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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21. 2020

야동보다 아내에게 딱 걸렸다

배우자 몰래 야동을 보는 일은 비난받아 마땅할까?


 야동을 보다 아내에게 딱 걸렸다. 일촉즉발! 당신이라면 이 난감함을 어떻게 타게 할 것인가?

 그 순간 지구는 물론이고 화성 금성을 포함한 우주에 존재하는 시계란 시계들은 모두 멈춰버린 듯했다. 설사 미처 멈추지 못한 시간들은 심하게 뒤틀리고 왜곡되었으리라! 비단 시간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나의 작은 서재에서 앉아서는 보이지도 않는 창밖의 밤하늘은 이미 노랬다. 그것도 모자라 오만 감정이 일렁이더니 급기야 국지성 집중호우를 동반한 작은 태풍으로 발전했다.

 그 와중에도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는 생각보다는 아내의 반응이 두려웠다. 두려운 나머지 아내의 얼굴을 보려고 뒤돌아보지도 못하고 죄 없는 노트북만 안고 있었다. 노트북은 열기로 후끈거렸다. 기회를 봐서 몸을 틀고 머리를 돌려보기로 했다.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서는 이 꼬인 상황을 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머리를 돌렸다. 그때까지도 아내는 방문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서 있었다.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 급박한 와중에도 아내의 입술의 잔근육들과 실핏줄 모양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놓칠 순 없었다. 생사가 걸린 문제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웃고 넘어갈만한 사안도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과연 아내는 나의 행위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노크도 없이 아내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나는 야동을 보고 있었다. 아니 즐기고 있었다. 문쪽에서 이상음이 감지되던 바로 그 순간 나의 타고난 무조건 반사신경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상체를 숙여 노트북을 가림과 동시에 노트북 모니터에 손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거침없는 행동은 나의 반사신경을 압도하고 있었다. 인기척과 동시에 문은 열어젖혀졌고 그와 동시에 나는 노트북 모니터를 덮을 수 있었다. 간발의 차이였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아내가 그 황홀한 장면을 봤는지는 확신이 없었지만 나의 등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의 척추뼈 양쪽에 난 계곡에선 식은땀 몇 방울이 이미 응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땀은 몽글몽글 해 지기 무섭게 주르르 흘러내렸다. 때는 더운 여름날 저녁이었고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난 반바지에 상의는 입지 않은 반라 상태였다. 설사 아내가 야한 동영상이나 내 등 뒤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을 보지 못했다 할지라도 나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나의 빈약한 상상력은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가까스로 노트북 모니터를 덮긴 했지만 그렇다고 커플들의 야릇한 신음소리까지 덮을 순 없었다. 노트북에선 여전히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미 덮어버린 노트북을 다시 열어서 전원을 끄거나 아니면 무음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냥 노트북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아내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일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해야 할까? 당신 아내의 반응은 어떨까?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내가 남편 몰래 야동을 보다 남편에게 딱 걸렸을 때 남편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남편들도 아내들처럼 심한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낄까?


 나의 아내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아니 한 번도 이러한 상황을 예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예상대로란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 아무튼 사고는 터졌고 수습해야 할 일만 남은 셈이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아내는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표정을 해석해보자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딱 그 표정이었다. 먼저 나의 이러한 행위를 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쯤으로 치부해줄 마음이 추호도 없어 보였다. 평소에도 뭇 여성들에게 연정을 품어오던 남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한 셈이었다. 아내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쩜 당신은 나를 이토록 능멸할 수가 있는 거야? 아내에게 이토록 심한 모멸감을 선물해도 괜찮다는 거야? 그것도 한 지붕 아래에서 말이야. 가능하기만 하다면 당신의 두개골을 열고 두뇌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 당신이라는 사람은 아무리 이해해 보려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비록 얼떨결이긴 했지만 나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는 거야? 모멸감이라니? 당신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단 말이야? 모멸감을 느꼈고 또 느껴야 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라구. 바로 나란 말이야. 그래 말 잘했어. 한 지붕 아래라고? 우리가 각방을 쓰고 섹스리스 부부로 살아온 세월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지? 당신에게는 부부간의 섹스 따위가 그렇게 중요치 않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란 말이야. 아직도 본능이 꿈틀대는 멀쩡한 남자란 말이야.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아내와의 섹스 대신 옆방에서 몰래 야동을 보는 것도 죄란 말이야? 내가 오죽하면 이런 짓을 하고 있겠어?"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아내가 이니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몰라서 눈 감아 준 줄 알아? 당신이 이런 음란물을 몰래 보기 시작한 것은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란 말이야. 지금 이 순간의 범죄가 처음인 듯 말하지 말라구. 당신은 처음부터 상습범이었다구. 아내 몰래 야동이나 보는 인간을 남편으로 인정하고 사랑을 주는 여자가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여자에게 이 보다 더 큰 모멸감도 많지 않을거라구. 여자 맘을 알기나 해 이 덜떨어진 아메바 같은 인간아."


 결국 다시 치킨 게임이 되고 말았지만 한마디를 더 하고 휴전에 들어갔다.


 "내가 야동을 보기 시작한 건 결혼 후부터가 아니야. 자랑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들처럼 결혼 전에도 많이 봤어. 그리고 내 친구 녀석들은 부부가 같이 보기도 한다구. 야동은 부부간의 원만한 성생활을 유지하는데 윤활유처럼 활용될 수도 있는 유용한 도구라구. 당신은 왜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야. 나는 죽을죄를 지은 범죄자도 아닌데 나를 마치 외도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거야. 억울하다구."

 내가 아는 여자 후배는 그 반대의 경우였다.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야동을 보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서도 그 야릇하고 짜릿한 취미를 포기할 순 없었다. 남편과의 섹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을 잃어갔다.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갔다. 남편이라기보다는 그냥 같은 집에 사는 하숙생 아저씨나 동거남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각방을 쓰게 되었고 그 이후로 남편과의 관계는 없음으로 변했다. 그래서 그녀의 고상한 취미였던 야동 감상은 다시 활기를 찾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난감하고 민망한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참 야동을 맛깔스럽게 보고 있는데 남편이 노크도 없이 그녀의 방에 들어온 것이다.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방을 박차고 나갔다. 물론 남편의 표정은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처럼 울그락불그락했다. 하지만 그녀로선 딱히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의 일부일 뿐이었다. 남편에게 모멸감을 줄 의도도 전혀 없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오랫동안 두 사람 간의 대화는 사라졌고 집안 분위기 또한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냉랭한 분위기가 얼어붙자 아이들 또한 자기들 방에서 나오는 일을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어쩌다 요즘 부부들은 이렇게까지 서로를 만족시키지 못하게 된 것일까? 물론 부부간의 문제는 섹스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간의 지속적인 섹스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선조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 그 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답은 거기에서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배우자가 아무리 미워도 서로 간의 협의 없이 각방을 쓰거나 별거를 하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부부 각자를 위해서도, 그들의 자녀를 위해서도, 탄탄한 사회를 위해서도 말이다.  (PS: 본 내용은 픽션과 논픽션이 혼합된 글이며, 이혼을 아내가 아닌 남편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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