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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30. 2019

민법 제120조, "임의대리인의 복임권"

제120조(임의대리인의 복임권) 대리권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부여된 경우에는 대리인은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있는 때가 아니면 복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복임권입니다.

철수가 영희를 자신의 대리인으로 삼았는데, 영희가 또 자신의 권한으로 민수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였다고 합시다. 이 경우 민수와 같은 사람을 다시 복(復) 글자를 써서 복대리인이라고 하고, 이와 같이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대리인(영희)의 권한을 복임권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복대리인을 ‘대리인의 대리인’이라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복대리인은 단지 대리인이 스스로 선임한 사람일 뿐, 복대리인도 여전히 ‘본인’의 대리인입니다. 이 의미는 나중에 공부할 제123조제1항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송덕수, 2022).


약간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철수의 입장에서는 기껏 영희에게 '대리'를 시켜 두었더니, 영희가 자기 마음대로 다른 대리인을 시켜서 일을 하는 것, 괜찮을까요? 철수 입장에서는 좀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거면 대리인 하겠다고 동의한 이유는 뭐지? 처음부터 거절을 하지.'라고 철수는 투덜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본인(철수)이 보기에는 민수가 도무지 미덥지 않은 사람이면 어떡하나요?


대리인 입장에서 설령 무슨 일이 생겨서 대리를 도저히 하기 힘든 상황이 생겼다고 해도, 그런 경우에는 대리인을 그냥 그만두면(사임)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본인은 다시 새로운 대리인을 자기가 선임하면 되니까 서로에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굳이 '대리인'으로 하여금 '다른 대리인'을 선임하게 할 필요는 크지 않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 하에서 결론적으로 복임권은 아무 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제120조에 따라 본인이 이에 대하여 '승낙'을 하였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부득이한 사유란 예를 들어 본인이 도저히 승낙을 하기 힘든 상황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철수와 영희의 사례에서와 달리 임의대리가 아닌 법정대리라면 좀 얘기가 달라집니다. 임의대리에서는 본인인 '철수'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하므로 대리인이 마음대로 복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법정대리는 (보통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률에 의하여 대리인이 정해지는 강제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복대리인을 좀 더 자유롭게 선임할 수 있도록 해주어도 괜찮습니다. 이 차이를 잘 기억해 두세요.


그래서 제120조는 '대리권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부여된 경우'라고 한정 짓고 있습니다. 즉, 제120조는 임의대리에 적용되는 조문인 것입니다. 법정대리의 경우 나중에 따로 조문이 나오니 그때 구체적으로 공부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대리인이 본인의 승낙도 받지 않고, 그렇다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복대리인을 선임해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러한 경우에는 나중에 공부하게 될 무권대리행위가 되어, 그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인 경우에는 나중에 공부할 표현대리가 성립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데, 우리 판례는 긍정하고 있습니다(김용덕, 2020).

내일은 임의대리인의 복대리인 선임에 대한 책임을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주석민법 총칙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0, 112면(권순민).

송덕수, 「신민법강의(제15판)」(전자책), 박영사, 2022, 168면.



19.10.30. 작성

22.12.5.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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