표시를 하지는 않았는지', '통정한 허위표시를 하였는지' 등을 판단하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리인이 상대방과 통정하여 허위표시를 한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는 제108조제1항에 따라 무효가 됩니다.
제116조제2항은 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한 경우에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따라 행위한때에는, 본인이 알고 있었던 사실이나 과실로 알지 못한 사실을 들어 대리인의 부지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최소한 본인이 알고 있었음에도 그 행위를 하라고 지시했거나, 부주의하여 과실로 어떠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그 행위를 하라고 지시한 때에는 "제116조제1항에 따르면 대리인을 기준으로 해서 과실을 판단한다네. 나는 과실이 있지만 대리인은 과실이 없었어~"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본인 스스로가 악의이거나 과실이 있는 때에는 제116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본인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내일은 대리인의 행위능력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