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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28. 2019

민법 제118조, "대리권의 범위"

제118조(대리권의 범위) 권한을 정하지 아니한 대리인은 다음 각호의 행위만을 할 수 있다.
1. 보존행위
2. 대리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성질을 변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이용 또는 개량하는 행위


제118조는 대리권의 범위에 대해서 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리권의 범위는 법정대리인의 경우에는 대리권의 범위가 이미 법률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임의대리인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임의대리인은 수권행위에 의해서 대리권을 얻게 됩니다. 보통은 이러한 수권행위를 통해서 대리권의 범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내가 요즘 바쁜데 집을 팔기는 팔아야 겠으니, 자네가 나 대신 내 집을 매물로 팔아줘."라고 수권행위를 했다면, 영희는 철수의 집(부동산)을 파는 행위를 대리할 수 있는 것이지 철수의 자동차를 팔아 치우는 행위를 대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이, 수권행위에 의해서 어디까지 대리권이 주어졌는지가 애매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민수 : 안녕하세요, 좋은 매물이 나왔다고 해서 보러 왔습니다.
영희 : 안녕하세요, 이 집의 주인 철수의 대리인인 영희입니다. 저는 이 집을 매도하는 일을 대리하고 있답니다. 저는 지금 현명주의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민수 : 좋은 분이시군요. 이 집이 1억원이라고 했지요? 당장 계약합시다.
영희 : 좋습니다. (철수가 시킨대로) 중도금은 1주일 뒤에 주시고, 잔금은 2주일 뒤에 주시는 것으로 합시다.민수 : 그런데 부탁이... 제가 사실 다음 달에 돈이 들어와서요. 잔금은 3주일 뒤에 드리면 안될까요?
영희 : (어라? 내가 기일을 맘대로 연기해 줘도 괜찮은건가... 철수는 연락이 안되네.)


영희가 잔금 지급기일을 미룰 만한 권한이 있다고 보아야 할까요? 철수는 수권행위에서 이에 대해서는 별달리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영희가 철수와 재빨리 연락해서 잔금 지급기일을 미뤄 주어도 되냐고 물어 승낙을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영희가 그러한 동의 없이 기일을 연기해 버렸다면 이제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생깁니다. 괜찮은 걸까요?


판례는 수권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매매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은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매매계약에서 약정한 바에 따라 중도금이나 잔금을 수령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매매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대리권을 수여받은 대리인은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 대하여 약정된 매매대금지급기일을 연기하여 줄 권한도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310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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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권행위를 해석할 때 대리권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보충적으로 해석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민법 제118조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수권행위에 따라 대리권의 범위가 명백한 경우에는 제118조를 적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118조에 따르면 대리인은 보존행위와 (대리의 목적인) 물건 또는 권리의 이용 및 개량행위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실 제118조는 재산의 관리를 위탁하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위에서 철수의 사례와 같이 부동산 매입을 대리시킨다든가 하는 행위에는 해당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참고할 수 있는 조문이 되겠지요.


보존행위는 말 그대로 가치를 현상 유지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집의 관리를 맡은 대리인이 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집이 금방 낡아서 가치가 떨어지겠지요. 그래서 집의 부서진 수도꼭지를 수리한다든가 부서진 문짝을 고친다든가 하는 것은 보존행위에 속합니다. 대리인이라면 이 정도 권한은 주어져야 합니다.


이용행위라는 것은 재산을 '이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행위로, 물건을 임대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편 개량행위란 물건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물론 여기서의 이용행위와 개량행위는 무제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대리의 목적이 되는 '물건 또는 권리'의 성질을 변하게 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만 인정되는 것입니다. 대리인이 집을 관리해 준다고 해놓고 이용행위로 임대를 해버렸는데, 임대 이후에는 주택이 상가로 바뀌어 버렸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성질이 변해 버린 것이지요.


내일은 각자대리의 법리를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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