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드디어 봤습니다

by 소망이

2024년 여름 저의 성품과 전혀 맞지 않는 교육과정부 업무를 맡아서 하다가 거의 몸과 마음이 타버렸습니다. 중증 우울증, 자율신경 실조증랑 병명을 얻고 두 달 병가를 냈지요.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도는데 할머니 걸음보다 더 느리게 걷는데도 숨이 너무 찼습니다. 큰맘 먹고 겨우 나간 산책인데 얼마나 무섭고 속상하던지요. (지금은 출근길 저를 뒤따라 온 남자선생님이 "진짜 걸음 빠르시네요."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이야기를 듣고 사슴같이 예쁘고 큰 눈을 가진 올케가 눈물 맺힌 눈으로 저를 보며 조심스레 드라마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형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저의 뇌가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했고, 가뜩이나 무기력한데 우울한 드라마를 보고 싶지도 않아서 안 보고 지나갔다가 드디어 이번 겨울방학에 다 봤습니다.


조울증, 조현병, 우울증, 망상, 강박, 트라우마 등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상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정신건강의학과의 개방병동과 보호병동에서의 삶도 실감 나게 간접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정다은(박보영)이 공감과 진실함으로 환자들을 대하다 결국 중증우울증에 깊이 빠지는 모습을 보며 저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돕고 했기에 그만큼 더 보람을 느끼고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감당 못할 정도로 아플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됐고, 그런 정다은을 이상하게 보게 되지 않고 회복해서 간호사로 잘 복귀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제가 병가 두 달을 냈을 때 저를 보며 선생님들도 이런 생각을 했겠구나 깨달아졌습니다.


또한 우울증을 겪었다는 것이 간호사를 그만둬야 할 어떠한 논리적인 이유도 되지 않기에 피켓시위를 하는 환자들에게 다른 병원으로 가실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겠다는 말을 병원관계자분이 말할 때 감동을 느꼈습니다.


사실 대학병원도 일상이 살인적인 스케줄일 테니 의사, 간호사 분들 중에 우울증 약을 먹으며 출근하는 분들도 제법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시 잘 회복되어 웃음을 되찾고 병원으로 복귀하는 정다은을 보며 안도했고 작가분에게 고마웠습니다. 다시 그 자리로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써주신 것에 대해서요.


봄이 살며시 찾아올 준비를 하는 3월, 본인을 그리고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싶으시다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부디 아플 수는 있지만 조금씩이라도 회복되시기를, 마음과 뇌가 아픈 것도 몸이 아픈 것과 같으니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셔서 진료받고 알맞은 약 잘 처방받으셔서 다시 소망이 생겨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