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감기에 걸리는 것도 다르다. 누군가는 코부터 시작하고 다른 이는 목감기부터 시작한다. 난 후자다. 그래서 늘 목이 아프면 아 감기가 시작이구나 한다. 코로나가 발생 후 마스크를 3년 가까이 쓰다 보니 3년 내내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매해 겨울마다 감기를 앓아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마스크 의무 사용기간 내에는 정말 감기를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단, 마스크 해제 후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코로나에 걸렸지만 말이다.
최근 기온이 올라서 마스크를 잠깐 벗고 다녔더니 며칠 전부터 목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가글을 하고 자야 하는 데 그냥 귀찮아서 잤더니 자는 내내 목이 불편해서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가글을 하고 출근해서 따뜻한 물을 계속 마시고 있다. 한편으로는 체력이 좋아졌나 했는데 어떻게 마스크를 벗었다고 감기에 걸릴까...라고 자문을 해 본다.
우리 집안 여자는 엄마와 남동생을 제외하면 추위를 잘 탄다. 그래서 겨울이 너무 힘들다. 어릴 적 엄마가 몸에 좋다고 배와 생강 그리고 파뿌리에 물에 넣고 끓이고 마시게 했었다. 그런데 물 맛이 너무 매워서 몇 모금 마시지 못하고 그냥 엄마를 주면 엄마는 아깝다고 본인이 다 마셨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끓여 준 것을 알면서도 정말 그때에는 마시기가 힘들었다. 지금에서야 생강차를 마시고 파뿌리가 없나 하고 찾는 어리석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전에는 그렇게 맛이 없던 파뿌리가 지금은 설탕을 넣고 먹으면 왜 그렇게 맛이 나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이렇게 타지에서 생활을 할 때면 아플 때가 가장 서럽고 슬프다. 엄마랑 같이 살았던 그때에는 '엄마'라고 부르면 무엇이든지 해줬는데 이제는 직접 내가 해야 하니 불편해서 그냥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이렇게 감기가 걸린 날이면 엄마가 끓여주던 생강차(여러 가지가 들어간)가 생각이 난다. 만약 엄마에게 해달라고 해 주겠지만 요즘은 식품으로 나온 종류가 많아서 그냥 사서 먹는다.
엄마는 추위를 잘 타지 않지만 관절염 때문에 기온이 내려가는 날에는 힘들어한다. 그런 날이면 보일러 올려서 따뜻하게 있으라고 하는 데 정말 보일러를 올리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말에 안도감을 갖는다. 그러면서 어릴 적 엄마가 아파서 걷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 데 그때에 비하면 현재 엄마는 칠순이 넘은 연세임에도 잘 걸어 다니신다. 오히려 거꾸로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좋아지고 있으니 자식들은 감사할 뿐이다.
건강해야 행복하고 그 행복을 찾을 수가 있다. 아무리 물질이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힘들다. 철학자든 심리학자든 제일 먼저 꼽는 게 건강이다. 물론, 극한의 상황에서 희망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분들과는 절대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 감기로 앓는 동안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