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자기 특질에 잘 적응하는 여자를 만나면 미쳐버린다.
살다보니 부부의 실타래가 엉키고 말았다. 실마리를 찾지 못해 결국은 가위로 자르고 말았다. 동시에 우리의 인연도 두 조각이 났다.
문득 아내에게 편지가 쓰고 싶은 날이다.
이성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가설은 나에게도 입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무척 고마웠다.
부부가 남이 되어간다는 일은 아주 오래된 슬픔을 꺼내보는 일이었다. 심지어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마스크조차 보내지 못하는 일이 되어가는 것이었다.
위로가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 있다. 위로가 아니라도 좋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그래서 나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한다면..
인생의 다이어리에 없던 일을 있던 일로 바꾸려면 그럴싸하게 포장된 인연이 필요했다.
아름다운 청춘은 모순덩어리들을 잉태한 채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