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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Nov 15. 2019

브렉시트에 장렬하게 쓰러지다!

미스터리(Mr. Lee) #2. 런던, 고향이 되기까지

”하나를 이루면 또 하나의 꿈이 달려들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금방 죽기라도 할 것처럼 일에 매달렸다. 우울과의 싸움은 자신을 한시도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의 배터리는 수시로 방전되기 시작하였다.”     


그가 기존 가게를 유지하며 스시 비즈니스를 새롭게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돈이 아쉬워서가 아니었다. 영국의 유명 백화점 중 하나가 존 루이스다. 존 루이스 그룹은 waitrose라는 고급 슈퍼마켓 체인을 같이 운영한다. 이 회사의 경영방식은 아주 독특하다. 그것을 알게 된 계기는 이 백화점 지하에 있는 waitrose라는 슈퍼에서 스시 바를 운영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회사의 직원들은 서로를 파트너라고 불렀다. 직원들에게 주식도 배분하고 직원들이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그리고 25년 이상 장기근무자에게는 1년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그래서 유독 할머니나 할아버지 직원들이 많았다. 1년간 매일 보고 느낀 그들은 모두가 주인이었다. 직원처럼 일하는 직원은 없었다. 언제 마주쳐도 먼저 인사하고 스시 바를 지나갈 때마다 Are you ok? 를 잊지 않는다. 놀랍게도 그들은 스스로를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인이라고 믿고 주인처럼 행동한다. 아쉽게도 그의 입점업체 직원들까지는 파트너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주인의식을 직원에게 강요하지 마라! 주인의식은 주인만 가져야 한다. 직원은 직원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의 수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져달라고 아우성대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심지어 유명 자기 계발 강사들을 동원하여 주인의식이 왜 필요한 지부터 시작해서 주인의식을 가져야만 하는 10가지쯤 되는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주입시킨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주인처럼 일하지 않는다. 주인이 아닌데 주인처럼 일하라는 것은 범죄까지는 아니지만 사기다. 갑질 중의 갑질이 바로 주인처럼 아니면 가족처럼 일하라는 주문이다.      


주인으로 만들어주면 그 사람은 주인처럼 일하지 말라고 해도 주인처럼 일한다. 세상 원리는 간단한 것인데도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온갖 평가기법을 도입해 주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보상해 주려 한다. 개미의 법칙처럼 20%는 열심히 일할 것이다. 나머지 80%도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직원들이다. 20:80의 법칙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개미 같은 곤충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실이나 회사 사무실 또는 관공서를 들여다봐도 이 법칙은 어느 정도 유효하다. 그러니 재발 주인의식 같은 소리는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직원은 직원처럼 일해 달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직원이 주인처럼 일해 달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아니면 회사의 주식을 과감하게 직원들에게도 나누어 주면 된다.     


“브렉시트라는 직격탄을 맞고 장렬하게 쓰러지다!”     



존 루이스에서의 스시 사업은 결국 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아내와 멀어진 결정적인 계기중 하나가 되었던 뼈아픈 사업이었다. 천하의 존 루이스 그룹의 waitrose와 손을 잡고 시작한 스시 사업이었다. 비즈니스는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패장은 말이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온갖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가장 큰 여파 중 하나가 브렉시트라는 괴물의 출현이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2016년 6월에 국민투표로 EU 잔류나 탈퇴냐의 선거가 실시된 것 자체가 참사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탈퇴가 3.9%의 근소한 차이로 잔류를 이긴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부도덕한 도박은 정치도박이다!”     



사실 브렉시트는 데이비드 카메론이라는 한 인간의 정치 도박이었다. 그가 영국 총리직을 걸고 국민투표에 부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잔류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시작되었다. 막상막하의 찬반 진영 싸움은 근소한 차이로 뒤집어지는 대 이변이 연출되었다.      


그날의 충격을 그는 결코 잊지 못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그 아픔을 어찌 잊으랴! 물론 같은 날 데이비드 카메론의 하늘 또한 무너졌다. 총리로서 그의 정치 생명은 곧바로 끝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영국의 소상공인들은 물론이고 탈퇴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까지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스시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과 물가는 시소와 같은 원리였다. 파운드화의 대폭락은 영국의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 하면 영국인데 미처 날뛰는 물가 앞에 손조차 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두 손 들고 나와야 했다. 그의 본격적인 우울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스시 사업은 3년간의 계약으로 시작되었다. 어찌 되었든 3년을 운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기간 동안의 배상 책임이 있었다. 치명적인 계약 조건이었다. 다행히 같이 사업을 하던 파트너가 맡아서 해 주기로 하였다. 문제는 지분 등의 정리 문제였다. 파트너와의 분쟁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 정리 과정에서 사람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하였다. 변호사 사무실을 들락거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그는 지쳐갔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컸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모든 책임은 주인인 그가 져야 했다. 직원이 책임질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치료 및 휴양 차 한국에 가 있는 그의 아내가 두려워지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드러내 놓고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로서는 예상된 수순이었던 것이다.


 “자고로 남편은 부인 말을 들어서 손해 볼게 하나도 없다. 부인 말을 들어서 잘못되어도 밑져야 본전이다. 최소 남편을 홀로 여행 보내고 몰래 이사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모든 일은 그의 아내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아내는 돗자리를 깔아도 될 만큼 선견지명이 있었다. 아내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스시사업을 밀어붙인 그였다. 그렇다고 그의 아내가 브렉시트까지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내와의 사이에 점점 찬바람이 부는 걸 감지하고서도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마누라 말 들어서 해로울 거 없다는 말이 진리라고 깨달을 때는 이미 늦었다.      


뭐라도 될 놈인 그에게 시련이 시작된 것이다. 육체와 정신 모두 삐걱거리는 것을 어르고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그의 스시사업은 대 참사였다. 그 뒤로 그는 살몬이나 스시를 상대조차 하지 않는다. 그의 회칼에 의해 해체된 수많은 살몬들에게는 미안할 뿐이었다. 어쩌면 돈키호테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하늘이 경고를 보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브렉시트라는 하늘이 무너졌던 것이다. 


그는 점점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자주 찾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북두칠성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었다. 북두칠성은 단 하루도 제자리에 있는 법이 없었다. 뭐가 그리 분주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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