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시작한 지가 거의 20년 전부터다. 그렇다는 건 학창 시절에는 교재 외에는 독서와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내가 책에 집중하게 된 것은 실연을 겪은 뒤였다. 당시, 집중할 곳이 필요했고 평소 만화책을 즐겨보다가 점점 소설이 궁금해서 도서관에 다니게 되면서 빠지게 되었다. 초반에는 로맨스 소설을 접하다가 그 뒤는 추리소설에 빠지고 점점 책 분야가 넓혀지면서 관심 도서가 달라졌다. 나에게 있어 책은 그저 시간을 어떻게 서든 보내는 도구였지, 사색을 하거나 뭔가 문학을 알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문득, 어릴 적 소풍을 갈 때 책을 가져간 기억이 나는데 굳이 소풍에 왜 가져갔을까... 거참... 현재로서도 이해를 할 수가 없지만 그냥 책이 좋아서 그랬던 거 같다.
힘들 때 가장 찾았던 건 책이었고 간혹 그때 자기 계발 관련 서적을 읽었더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때는 그 책보다는 그냥 관심이 가는 도서에 끌려서 로맨스나 추리소설 위주로 읽었다. 그런데 말이다 우선 이렇게 읽기 시작하니 독서 습관이 되었고 그 뒤로 꾸준히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면서 읽는 분야가 넓어지게 되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이 말은 전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무슨 길이 있다는 건가 했는데 읽다 보니 1차원적인 '길'이 아니라 '지성'을 넓혀준다는 의미였고, 이는 결국 자신의 앞날을 새롭게 변화시켜 주는 계기가 된다는 말이다.
이를 알게 된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렇다고 자기 계발이나 경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장르소설만 읽었고 그러다 점점 분야가 넓어지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책을 읽는 이유는 즐거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살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어떤 때는 위안을, 다른 날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낼 때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독서를 하다 보면 그날 감정에 따라 읽고 싶은 도서가 있는데 그건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책이 읽힌다는 점이다. 작년 2023년엔 유난히 치유와 위로가 관련된 책을 읽었다. 타인에게 위안을 받는다는 게 쉽지 않음을 깨닫고 나서 책에서 스스로에게 위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지인이나 친구들은 나의 sns를 보면 책을 읽어?라고 놀라게 물어보는 데 책은 결코 어려운 분야가 아닌데도 왜 놀라서 물어보는 것일까? 책이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힘든 존재가 되었을까? 오래전부터 문자는 왕과 귀족층 또는 부유층만이 읽을 수 있었지만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누구라도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며,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게 되는 것이라 특정층은 대중이 글을 깨우치기 원치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