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유 Nov 08. 2024

그 많던 매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왜 우리가 집을 사려고 할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

며칠  우리는 젠틀중년 부부와 다시 한 번 부동산에서 만났다. 계약서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작성됐다. ‘던딜이었다.


집을 파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이젠  아이와 함께 어쩌면 평생을 살아가야  지도 모를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다. 우리의 잔금일에 맞춰 입주할  있어야 했고, 식구가 늘었으니  넓어야 하며, 인근의 소아과나 초등학교, 마트, 학원  인프라도 지금보다는 나은 곳으로 고려하다 보니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랬듯 우리는 네이버 부동산과 호갱노노를 넘나들며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서 우리가   있는 곳을 열심히 검색했다.

 

우리의  아파트는 2020 매수를 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가격이  올랐다. 지난 4  우리 부부의 급여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당했다. 납부한 세금을 고려하더라도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 아파트들도 대충  정도는 올랐다는  있었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한다는 나이인 30대를 지나며 열심히 돈을 벌어  상태였다. 주택 구입 당시 이뤄졌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대출 가능한 금액은 최대한 끌어봐도 전체 주택 가격의 30% 수준에 불과했는데, 그랬기 때문에 4  대출거의 갚을  있었다. 김현미  장관님 말씀처럼 ‘영끌 하고 싶어도  해서 좁고 교통편도 나쁘며 인프라도 좋지 않은  아파트에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빚을 빨리 털고 ‘짬푸   있게 됐으니 인생사 모든 선택은 결국 새옹지마가 맞는 모양이었다.

 

신랑이 빚을 갚는 동안 나는 돈을 버는 족족 저축했다. 주식이니 펀드니 하는 것에 무지하며, 일말의 리스크라도 존재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쫄보인 터라 시중은행 금리 따져가며 예적금에만 때려박았다. 삼성이니 카카오니 하는 대형 기업에 투자했다가 ‘물려버려 넣지도 빼지도 못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보이지도 않는 무형의 가치에 나의 돈을 넣고 싶지 않다는 금융불신적인 보수적 마인드만 자라고 말았다. 무식하게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무식하게 용감한 채로 알지도 못하는 주식이나 펀드에 넣었다가 날려먹는 것보단 낫다는 입장이었다.


누군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접해 불안감이  때도 있었지만, 나는 또래의 친구들이 갖지 않은 유형의 자산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쪽 방향이 맞다고 합리화를 하며 급여의 절반 이상을  떼서 바로 저축 통장에 넣었다. 월세나 전세대출 이자가 나가지 않으니 특별히 돈을  일도 없어 생활이 빠듯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게 4 여간 모아둔 돈은 적지 않았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이전에 대출이 나와 계약서 작성 직전에 체결을 물렀던 신혼부부  김칫국을 마시며 찾아봤던  동네 구축 30평대에는 충분히   있었다. ‘뉴타운답게  동네에는 학교와 학원도, 소아과와 치과도, 카페와 식당 그리고 마트도 많았다. 게다가 평지였고, 배정 초등학교는 지은지 오래지 않은 혁신초였다. 아이를 키우기에는 좋은 조건이었다.


거래 기록을 살펴보니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8 초반대였다. 약간의 대출만 조금  땡긴다면  무리 없이 입성이 가능했다. 이제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을  군데 확인해 보고, 여러 조건  가장 나은 곳을 고르기만 하면 됐다. 라고 생각했으나

 

주택 공급 반토막, 매매·전세 다 뛴다… 文때 '패닉 바잉' 재현 우려

- 조선일보 (2024. 7. 16.)

서울 아파트값 18주째 상승…”관망세 속 매물은 줄어”

- 뉴시스 (2024. 7. 25.)

“무섭게 오르는 서울 아파트값”…5년 10개월만 최대 상승폭 또 갱신

- 이데일리 (2024. 7. 27.)

 

최근의 실거래가가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이  닥쳤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동네는 서울 시내에서도 손꼽게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반사이익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서대문구는 강북에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이어  번째로 높은 주택 매매 가격 상승폭을 보이고 있었고, 우리가 가려고 하는 동네는 그 상승을 리드하고 있었다.


2020년에 집을  때만큼의 급작스런 상승까지는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처음 생각했던 가격보다 많이 올라 있기는 했다.  우리가 집을 사려고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불안 심리로 인한 패닉 바잉도 아니고, 그저 애가 둘이 돼서 집을 넓히려는 것뿐이었는데.

 

하지만 고작 개인은 대세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우리는 생각을 바꿔먹기로 했다. 어쨌든 상승세를 타 준 덕분에 50팀, 100팀이 우리 집을 찾아와 본 거고, 그랬기에 팔렸으니까. 뉴스 속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거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주택 공급은 절벽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었다. 집값이 올랐다 한들, 앞으로 상승세가 더 이어질 거라면 서둘러 집을 계약하면 언젠간 이득이 될 거였다. 나와 신랑은 4년 전 전 장관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동산에 달려갔던 것처럼, 밤새 네이버 부동산과 호갱노노를 들락거리다 해가 뜨자마자 아기를 데리고 옆동네 뉴타운으로 달려갔다.


매물이 없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인근 10 군데의 부동산을 돌았으나 모두가 보여준 매물은 똑같았다.   뉴타운의 구축 브랜드 아파트 30대의 1층이었다.


우리가 지불할  있는 금액이 한정돼 있었기에 저층을 고려하지 않은  아니었으나 고층은커녕 중층의 매물 자체가 없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우리가 원하는 조건 – 8 초반, 30평대, 구축이라도 브랜드 있는 아파트, 초등학교와 소아과 등의 인프라, 11 입주 가능 –  충족하는 매물은 정말  1층의  개뿐이었고, 그 조건을 벗어나더라도 시장에 나온 총 매물은 5개를 넘어가지 않았다. 중층부터는 우리의 예상보다 5천만원 이상이  비쌌을 뿐.

 

“여기 8층, 최근 실거래가는 8억 초반이던데요.”

“요즘은 상승기라… 매도인도 팔아서 짬푸하려고 할 거잖아요. 그런데 짬푸할 아파트들도 다 가격이 뛰었다 보니까. 매물도 없어서 부르는 게 값이 됐어요.”

 

상황이 이렇다 해도 집을 봐야 결정을 내릴  있을 테니 방문 시간을 정하기로 했다. 부동산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집주인들은 각각 토요일 하루에만 5팀이 넘게 집을 보러 오기로 했다며 난색을 표했다.  집주인 모두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서 전혀 급하지 않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에 에누리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결국 집주인과 부동산이 가능한 시간을 조정해서 우리에게 연락을 주기로 했다.


이대로 한 군데도 돌아보지 못하고 귀가하기는 아까운 마음에, 나와 신랑은 해당 매물이 나와 있는 단지를 직접 방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건 두고두고 잘한 선택이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