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많이 사라지고,
하고 싶은 일은 없지만 해야 되니까 하는데 에너지가 없으니까 평소보다 훨씬 힘을 억지로 많이 내서 노력해서 하고 있고,
점심시간에 스몰토크가 엄청 부담스럽고,
평소 만나던 지인들과의 모임에 나가는 것이 많이 귀찮고 부담스러워 안 나가고(심지어 주일예배도 못 가고)
아직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은 할 수는 있고, 능력치는 비슷하지만 하고 나면 많이 피곤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그렇지만 담임교사니까 우리 반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수업을 해야 하니까 이런 저를 다독거리며 출근을 했습니다.
하루를 마음으로 6등분 해서 버티며 살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지하철 타고 학교에 출근할 때까지 - 1/6
우리 반 조회 들어가는 것까지 - 1/6
오전 수업과 업무 - 1/6
점심시간 - 1/6
오후 수업과 업무, 종례 - 1/6
퇴근해서 집에 가서 자기 전까지 - 1/6
이렇게 6분의 1씩 버티며, 집에 가면 녹초가 되어 소파에 널브러졌다가 저녁은 먹어야 하는데 먹고 싶은 음식도 아무 생각이 안 나서 딸들에게 물어봐서 배달시켜 먹으며 버티듯이 살았어요.
그러던 중 9월의 첫째 주 금요일 제가 속한 영어교과의 유일한 여선배 선생님이 아침에 업무차 잠깐 저와 얘기하고 나서는 교무실로 내려가기 전에 한마디 하셨어요. "자기, 요즘 괜찮아? 힘든 일 있어?"
아~ 드디어 들켰구나. 알아보실 정도로 내가 힘들구나.
"네, 선생님. 사실 요즘 다시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병원을 가야 하나, 괜찮나 고민 중이었는데 내일 가야겠네요. 이번에도 선생님이 알아보셨네요."
참고로 이 선생님은 작년에 제가 너무 힘들어 어쩔 줄 몰라할 때 걱정하시며 얼른 치료받으라고, 병가 쓰고 회복하고 돌아오라고 해주셨던 분이에요.
혼자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의 변화를 저를 잘 알고 아끼는 선배 샘이 함께 알게 되니 인정하게 되었어요. 우울증이 재발되었다는 것을요. 단약하고 정말 행복했는데, 이제 다시는 우울증을 경험하지는 않겠지 하며 즐겁게 살았는데 아니라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인정하고 병원을 가야겠다 마음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