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매니저, '살라'

발주처 안전 매니저 '살라'

by Massoud Jun



*** 발주처 안전 매니저 살라



터파기를 한 자리에 고인 빗물을 퍼내기 위해 한국인 직원들이 금지한 곳의 전원을 썼다.

현장 발주처 안전 담당 살라는 누가 봐도 IS 전사같이 덥수룩한 수염에 인상 험악한 말없는 사내였고 안전을 책임졌기 때문에 모든 작업 정지 명령은 그로부터 나왔다. 생긴 것만큼이나 성격도 고약했던 그는 심지어 한국인 작업자들을 모욕하고 손찌검까지 서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로 인해, 삼성의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었고 토목팀도 수시로 바뀌었던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던 나는, 그와 아무런 문제 없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국 업체 안전 요원으로 채용된 알제리 안전들이 현장을 관리하면서 마음에 안 드는 한국인들의 행동을 살라에게 고자질하는 형태가 자주 누에 띄었다.


그래도 한 달은 쏜살같이 흘렀고 현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알제리 인력들의 변화였다. 그들은 수시로 현장에서 사라졌다. 현장의 장비들이 없어졌으며 많은 거짓말이 횡횡했다. 일은 한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공사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모든 현장이 그러했지만 한 달 만에 토목 현장에선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발주처가 신기해했다.


"성님, 컨터롤 룸 현장으로 와 보셔. 살라가 우리 양수기 뺏어 가부렀어!"


토목 담당자 한 차장의 요청으로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살라는 양수기 전선을 들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무슈 살라, 우리 직원이 당신이 금지한 곳에 전원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잘못했으니 시정하겠습니다. 그러니 양수기는 당신이 보관하고 화가 풀리면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주변의 돌을 들어 선을 끊어버렸다. 놀란 내가 어안이 벙벙해서 멍해 있다가 한마디 했다.


"직권남용 아닙니까?"


내가 따지자 그가 순식간에 나를 밀었다. 나는 뒤의 나무 더미 위로 쓰러졌다. 쓰러진 뒤를 돌아보니 목재 더미 위에 못들이 솟아 있었다. 조용히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내가 안전모를 내 동댕이치고 그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3분 안에 죽여주겠다!"


순식간에 모여든 사람들이 패를 나눠 살라를 에워쌌고 한국인들은 나를 에워쌌다. 내 동료 중 누군가가 내 양팔을 뒤에서 잡고 있었다. 살라가 이단 옆차기로 나에게 날아들었고 살짝 피하자 옆으로 쓰러졌다. 내 팔을 뒤에서 잡은 동료에게 팔을 놓으라고 말했지만 '형님 참으소!' 하면서 하도 세게 붙잡고 있던 터라 풀리지 않아 공격을 할까 싶었지만 일부러 잡혀 있었다. 일어 선 살라가 재차 공격을 해오려 하자 발주처 애들이 몰려들어 살라를 붙잡았다.


"난 너를 10초 만에 죽여버리겠어!"


하고 저쪽 편 누군가 말했다. 살라가 저쪽 편에게 끌려 들어가고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구경하던 현장 인부들에게 돌아가 일하라고 지시를 하고 곧 현장은 조용해졌다. 어디론가 사라졌던 살라가 혼자 돌아다니던 내게로 왔다.


"네 이름표를 내게 달라!"


"줄 수 없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원하면 이름을 적어가라"


그는 내 이름을 적어갔고 나는 곧 현장에서 나와 사무실로 불려 갔다. 박 과장이 이미 예상했던 듯이 나를 위로하며 기분 나쁠 테니 3일 동안 휴식하라며 현장 사무실에 자리를 내주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 빈둥거리는 동안에, 나는 삼성의 안전 담당을 찾았다. 안전 사무실은 본 사무실과 동떨어진 별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무실 정문에서 제일 오른쪽으로 응급실이 있었고 화장실과 기도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길게 뻗어 기둥 하나 없이 올곧이 뻗은 사무실은 각 공구별로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었고 입구 중간에 공무실, 가장 끄트머리에 관리부가 있었다. 관리부서를 지나면 식당이 넓게 펼쳐 있었다. 식당 밖을 나가면 사무실 앞마당이 넓게 펼쳐졌고 흡연실과 휴식 공간, 알제리 인들이 사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점이 따로 있었다. 그 끝으로 다시 사무실만큼 넓은 자재 창고가 나타났고 그 뒤로는 범위를 알 수 없을 만큼 넓은 야외 야적장이 나타났다. 그 야적장을 철조망이 감싸고 있었다. 삼성 사무실에서 협력업체 사무실로 나가는 큰 철문 옆으로는 입출 패스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고 철문을 나서서 바로 왼편 별관에 직영 사무실과 안전 사무실이 따로 있었다.


안전 담당자는 다비드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한국인이었다. 기독교 이름을 쓰고 있어 물어보니 기독교인이라고 했다. 진행과정을 묻고 싶었다. 비 온 뒤, 비포장 길 위를 다니다 말고 마주친 친구들과 인사하는 운전자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제발 규정 좀 지켜라! 이, 미개한 새끼들아!"


알제리인들은 운전하고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차를 세우고 서로 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심지어 길 한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내려 인사를 나누는 친구들이 있었다. 놀라운 일은 뒤의 다른 친구들이 아무런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자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른 것이었다. 아무도 교육을 시키지 않은 탓이었다. 그들만의 문화에 한국 업체가 동화된 탓이었다.


대화를 나누는 둘을 불러 차를 빼서 갓길에 주차시키고 대화하거나 당장 사무실로 들어가 차량을 주차하고 출석을 확인한 뒤 상관에게 보고하고 서로 만나 인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들이 눈치를 살피더니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차를 빼서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짧은 곱슬머리가 대부분인 알제리인들은 대부분 영화의 등장하는 테러리스트처럼 덥수룩한 수염을 길렀고 이는 썩어서 가지런한 이를 가진 이가 별로 없었다. 입은 옷들은 대부분 남루한 체육복 차림이었고 곱슬머리와 풍성하게 자란 수염이 깔끔한 한국 사람들과 비교되었다. 삼성 사무실 내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그나마 알제리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어서 깔끔했지만 현장 일을 하는 인부들은 대부분이 멋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들이 식사만 마치면 화장실에 줄을 서서 칫솔질을 하는 한국인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고 이내 따라 하는 여자들이 생겨났다. 남자들은 거의 양치를 하지 않았다. 짧은 그들의 머리 덕분에 머리를 감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머리를 거의 감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머리에 거의 물만 묻어 올백으로 올리는 그들의 스타일이었다.


외인부대 시절, 두 다리에 생긴 문제로 행정 중대에서 이발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북아프리카 친구들이 몇 있었다. 그들의 머리를 깎으려 바리깡을 들이댔더니 비듬이 너무 많이 일어나 도저히 제정신으로 머리를 깎을 수 없던 악몽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안전 담당자는 발주처 임원과 삼성 임원들 사이에 열렸던 내 징계 위원회에 대한 결과가 아직 나지 않았다며 당분간 근신할 것을 친절하게 요청했다.


3일 후에 현장에 복귀했다.


현장 컨트롤 룸 안으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인사하자 한쪽 구석에 살라가 다른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를 향해 덕분에 잘 쉬었다고 웃으며 인사하자 한국으로 쫓겨 갔을 거라고 짐작했던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며칠 후, 징계위원회의 결과가 나왔다. 살라가 징계를 당해 현장을 떠났고 내가 본격적으로 현장에 복귀하자 같이 일하던 알제리 애들이 엄지 척을 세웠다. 아침 조회가 끝나고 뒤돌아보니 내 뒤에 누군가 서 있었다. 발주처 생산장 이디르였다.


"잘 쉬었어?"


하고 그가 물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반가운 마음에 포옹으로 대신 답했다. 현장에서 항상 같이 일하는 그와 부사장이 판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또한 영향을 끼친다한들, 자신의 고급 관리를 현장에서 내쫓고 나를 선택할 리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결과가 나쁘게 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빚나 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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