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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25. 2019

민법 제117조, "대리인의 행위능력"

제117조(대리인의 행위능력) 대리인은 행위능력자임을 요하지 아니한다.


제117조는 설령 제한능력자라고 하더라도 대리인이 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규정을 두고 있을까요?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지금까지 우리는 민법에서 제한능력자를 굉장히 열심히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공부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112조에서는, 제한능력자가 의사표시를 수령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가 제대로 도달된 것으로 볼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한능력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제112조(제한능력자에 대한 의사표시의 효력)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의사표시를 받은 때에 제한능력자인 경우에는 의사표시자는 그 의사표시로써 대항할 수 없다. 다만, 그 상대방의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가 도달한 사실을 안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제117조에서는 굳이 제한능력자도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정하는 이유는, 대리의 경우 법률효과가 대리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귀속되는 것이어서 제한능력자가 대리인이 된다고 하여도 딱히 제한능력자 자신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한능력자라고 하여도 최소한 의사능력은 있어야 대리행위를 할 수 있겠지요?


제117조의 경우 임의대리에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만, 법정대리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란이 있습니다. 즉, 법정대리에서도 미성년자와 같은 제한능력자를 대리인으로 쓸 수 있느냐, 이런 것이죠. 일부 법정대리인의 경우 제한능력자를 아예 대리인으로 쓸 수 없다는 특칙을 두기도 합니다만(아래 제937조, 제1098조 등), 그런 특칙이 없는 법정대리의 경우에는 논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부재자의 재산관리인이라든지, 법인의 이사 등이 그렇습니다(김준호, 2017). 학설의 자세한 논의에 대해서는 참고문헌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937조(후견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후견인이 되지 못한다.  
  1. 미성년자
  2.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피특정후견인, 피임의후견인

제1098조(유언집행자의 결격사유) 제한능력자와 파산선고를 받은 자는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한다.


내일은 대리권의 범위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심화학습] 제117조의 적용 범위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제117조는 제한능력자가 대리인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제128조에서 좀 더 자세히 공부하겠지만, 특히 임의대리 같은 경우에는 3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기초적 내부관계) 철수는 자신의 부동산을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미성년자인 영희와 위임계약을 맺었습니다.

[2단계] (수권행위) 철수는 미성년자인 영희에게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대리권을 수여하였습니다.

[3단계] (대리행위) 영희는 철수를 대리하여 나부자와 계약을 맺고, 철수의 부동산을 매각하였습니다.


하나의 대리행위가 나오기까지 3단계가 등장하게 되며, 민법에서는 각각의 단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1단계와 2단계를 굳이 구분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데 현실에서는 1+2단계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양자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공부할 제128조를 보면 좀 더 이해가 잘 가실 것입니다.


어쨌건 기초적 내부관계(기초적 법률관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란 수권행위의 원인이 되는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관계를 뜻하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는 철수와 영희 사이의 위임계약이 이에 해당합니다. 

“철수(본인)는 영희(대리인)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3단계]대리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


맞는 말입니다. 왜냐, 제117조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제117조는 대리인은 행위능력자가 아니어도 된다고 하고 있으므로, 미성년자인 영희도 대리인이 되는 것에 문제가 없고, 따라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대리행위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제117조를 둔 의미가 거의 없겠지요.


그럼 이런 문장은 어떨까요? “영희(대리인)는 스스로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철수(본인)과 체결한 [1단계]위임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이것도 맞는 말입니다. 이 경우에는 왜 취소가 될까요? 왜냐하면, 여기서는 제117조가 아니라 민법 제5조제2항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제117조는 [1단계]에서의 기초적 내부관계를 취소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초적 내부관계가 취소되는 경우, 그에 기초하여 행해진 수권행위의 효력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놓고 학설의 논란이 있습니다. 이를 여러 교과서에서는 유인설과 무인설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교과서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 ①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309면.



19.10.25. 작성

22.12.9.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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