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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Dec 07. 2024

11화. 딸들에게 우리 집의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딸아, 엄마 이야기를 들어봐.

신랑과 나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마음으로 절약하니 서로에게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든든하고 고마웠다.

그러나 딸들은, 특히 둘째는 자주 속상해했다.


왜 우리 집은 다른 집처럼 용돈을 많이 안 주는지

왜 엄마는 자신이 먹고 싶다고 하는 간식과 음식을 바로바로 사주지 않는지

왜 자기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등 갖고 싶은 게 많아도 엄마가 다 사주지 않고 신중하게 골라서 꼭 필요한 몇 개만 사주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가 들어왔던 불평들을 그대로 적어본다.


엄마, 샤인머스캣 먹고 싶어. 연어 먹고 싶어. 왜 안 사줘?

엄마, 내 친구 00은 일주일 용돈이 2만 원인데 왜 난 만원이야?

엄마는 왜 이렇게 짠순이같이 살아? 엄마 월급 많이 받잖아~~


어떨 땐 잘 타이르고, 어떨 땐 짜증을 내고~ 그러다 2년 전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 어느 날, 또다시 왜 엄마는 이렇게 돈을 아껴?라는 말을 하길래 맘 잡고 둘째에게 우리 집 경제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딸, 엄마는 결혼할 때 외할아버지한테 1억의 빚을 받았어. 이 빚은 꼭 갚아야 한다고 주셨어.

엄마는 너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너무 힘들었거든~

우리 집은 2억 7천만 원인데 거의 빚으로 샀고, 이렇게 열심히 갚아서 이제는 한 1억 5천만 원 정도 빚이 남아 있어.

앞으로 한 5년 열심히 갚으면 우린 빚이 없게 될 거고, 엄마, 아빠는 그때부터 돈을 보아 자산을 늘려 부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거야.

딸, 엄마가 빚이 계속 느는데도 먹고 싶은 데로 연어 사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렇게 알뜰살뜰 빚 갚고 부자 되는 게 좋을까?


딸은 갑자기 엄마가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니 놀랐지만, 그래도 생각을 하고 대답해 주었다.

“엄마, 난 엄마가 돈을 막 쓰지 않고 이렇게 살아서 다행이라 생각해. 그리고 생각해 보니 우리 먹고 싶은 거 거의 다 먹고 사네. 응, 엄마 열심히 빚 갚아.”


이 후로 둘째는 가끔씩 이제는 집에 빚이 얼마 남았냐며, 엄마는 월급을 얼마를 벌어 어떻게 쓰는 거냐며 물어봤고, 난 우리 집의 가계부를 보여주기도 했다. 자기한테는 여유롭게 돈을 안 주면서 헌금, 누군가를 돕는 돈, 할머니 할아버지 용돈 등의 금액을 합쳐보더니 엄마는 너무 많이 돕고 사는 거 아니냐고 삐지기도 했다. 돈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십일조를 하고 구제비에 사용하는 거라고 설명했고, 네 생각보다 매달 너에게 들어가는 돈이 제법 많다고도 말해줬다.


누군가는 초등학생한테 이렇게 명확히 집안의 경제사정을 이야기해도 괜찮냐고 걱정할 수도 있지만, 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도 친정엄마(나에겐 외할머니)의 빚을 갚으시느라 엄청 아껴서 생활하셨지만 국민학교에 다니는 나에게는 설명해 주지 않으셨기 때문에 난 20살이 될 때까지 경제관념 없이 그냥 편하게만 살아왔고, 그렇기에 사람은 살면서 빚을 지게 될 수도 있지만, 꾸준히 절약하며 갚아 나가다 보면 빚을 다 갚고 자산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40대에 들어와서야 배웠기 때문이다.


난 이 외에도 앞으로 빚을 다 갚은 후에 자산을 모아도 이 돈은 엄마, 아빠의 돈임을 정확히 설명했고

대학 등록금과 용돈까지만 지원해 줄거라 말했고

30살까지는 가능하면 독립하지 않고 집에서 직장 다니면서 앞으로 독립할 자금을 모으라고 말했고

결혼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것이라 설명해 주었다.


너무 적나라하게 경제교육을 시켜서일까?

두 딸은 모두 최대한 집에 눌어붙어있겠다고, 엄마, 아빠 생활비 주고도 이 집에서 사는 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돈을 모은들 지금 사는 집처럼 큰 집에서는 못 산다고 한다.


경제교육을 너무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 야무지게 살 거라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다.

참고로 명절 때마다 받는 돈도 본인들이 쓰고 싶은 용돈만 빼고 나머지는 ETF에 투자해서 불리고 있다. 독립할 때 원금의 두배로 돌려주겠다고 아빠가 딸들과 약속했다. 딸들은 20살 때 받는 것 아니었냐고 하면서 속았다고 하지만, 20살 때 주면 옷사고, 술 마시고, 데이트하고, 가방 사는 데에 야금야금 사용할 걸 아니 못주겠다. 아직 딸들은 갑자기 친척 어른들께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용돈을 받으면 그동안 못 샀던 것 사느라 돈을 대부분 다 사용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절약하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니 마음 깊숙하게 단단한 경제적 개념이 세워져 가겠지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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