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만에 다시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다들 안녕하셨는지요? 안녕하셨길 소망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안녕하지 못했어요. 우울증이 재발되었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우울증 약 복용 만 7주 차인데 이제 얼추 제가 아는 저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글 쓸 힘이 다시 나서 새 브런치북을 연재하려 합니다.
저의 ‘우울증을 만났지만 이별 중입니다.’를 읽으셨다면 제가 2024년 직장에서 막중한 부장역할을 맡고 일한 지 몇 달도 못되어 우울증이 걸렸던 것, 약 먹고 회복된 것, 재발되기 싫어서 거의 만 10개월 동안 의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서서히 단약해 가던 것까지 아실 거예요. 브런치북을 발간 후 2025년 4월에 드디어 “그만 오셔도 됩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몇 개월 유쾌하게, 즐겁게 잘 지냈답니다. 다시 찾은 평범한 하루하루는 그냥 너무 소중했고 감사했어요. 취침 전 우울증 약을 챙겨 먹지 않는 것도 편하고 기뻤어요.
그런데 2025년 올해 8월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이렇게 머리가 잘 안 돌아가지? 에너지가 없지?’
처음엔 8월 초 과식으로 인해 배탈이 심하게 나서 한주 이상 꼬박 죽만 조금씩 먹으며 직장 다니느라 몸이 지쳐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 몸이 힘들어서 그래. 배탈이 나서 못 먹거나 죽만 조금씩 먹으면서도 출퇴근하고 일하고 해서 힘든데 더 열심히 하지 않냐고 다그치면 어떡해? 기다려주자.’하며 제 마음을 스스로 토닥여 줬어요.
그렇지만 배탈이 다 나아서 정상적으로 밥을 먹게 되고 또다시 2주 이상 흘렀는데도 여전히 머리를 쓰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제가 근력과 힘은 부족해도 머리쓰는 일은 잘 하는 사람이었는데 말이에요. 머리도, 몸도 다 힘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죽고 싶음 생각은 안 들지만, 하루 24시간이 너무 버거워지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매일 블로그에 비공개로 저의 마음이 왜 그런지에 대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약을 다시 먹어요 하나, 이렇게 지나가도 되나?‘
그리고 시간이 나면 인터넷에서 저도 모르게 계속 ‘초기 우울증 증상‘, ’우울증 재발’, ‘우울증 자가검사’ 등을 검색헀어요. 비슷한 내용인데도 우울증이 재발된 건 아니겠지란 희망과 재발되었나라는 불안감 때문에 매일, 매일 계속 검색해서 읽었어요.
두 딸의 엄마로서, 담임교사로서 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싶은 간절함에 다음과 같이 기도를 드렸어요.
‘하나님, 잠시 몸이 지쳐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 거면 좋겠어요. 그러나 혹시 우울증이 다시 찾아온 거라면 심해지기 얼른 약 잘 먹고 회복되길 원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어요. 나를 잘 아는 학교 선생님들 중 단 한분이라도 눈치를 채고 말해준다면 그땐 고민하지 말고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