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 두 주 예비비가 야무지게 쌓이고 있었는데 셋째 주에 들어서니 예산 9만 원을 다 지출하고도 -62,120원이 되었어요.
제가 갑자기 탕진 재미에 빠진 걸까요?
아니요.
생활비 예산 초과의 복명 세 가지를 동시에 만나서 그래요. 알뜰살뜰 예산 안에서, 심지어 예산을 매주 남길 수 있었던 저에게 이런 패배를 안겨준 복병이 무엇인지를 함께 나눠보려 해요.
우선 첫 번째는 의료비예요. 의료비에만 한 주간 총 100,900원을 지출했어요. 이 중 44,900원은 정기적 병원비인데요. 우선 31,500원은 4주에 한 번씩 가고 있는 저와 큰 딸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진료비와 약값이고, 13,400원은 큰 딸 한의원비랍니다. 참 저 이제 단약 해보다고 하시며 앞으로는 파마파록세틴정 0.5mg 3일에 한 번씩만 복용해 보래요. 글 쓰는 현재 그렇게 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부작용 없이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의 뜬금없는 우울증 고백으로 궁금증이 생기신 분들은 ‘우울증을 만났지만 이별 중입니다’ 저의 3번째 브런치북을 보시면 돼요.)
이 정도 정기지출은 커버 가능했는데 큰 딸이 질염으로 산부인과를 다녀왔어요. 아직 채 20살이 안 됐는데 혼자 다녀오다니 정말 용감한 것 같아요. 진료비, 검사비 등으로 62,700원을 지출하였습니다. 실비보험 청구했더니 바로 다음날 46,000원이 계좌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다시 계산하니 이번 주 의료비는 총 54,900원 지출했네요. 실비보험이 이럴 때 참 요긴합니다. 20세 납 20세 만기인 태아보험인데 어느덧 일 년 정도밖에 안 남았어요. 큰 딸이 직접 돈을 벌기 전까지 다시 한번 새로운 실비보험을 들어줘야겠어요.
제가 즐겨보는 절약, 가계부 유튜브 채널에서도 아껴 쓰다가 가족이나 본인이 아파서 병원에 가거나 입원을 하게 되면, 혹은 비싼 영양제를 사게 되면 그냥 예산 초과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혜로운 분들은 미리 의료비로 목적저축을 하고 있다가 거기서 지출방어를 하는 모습도 봤어요. 전 아직 예비비가 쌓이는 중이니까, (아~ 이번에 10만 원 좀 넘게 쌓여있던 예비비를 다 사용했네요.) 시간이 흐르면 저에게도 여유로운 예비비 계좌가 생기겠지요. 의료비 방어를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예산을 남겨서 예비비 계좌로 보내고 싶네요.
두 번째는 의류비입니다.
저와 신랑, 큰 딸의 의류비는 제 생활비에서는 거의 제로에 수렴해요. 옷을 안 사는 것은 아닌데 신랑 주머니에서 나 가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신랑은 계절이 바뀔 때 니트나 티셔츠를 1~2만 원 선에서 두벌 정도씩 사는데 본인 용돈에서 지출해요. 참 좋은 습관인 것 같아요. 여보, 앞으로도 그렇게 주욱 부탁해.
전 옷이나 신발 등 필요한 것이 생기면 기억해 두었다가 제 생일날 신랑이 주는 10만 원으로 삽니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에 신랑이 저랑 두 딸 데리고 중앙동 옷가게에 가서 사고 싶은 것 다 고르라고 말하는데 그때 신나게 사기도 해요. 이때가 일 년 중 신랑이 정말 멋져 보일 때 베스트 5에 드는 순간이에요.
둘째 딸도 분명 아빠가 같이 사주고 심지어 제일 많이 고르기 때문에 제일 많이 사는데도 둘째는 자주 옷이 없다는 말을 합니다. 특히 계절이 바뀔 때, 학교가 개학을 할 때, 체험학습을 갈 때, 그냥 인스타에서 요즘 유행하는 옷을 봤을 때, 친구가 본인이랑 같은 옷을 입고 왔을 때 등 다양한 이유로 옷이 필요해요.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늘 사주지는 않고, 제가 생각해도 이 정도는 더 있어야겠다 싶을 때 사줘요.
이번 주에도 봄바지 한벌, 가디건 한 벌해서 총 49,700원을 지출하였어요.
마지막 저희 집 복병은 이벤트비용이에요.
두 딸과 커플반지를 맞췄어요. 큰 딸의 간절한 버킷리스트였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반지 만들기 카페에 가서 사장님의 도움하에 은반지를 직접 제작해 봤어요. 각인도 했고요.
몇 년 전부터 방학 때 큰 딸과의 데이트, 둘째 딸과의 데이트를 했어요. 평소 바쁜 엄마가 주는 고마움의 선물이랄까요?
고양이카페 갔다가 초밥 먹고 오기도 하고, 강아지 카페 갔다가 마라탕 먹고 코인 노래방 갔다가 베라 아이스크림 먹고 돌아오기도 하고, 나가기 귀찮다고 하면 집에서 마라탕 시켜 먹고 와플대학 시켜 먹고 루미큐브 하며 놀기도 하고~
제가 지금보다 빚이 좀 더 많을 때에도 눈 딱 감고 일 년에 네 번 하루에 십만 원 이상 지출했지요. 딸들과 저의 마음에 찐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에 후회한 적 없는 의미 있는 소비예요.
이번엔 손가락에 은반지라는 물건도 남았으니 가성비가 좋네요. 금액은 9 민원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차피 돈 많이 쓰는데 그냥 막 쓰자 했겠지만 이번엔 그래도 예산을 생각하며 차분하게 지출했습니다. 탄생석 괜히 넣지 않고, 반지 굵기 괜히 두껍게 하지 않고~
마라탕을 저녁으로 먹었는데 예산 초과가 너무 확실하니까 저녁은 제가 용돈으로 사줬어요.
요약해서 말하자면 의료비, 의류비, 이벤트비가 저희 집 생활비의 세 가지 복병입니다.
대비책으로는 평소 지출을 최소화해서 꾸준히 예비비 계좌를 불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