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조(주소) ①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주소로 한다.
②주소는 동시에 두 곳 이상 있을 수 있다.
오늘부터 배울 제2절은 자연인의 주소에 관한 내용입니다. 주소란 말 그대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주소의 개념에 대해서는 정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한 집 주소는 A주택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는 실제로는 A주택이 아니라 자신의 여자 친구가 사는 B주택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철수의 진짜 주소는 A주택일까요, 아니면 B주택일까요?
우리의 민법은 형식적인 표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의 장소를 주소로 보는 실질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철수의 생활관계가 B주택에서 이루어진다면, 철수의 주소는 B주택인 것입니다.
주소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등록기준지가 있습니다. 등록기준지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하는 장소로서, 가족관계 사항에 관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기준이 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등록기준지는 본인이 태어나거나 살고 있는 곳과는 전혀 상관없는 뜬금없는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에 '호적법'이 있었던 시절에는 소위 본적(本籍)이라고 하여 자신의 호적의 기준이 되는 장소를 등록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대체개념으로 들어온 것이 등록기준지입니다.
제10조(등록기준지의 결정) ① 출생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처음으로 등록을 하는 경우에는 등록기준지를 정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② 등록기준지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또 다른 구별 개념으로 거소가 있습니다. 거소는 주소(住所)처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곳은 아니지만 한동안 임시로 거주하는 장소인데요, 중요한 개념이지만 내일 배울 제19조가 거소에 관한 규정이므로 내일 상세히 공부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 정도만 알고 지나가겠습니다.
또 다른 개념으로는 주민등록지가 있습니다. 이는 30일 이상 일정한 장소에 거주할 목적으로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진 자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을 하여야 하는데 그때 적어 넣는 장소가 바로 주민등록지입니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주민등록지를 보통 주소로 봅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주소=주민등록지는 아니고, 양자는 불일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법적인 의미의 주소가 소송 등에서 논란이 될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물론, 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소가 어디인지 판단하여야 할 때에는 주민등록지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소는 1곳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여자 친구의 집인 B주택에서 생활하지만, 출근해서 일하는 곳은 C빌딩이라고 해봅시다. 이 경우 철수의 일상 중 거의 절반은 C빌딩에서 이루어지고, 나머지 절반이 B주택에서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이러한 때에는 철수의 주소는 B주택 뿐 아니라 C빌딩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민법 제18조제2항은 이러한 주소의 복수주의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소가 그냥 사람 사는 데면 됐지 뭐 이렇게 복잡하게 개념을 만들고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민법에서 '주소'가 갖는 의미는 큽니다. 예를 들어 민법에서는 특정물인도 이외의 채무변제는 채권자의 현주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채권자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소의 개념이 명확해야 하겠지요. 또한, 상속은 피상속인의 주소지에서 개시하도록 되어 있으니 이 경우에도 주소의 개념이 명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거소의 개념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