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아 Mar 12. 2024

13화.운전을 하다

나에게 있어 운전면허증은 장롱면허였다. 오래전 학원비가 인상되기 전 취득을 하라고 해서 직장을 다니면서 새벽반으로 운전면허 필기와 실기를 배웠다. 아침잠이 많아 힘들었지만 당시같이 학원을 등록한 지인의 권유로 하게 되었다. 필기 통과 후 실기는 잠이 덜 깬 상태여서 시동을 꺼뜨린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강사님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해서 운전면허 취득을 했지만 거의 10년 동안은 운전을 하지 않았다. 같이 취득한 지인은 바로 차를 구입해서 운전을 했는데 난 굳이 차가 필요 없다는 생각에 운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렌트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운전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다들 그냥 취득은 해 놓으니 나도 여기에 휩쓸려 취득한 것이다.


그러나 여동생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차의 필요성 때문에 리스로 차를 구입했다. 조카가 세 살이 되었으니 차 구입한지 3년 되었는데 당시에도 굳이 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수정 임신을 해야 했고, 동생이 힘든 몸으로 집까지 택시를 타고 오게 되면서 언니와 상의하면서 차를 구입한 것이다. 연수 받는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고 정말 도로를 달릴 땐 머리에서 발끝까지 긴장이 제대로 들어 그날은 잠을 일찍 자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연수가 끝난 후 연습을 더 해야 하는 데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자취를 하다 보니 운전을 하는 형제들은 고향에 있으니 오로지 혼자서 해야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집 근처 도로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고 자주 가는 도서관은 버스 노선으로 가는 방법을 익히며 혼자서 도서관까지 갔었다.



도서관에 혼자 운전을 했던 그날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초보운전을 두 개나 붙였는데도 도로가 아닌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빵빵 거리고 겨우겨우 해서 도서관에 도착했는데 주차가 안돼서 집으로 가려니 또 차를 빼지 못해서 그곳을 지나가는(직원분 같았다) 남자분에게 초보라고 말하고 도저히 차를 뺄 수 없다고 하면서 도움을 받아 집에 도착했고, 차를 주차하고서 남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했었다. 정말 그때는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자동차는 리스를 해서 남은 날이 많았는데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초보운전자를 위한 영상을 수시로 찾아보면서 신호등, 운전 방법 등을 배웠다.



지금은 편안하게 하냐고? 아니다 여전히 초보 운전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억장이 무너졌던 그 마음은 더 이상은 없다. 그리고 동시에 나도 운전을 하는구나..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사는 동안 운전을 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나에게 있어 '운전자'라는 단어는 용기를 주는 단어 중의 하나다. 누군가는 평범한 단어지만 나에게 있어 운전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일이다. 지금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운전을 할 때면(아직도 초보자이지만) 내가 운전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용기를 얻곤 한다. 사람은 살다 보면 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것을 할 때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여기에 힘을 얻어 다른 것을 시도하게 되는데 여기 중요한 건 삶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그 어느 겻도 변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결과가 자신의 생각대로 성공하는 것이면 좋겠지만 실패하더라도 도전해야 하는 건 그 실패가 실패가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한 과정이기에 도전을 멈춰 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때론 좌절에 주저앉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하나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자존감에 자각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전 12화 12화.우울함도 습관이라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