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제가 받은 친절은 '매생이 굴국밥'입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사람과의 만남, 대화가 다 어려워집니다. 그럴 때에는 절 생각해서 밥 사주겠다고 하는 분들의 호의도 두려워져요. 심지어 제가 평소에 많이 좋아했던 분들과 식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우울증으로 힘들어서요. 다음에 괜찮아지면 말씀드릴게요."하고 미뤄뒀던 식사약속이 여러 건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어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 선생님 두 분과 식사를 했습니다.
"소망이 네가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우린 다 좋아."라고 하는 그 이야기가 진심인 것을 알기에 '난 뭐를 먹고 싶지, 지금?' 며칠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뜨끈한 굴국밥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어제 2차 지필고사 감독업무를 잘 마친 뒤 조퇴를 달고 함께 굴국밥집에 갔습니다. 그리고 굴국밥보다 1,500원 더 비싼 매생이굴국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며 저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 기울여주시는 두 분에게 절 몇 달 동안 마음 아프게 했던 묵직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이렇게 말해주셨어요.
"그래서 힘들었구나. 우울증 걸릴만했네. 장하네~ 참 대단하고 좋은 엄마다, 자기"
내가 뭘 잘못했나, 너무 부족한 엄마여서 그랬나, 지금 나의 대처방식이 틀리진 않았나 자기 검열로 답답하던 저에게 진짜 누가 맞닥뜨려도 힘든 상황이고, 충분히 넘치게 잘 대처했다고, 수고했다고 해주는 두 분의 따뜻한 목소리는 사랑이 가득 담긴 온전한 위로였어요.
'아~ 나 몇 달간 많이 힘든 상황이었구나. 나 그 상황에서 평균이상으로 멋지게 대처했구나. 가정의 평화, 자녀와의 연결을 지키기 위해 중간에서 고생 많이 했구나.' 저도 저를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다행히 눈물이 안 났는데 오늘은 눈가가 뜨거워지네요. (역시 스벅은 글쓰기 좋은 장소인가 봅니다.)
뜨끈한 매생이 굴국밥, 그리고 진심 어린 경청과 따뜻한 위로 덕분에 미리 걱정하지 말기, 이렇게 사랑스럽게 애쓰는 나를 돌봐주기를 해야겠다는 결심 또한 했습니다.
제가 받은 여덟 번째 친절은 매생이굴국밥과 경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