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약 한 지 만 4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재발해서 다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힘들었지만, 며칠 전에도 가야 되나, 안 가도 괜찮나 생각할 정도의 상태였는데 그 며칠새 더 에너지가 없어져서 꼭 가야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갔습니다.
인터넷 자가 우울증 검사지로 했을 때에는 경증 우울증 정도로 나왔고, 작년과 다르게 죽고 싶은 생각도 없고, 머리를 쓰는 일도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되고 있고, 일상생활과 학교생활도 어느 정도하고 있어서 빨리 갔다 싶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어요.
“더 빨리 오지 그러셨어요. 약 먹으면 되는대요.~”
작년엔 파마파록세틴정 10mg, 아티반정 0.5mg, 밀타정 3.75mg을 처방해 주셨는데, 이번엔 약을 파록스정으로 바꿔서 10mg 주셨어요.
다른 것은 동일하게 처방해 주셨습니다.
일주일 먹고 다음 주에 오라고 하셨어요.
잠을 잘 못 잔다고 하니까 신경안정제인 아티반정을 처방해 주셔서 첫날부터 다행히 잠은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취침 전 약이라 매일 저녁 8시 50분 정도에 먹고, 9시부터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어요. 하루를 살고 나면 진이 빠지기도 했고, 대부분의 일에 흥미가 떨어져서 평소 즐겨보던 유튜브, 넷플릭스 등도 재미가 없어 할일도 없었고, 그나마 잠자는 시간이 가장 편했기 때문에 거의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9시 취침, 새벽 6시 30분 기상 패턴을 이어갔습니다. 주말엔 물론 더 많이 잤어요. 똑같이 9시 취침을 했는데,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11시. 14시간을 내리 잤습니다. 심지어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이 자는데도 계속 잠이 오는 것이 신기했어요. 뇌가 지친 거니까 자면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잠을 많이 자는 것을 힘들어하지는 않았습니다.
항우울제는 최소 3주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지식으로도, 경험으로도 알고 있지만 약을 먹어도 변화 없는 일주일은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다행히 시험 전주라 진도를 다 끝내서 자습을 주고, 교실에 앉아있는 거여서 그나마 버텼어요. 여전히 무기력하고, 재미있는 일이 없고, 특히 일상적인 인사, 대화 등을 나누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심지어 약 먹고 4일 차에는 전철에서 내려 출근하는데 눈앞이 캄캄하고 너무 어지러워 근처 가게 앞 의자에 주저앉아 있다가 결국 병가를 하루 내고 택시 타고 집에 가서 하루 종일 누워있기도 했어요. (이 증상은 우울증 + 빈혈이 원인이어서 우울증 치료와 철분제 복용을 꾸준히 하면서 사라졌어요. 단 철분제가 변비를 유발하여 유산균까지 꾸준히 먹고 있고, 다행히 괜찮아졌습니다.)
너무 몸에 힘이 없어 내과에 가서 영양제 주사를 맞으며, 블로그에 비공개로 저의 심정을 토로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래도 정신없는 꿈 꾸지 않고 꿀잠을 자는 것 하나가 긍정적인 변화였어요.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 있었는데요,
작년에 제가 수업하면서 저의 이야기를 하며, 우울증 증상을 이야기하며, 혹시 본인이나 친구가 이런 증상이 있는데 누군가 말할 사람이 필요하면 나한테 데리고 오라고 했거든요. 9월 10일 점심시간, 제가 작년에 수업했던 반의 한 여학생이 친구를 데리고 저에게 왔어요. 너무 괴로워해서 데리고 왔다고~
그 친구와 이야기하며 혹시 죽고 싶은 마음도 드니?라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상담선생님을 모셔와 상담받을 수 있게 했어요.
힘든 중에도 의미 있는 하루를 살 수 있어 반짝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을 어찌어찌 버티고 드디어 다시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는 토요일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