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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Dec 18. 2023

3화. 하늘을 올려다 본다는

 


언젠가 집 근처 공원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본 적이 있다. 단지 날씨도 좋았고, 바람도 불어서 집에 들어가기 전 쉬고 싶어서였다. 가만히 있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는데 순간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컴퓨터를 하다 보니 눈이 시원한 느낌이겠거니 했지만 신체뿐만 아니라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을 알았다. 어라? 이게 뭐지?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신기했고 뭔가 개운한 느낌이 들었고 그 이후로 종종 하늘을 보게 되었다. 


살다 보면 얼마나 하늘을  볼까? 날이 좋은 날 공원을 가더라도 풍경을 볼 뿐 굳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공원에 가면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어느 걱정과 긴장감도 없이 그냥 편안한 것과 이런 날이 있구나라는 감정이 스친다.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힘든 건 일보다는 타인과의 관계다. 내 맘 같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을 무의식으로 밀어버리니 나도 모르게 내 생각으로 타인을 규정해 버리고 이로 인해 혼자서 상처받았다고 생각해 버렸다. 


마음이 참 신기하다. 마음이란 것이 결국 뇌를 통해 전달되는 것인데(신체구조는 어렵지만) 행복해서 웃기 보다 먼저 웃게 되면 뇌에 영향을 주면서 생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직접 이렇게 해보지 않았을 때는 '그럼 웃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것인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정말 죽을 거 같은 순간이 아니라면 표정의 작은 변화가 생각을 바꾸게 한다. 직접 체험한 1인으로 거울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니 어라? 근육이 움직이니 기분이 뭔가를 해야겠다는(뭔지 모르지만..) 느낌이 들었다. 잠깐의 순간이지만 이런 것이었나 그래서 그 후 세수하거나 화장할 때 잠깐이라도 얼굴 근육 운동을 한다 (미소를 짓는다거나 입을 크게 벌려 모음을 발음하거나 등등).


일상에서 작은 행동이 삶을 변화하는 데 힘을 실어준다.   하늘을 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저 고개를 들어서 볼 뿐이지만 이것조차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난 위로가 간절히 필요했었다. 그래서 주위 몇몇 사람들에게 힘든 얘기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정말 이론적인 말이었다. "잊어버려라, 신경 쓰지 마라, 가서 너한테 왜 그런지 물어보라" 등등 해결책 같은 말만 내놓았다. 물론, 그들에겐 이게 최선의 말이었으리라. 그러나, 여기서 다시 한번 내 마음에 생채기가 났다. 그때 느낀 건 '위로'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당시는, 상황이 힘들었지만 이 일로 인해 고통을 겪어봐야 비로소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스스로 마음을 정비하려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난 마음이 힘들면 투덜대지만 예전처럼 나락으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도 힘든 날엔 잠깐 하늘을 보고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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